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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제주학연구센터의 연구성과를 알려드립니다.

[제주의소리] 영화·드라마 등 미디어 등장 많아진 지금, 제주어 숨 불어넣을 골든타임

  • 2022-10-11
  •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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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08465

2022 제주어포럼 개최...고희영·김선희·변종수 등 제주어 보전 다짐 한 마음제주학연구센터는 7일 오후 제주문학관 4층 대강당에서 ‘제주어포럼 눌―영화, 드라마, 제주어를 솜지다’를 진행했다. ⓒ제주의소리

국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영화 ‘빛나는 순간’, 미국 드라마 ‘파친코’ 등 최근 제주어를 사용한 영상 작품들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제주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어에 호기심을 가지고 매체 노출 또한 늘어나는 최근 상황을 제주어를 알릴 ‘골든타임(결정적 순간)’으로 삼자는 의견이 나왔다.

제주학연구센터는 7일 오후 제주문학관 4층 대강당에서 ‘제주어포럼 눌―영화, 드라마, 제주어를 솜지다(삼키다)’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올해 제6회를 맞는 제주학대회의 일환이다. 최근 대중문화에서 더욱 주목하는 제주어에 대해 업계 종사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제주어포럼 패널 모습. ⓒ제주의소리
포럼 패널은 영화 ‘물숨’과 ‘물꽃의 전설’, 그림책 ‘엄마는 해녀입니다’ 등을 제작한 영화감독 고희영, 방송작가로 30년 넘게 활동하며 제주어 TV드라마 ‘가옥신’, ‘어멍의 바당’ 등을 쓴 김선희, 평생을 연극인으로 살아왔고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인생이 아름다워’, 영화 ‘계춘할망’, 미국 드라마 ‘파친코’ 등의 작품에서 제주어 감수를 맡은 연극인 변종수 배우 등을 초대했다. 여기에 양영식 제주도의원과 변영근 제주도 문화정책과장도 함께했다. 진행은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장이 담당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제주어로 창작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고민, 생각들을 풀어냈다.

김선희.
김선희.
김선희 작가는 “2011년에 제주어 드라마를 처음 제작했다. 고대 탐라국부터 근현대사까지 제주사를 풀어내는 프로그램으로 3년 2개월 동안 진행했는데, 당시만 해도 TV방송에서 사투리를 사용하기가 어려운 보수적인 시기였다. 그래서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표준어로도 제작했는데 제주어 일 때와 반응이 달랐다. 제주어로 제작하면 시청자들이 ‘우리 이야기’라면서 더욱 흥미있게 반응해줬다”고 설명했다.

고희영 감독은 “영화 제작을 할 때 제주 삼춘들과 인터뷰를 하면 고민이 생긴다. 중간 정도는 표준어를 써야할까 싶은데, 제주어로 말하자마자 삼춘들이 너무 편하게 대해주신다. 제주어를 쓰기 전 까지는 묘하게 긴장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언어는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고 하던데, 확실히 공감한다. 영상 작업을 하면서 제주어의 위력을 날마다 느낀다”고 말했다.

변종수.
변종수.
변종수 배우는 “돌이켜보면 2010년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출연했던 김용림 선생이 제주 출신도 아님에도 제주어를 정말 잘하셨다. 제주어를 예전처럼 완벽하게 구사하진 않았지만, 감정을 중요시 여기면서 제주어와 표준어를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했다. 그 당시에는 제주어를 잘 한다고 여기지 않았지만 다시 살펴보니, 최근 일상에서 사용하는 제주어와 유사해서 깜짝 놀랐다. 2010년 김용림 선생이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제주어 연기였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모두 제주인으로서 제주어를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다. 세 사람은 제주어가 소멸위기 언어에서 벗어나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바람을 남겼다.
김순자.
김순자.
연극인 변종수는 “영향력 있는 배우, 인사들이 먼저 나서서 제주어를 많이 써주길 바란다. 경상도 사투리가 방송에서 등장한 때가 오래된 것 같지만 길어도 30년 밖에 안된다. 예를 들어 원로배우 추송웅 선생은 경력이 쌓이면서 원래 대본을 경상도 사투리로 바꿔서 연기했다”면서 “미디어에서 제주어를 사용할 때 최대한 옛 상태와 비슷하게 사용해야 바람직한 것일까. 난 그렇진 않다고 본다. 오히려 작은 표현 정도라도 표준어처럼 거부감 없이 사용하고 대중들에게 각인이 된다면 제주어 보전에 나름 기여하는 게 아닐까. 생경한 언어를 온전히 따라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작은 것에서 출발하면 좋겠다. 지금은 미디어의 파급력이 더욱 커지지 않았냐”고 강조했다.

고희영.
고희영.
고희영 감독은 “어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바로 언어다.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큰 인기를 얻었는데, 드라마 속 출연자들이 제주어를 잘하나 못하나를 분석한 유튜브 영상도 조회수가 110만회를 기록할 만큼 지금 제주어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제주어는 표준어와 비교해도 더 풍성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해외에서 영화 상영 행사를 가면 어느 국가 도시를 가도 제주분들은 꼭 만나게 된다. 그 분들은 제주어가 영화에서 들리는 순간 눈물을 흘리신다. 언어는 참 대단하다. 제주어 안에는 제주 바람 소리가 있고 제주인의 정서가 있다. 마치 퇴적층처럼 언어 안에 쌓여있다”고 설명했다.
양영식.
양영식.
김선희 작가는 “언어는 아래로 흘러야 보전된다. 지금 제 나이가 50대인데, 우리 세대는 7080 이상 윗세대의 말을 모으고 동시에 아래 세대로 전달해야 하는 역할인 것 같다. 학교 방과 후 과정이나 동아리에 그치지 않고 더 강화된 교과 과정 안에서 제주어를 가르쳐야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제주어가 손자·손녀까지 전달되리라 본다. 효과적인 제주어 전승을 위해서 ‘제주어 소리 사전’이 꼭 만들어지면 좋겠다. 드라마 원고를 써도 제주어는 눈으로는 절대 알 수 없고 소리로 익혀야 한다”면서 “제주어는 유네스코가 공인한 소멸위기 언어인데, 대중적으로 관심 많아진 지금이 제주어의 숨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아닌가 싶다. 어떤 형식으로든 제주어를 많이 사용하면서 제주어가 조금 더 긴 생명력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강조했다.

변영근.
변영근.
출처: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