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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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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제주도, 의회 모두 무신경...기약 없이 미뤄지는 ‘제주어대사전’

  • 2024-11-22
  • 조회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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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30237

제주도, 의회 모두 무신경...기약 없이 미뤄지는 ‘제주어대사전’

[문화예술 콘텐츠, 꿰어야 보배] 2. 제주학연구센터 ‘제주어대사전’ 편찬 사업

 

2024.09.14. 제주의소리(한형진)

 

2024년 완성 목표였던 제주어대사전이 2027년으로 목표가 연장됐지만 예산 부족으로 편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맨 왼<br>쪽부터 1995년판 제주어사전, 2009년판 개정증보 제주어사전, 2023년 제주어대사전 편찬 자료. ⓒ제주의소리

2024년 완성 목표였던 제주어대사전이 2027년으로 목표가 연장됐지만 예산 부족으로 편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맨 왼쪽부터 1995년판 제주어사전, 2009년판 개정증보 제주어사전, 2023년 제주어대사전 편찬 자료. ⓒ제주의소리

 

가칭 ‘제주어대사전’은 1995년 발간한 ‘제주어사전’, 2009년에 나온 ‘개정증보 제주어사전’의 뒤를 잇는다. 앞선 두 권의 사전 모두 발간 주체가 제주도인 점을 감안하면, 공인 제주어사전이라는 점에서 ‘제주어대사전’이 가지는 위상은 상당하다.

 

그렇다면 제주어대사전은 과연 완성됐을까? 대답은 ‘아니오’이다.

 

제주어대사전 편찬 계획은 제주학연구센터가 제주도를 대신해 정리한 ‘제주어대사전 편찬 기본 계획’에 근거한다. 기본 계획은 2019년과 2023년, 두 차례 작성됐다. 

 

2019년 첫 기본 계획에 따르면, 대사전 편찬은 ▲1단계(2018년~2019년) ▲2단계(2019년~2021년) ▲3단계(2022년~2024년) ▲4단계(2024년)으로 구분해, 2024년 사전 인쇄·발간, 출판기념회를 가지고 웹사전 준비 단계에 착수하는 목표였다.

 

그러나 2024년이 3개월 남짓 남은 현 시점에서 제주어대사전은 사전 인쇄는커녕, 아직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주어대사전을 만드는 제주학연구센터는 2018년 자문, 감수, 집필위원을 각각 구성하고 2019년에는 2009년판 사전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했으며, 2020년 제주어대사전 집필기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본격적인 편찬에 착수했다.

 

ⓒ제주의소리

제주학연구센터가 자체 개발한 제주어대사전 집필기 ⓒ제주의소리

 

제주어대사전 편찬은 2009년판 ‘개정증보 제주어사전’을 기반으로 한다. 2009년판 사전이 약 2만4000개 단어를 담고 있다면, 대사전은 4만개 이상을 목표로 한다. 특히 새로운 단어를 추가하고 용례(쓰고 있는 예), 용예의 출처 같은 정보를 보강한다.

 

보강 방법은 먼저 나온 제주어 관련 자료, 문학 등을 참고한다. 다만, 저작권 문제가 있으니 우선 제주학연구센터가 만든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했다. 제주어 구술 자료집, 제주지역어 조사 보고서, 민족생활어 제주어지역 조사 보고서, 제주의 전통 옷 구술 자료, 제주시 동부지역 세시풍속 자료, 마을기록 해녀문화 조사사업 구술자료집 등이다.

 

동시에 사전 속 제주어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참고 사진도 섭외했다. 현재까지 사진 840점을 확보했다.

 

2009년판 개정증보 제주어대사전에서 '감저', '감저구뎅이' 단어 설명 부분. ⓒ제주의소리

2009년판 개정증보 제주어대사전에서 '감저', '감저구뎅이' 단어 설명 부분. ⓒ제주의소리

 

제주어대사전에서 설명하는 감저. 설명이 다양하게 추가됐다. ⓒ제주의소리

제주어대사전에서 설명하는 감저. 설명이 다양하게 추가됐다. ⓒ제주의소리

 

제주어대사전에서 설명하는 감저 구뎅이. 설명이 다양하게 추가됐다. ⓒ제주의소리<br>

제주어대사전에서 설명하는 감저 구뎅이. 설명이 다양하게 추가됐다. ⓒ제주의소리

 

이렇게 다방면에서 고군분투하며 노력 중이지만 왜 계획대로 2024년에 완성하지 못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고질적인 예산 삭감이다.

 

제주학연구센터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대사전을 만드는데 필요하다고 정리한 예산은 총 20억원. 그러나 지금까지 편성된 실제 예산은 매해 계획했던 예산 규모의 절반, 혹은 그 이하 정도 수준이다.

 

예를 들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해 3억50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고 계획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를 돌고 돌아 제주학연구센터에 온 한 해 대사전 편찬 예산은 1/3 수준인 1억원 남짓이다. 

 

제주어대사전 편찬과 웹사전 구축을 위해 2023년 본예산에 2억원을 요청했지만, 실제 반영된 예산은 1억원이다. 2024년 본예산은 웹사전에 방점을 찍고자 4억원을 요청했지만, 마찬가지로 1억원만 반영됐다. 

 

이런 이유로 편찬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붙지 못했다. 그럼에도 참고자료 데이터베이스화, 사진 섭외 등 꾸역꾸역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

 

결국 제주학연구센터는 제주어대사전 편찬 작업의 방향을 수정했다. ‘선 인쇄, 후 온라인화’에서 ‘선 온라인화, 후 인쇄’로 방향을 틀었다. 온라인 플랫폼(제주어 종합 누리집)을 먼저 구축해 웹 사전을 만들고, 도민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방대한 분량을 처리하면 그때 인쇄한다는 구상이다. 

 

두 번째 제주어 발전 기본 계획에 명시된 누리집 구축 예산(노란색). 그러나 2023년도 올해도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두 번째 제주어 발전 기본 계획에 명시된 누리집 구축 예산(노란색). 그러나 2023년도 올해도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바뀐 계획을 반영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진행할 ‘제주어 발전 기본 계획’도 새로 수립했다. 그러나 두 번째 기본 계획에서 우선돼야 할 온라인 플랫폼(제주어 종합 누리집) 구축 예산마저 2023년과 2024년 전액 삭감됐다. 현재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제주어대사전에 얼마나 무관심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진한 속도를 따라 잡으려면 7명 뿐인 집필위원도 분야 별로 확대해야 한다. 보다 다양한 용례를 수록하기 위해서는 문학 등 추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해야 한다. 그 단계로 나아가려면 저작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보다 풍부한 콘텐츠를 구축하려면 사진 혹은 삽화까지 추가해야 한다. 이렇게 할 일이 눈앞에 놓여있지만 이런 흐름으로는 언제 대사전을 완성할지 가늠조차 못하고 있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제주어대사전 편찬 사업은 제주 문화 발전은 물론이요, ‘소멸 위기’인 제주어의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후세에 전승하는 제주어 구술 자료들을 온전히 해석하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업”이라고 대사전 편찬 사업의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