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노젓는소리’ 사설 구성 및 전승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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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문화 31호
제주도 해녀의 노젓는소리들로부터 ‘선택과 환유’, ‘유사성과 반복’, ‘엮음과 차용’이라는 세 가지 구성 원리를 찾아낼 수 있다. 해녀들은 해녀 노 젓는 소리의 수많은 문틀들 가운데 가창상황과 정서에 맞는 것들을 선택해야 하는데, 여기서 선택과 환유의 원리가 요구된다. 어떤 문틀을 선택하느냐는 가창자의 기억 용량, 가창 능력, 정서 상태, 노 저을 때의 상황 등에 달린 문제이며, 가창자가 특정한 대상을 선택하여 다른 것과 연관시킨다는 점에서 선택은 환유와 직결된다. 따라서 환유와 선택은 해녀 노 젓는 소리의 사설 구성이나 전승에 유용성과 함께 미적가치를 부여하는 원리다.해녀 노 젓는 소리에서 유사한 음을 활용한 문틀의 반복성은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특히 형태나 의미의 면에서 유사한 구조의 어사들을 주기적으로 반복함으로써 미적 효과를 높이는 방법은 대부분의 해녀 노 젓는 소리들에서 발견되는 전승의 원리다.
다른 전통노래와 마찬가지로 장편의 해녀 노 젓는 소리에서 찾을 수 있는 원리가 엮음이다. 다수가 어울려 가창한다는 점에서 해녀 노 젓는 소리의 사설이 복잡하게 ‘엮일’ 가능성은 크다. 앞소리의 내용을 뒷소리가 그대로 모방하거나 앞소리는 본 사설을 연결하고 뒷소리는 후렴구만을 반복하는 양상 등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경우들인데, 이 경우 복제와 창안이라는 두 가지 방법이 주로 쓰인다.
해녀 노젓는소리는 노동의 현장에서 형성·전승되어 왔다는 점에서 노래의 실용가치와 미적 가치가 잘 융합된 실례로 꼽을 수 있다. 이 노래의 가창 정도와 노동의 숙련도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담당층인 해녀들은 어린시절부터 이 노래의 사설 창작 및 전승에 크게 신경을 써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흥을 비롯한 미적인 요소에도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선택과 환유, 유사성과 반복, 엮음과 차용 등은 해녀 노젓는소리의 사설 창작과 전승에 관한 실제적이면서도 미적 가치를 지닌 요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