[제주의소리] 기억 속의 제주 옛 출산문화 설명해주는 생생한 사연들
- 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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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3. 24. 제주의소리(한형진 기자)
제주학연구센터, 구술집 정리한 ‘제주의 산파와 출산’
제주도와 제주학연구센터(센터장 김완병)는 최근 제주학총서 76권 ‘제주의 산파와 출산’을 발간했다.
이 책은 제주의 출산문화를 들여보며 그 속에서 조력자 역할을 했던 이들에 관해 정리했다.
제주학연구센터에 따르면, 과거 제주의 ‘애기 내우는 할망’ 등은 의료 지식이 없이도 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애기어멍(아기엄마)’을 도왔다. 산모가 ‘애깃베맞출(진통할)’ 때부터 같이 힘주다가 아기가 세상에 나오면 ‘거세(가위)’로 ‘배또롱줄(탯줄)’을 잘라줬다. ‘애기방석(태반)’이 다 떨어져 나올 때까지 산모 배를 쓸어 주며 출산에 지친 산모를 살뜰히 살폈다. 변변한 대가도 없이 그저 아기가 돌이 되었을 때 감사함을 표하러 온 아기 엄마로부터 먹을 것을 조금 받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의학 기술이 점차 발달하면서 고등 교육을 받고,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겸 조산사가 지역 내에 조산원을 개업해 출산 관련 일을 보기 시작했다. 또한 이 시기에 정식 면허는 없지만 병원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동네에서 이름 있는 산파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분만 시 산실 기능을 했던 ‘보리낭(보릿짚)’을 치우고 그 자리에 비닐 등을 깔았으며, 소독한 용품이 담긴 분만 도구를 들고 다녔다.
출산율이 높던 시기, 하루에 많게는 여덟 명 이상의 아기를 받아냈다. 간혹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더라도 봉사 정신과 소명 의식으로 일했기에 조산사라는 직업을 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제주에는 조산원이라 불리는 곳은 제주시 오라동에 단 한 곳만이 남아 있다.
이 책은 ▲‘애기 내우는 할망’과 기억 속 출산 이야기 ▲‘간호사, 언니, 조산사’가 들려주는 출산 이야기 ▲‘삼스랑할망, 산파’와 함께한 출산 이야기 등 3장으로 엮었다.
‘애기 내우는 할망’과 기억 속 출산 이야기에는 제보자 가운데 최고령이자, 신흥리의 유명 인사인 김갑생 씨, ‘애기 내우는 할망’의 딸 정희선 씨의 구술을 담았다. 이 자료를 통해 1940년대 전후 제주 여성의 임신에서부터 출산의례 과정, ‘애기할망’의 역할 등과 함께 출산과 관련한 다양한 제주어 표현들을 확인할 수 있다.
‘간호사, 언니, 조산사’가 들려주는 출산 이야기에는 전문적인 의료 기술을 갖추고, 병원 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산사, 산파를 했던 김영희, 김매자, 홍정자, 김순선 씨의 구술이 정리돼 있다.
제주 조산계의 전설로 평가받는 김영희, 김순선 씨 편에서는 조산사직을 천직으로 여기고, 조산원을 운영하며 겪은 수많은 일화를 엿볼 수 있다.
‘삼스랑할망, 산파’와 함께한 출산 이야기에는 앞서 다루었던 ‘애기 내우는 할망’과 ‘산파’를 만난 김옥자, 박순자, 장희숙ㆍ김일선 씨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책은 제주학연구센터의 ‘제주어와 제주 전통문화 전승 보전 사업’ 연구진이 ‘제주의 산파와 출산의례’를 주제로 조사한 자료를 보다 읽기 좋게 재구성했다. 제보자별 구술 내용을 다듬고, 제보자 정보 요약, 표준어 대역, 제주 어휘 이해에 도움이 되는 각주 등을 함께 더해 제주어를 잘 몰라도 편히 읽을 수 있도록 꾸몄다.
‘제주의 산파와 출산’은 제주학연구센터 제주학 아카이브( http://jst.re.kr/jejustudiesDetail.do?cid=080100&mid=RC00096547 )에서 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한편, 제주학연구센터는 올해는 ‘제주의 혼례문화-20세기 제주의 결혼 정보 회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조사를 진행한다.
문의: 제주학연구센터(064-900-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