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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제주의 옛 관문, 화북에서 펼쳐진 역사와 문화의 향연

  • 2025-09-29
  • 조회 132
원문기사
https://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360661

제4회 화북포구문화제, 27일 막 올려 ... 많은 이들 방문
노래잔치부터 목사 퍼레이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2025. 9. 27. 미디어제주(고원상 기자)

 

27일 막을 올린 제4회 화북포구문화제에서 거리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27일 막을 올린 제4회 화북포구문화제에서 거리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바삐 움직였다. 예로부터 제주의 관문으로 여겨지던 곳이자, 늘 사람들이 북적였고 활기가 넘첬던 포구, 제주시의 화북포구에선 이른 아침부터 포구문화제를 준비하기 위한 이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느 덧 4회째를 맞이하게 된 이번 축제는 '바다 건넌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을 주제로,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에 걸쳐 화북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현대적 문화예술로 풀어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자리로 마련됐다. 

 

축제의 첫 날인 27일은 화북의 어르신들이 무대위로 올라 그간 열심히 연습해왔던 노래실력을 뽐내는 프로그램으로 축재의 시작을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른아침부터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축제에 차질이 생기는 듯 했다. 그럼에도 주최 측에선 당황하지 않고 무대 위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추가 천막을 설치하고, 객석에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앉을 수 있도록 수시로 빗물을 닦아내며 행사를 준비를 이어갔다.

 

27일 오전 화북포구문화제 주최측에서 의자에 고인 빗물을 지속적으로 닦아내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27일 오전 화북포구문화제 주최측에서 의자에 고인 빗물을 지속적으로 닦아내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그렇게 의자 하나하나에 고인 빗물을 닦아내는 손길이 쉬지 않고 있을 때, 하나 둘씩 알록달록한 우산을 쓴 이들이 객석을 채우기 시작했고, 오전 10시가 지나면서 본격적인 축제가 막을 올렸다.  

 

지역 어르신들이 마이크를 잡고 자신의 끼를 한껏 뽐내는 동안 객석에선 계속 해서 박수가 이어졌고, 웃음과 환호성도 뒤따랐다. 

 

그 외에 행사장을 따라 마련된 부스에서도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먹을거리 코너는 물론 해녀복 체험과 작은 배를 조립해볼 수 있는 코너, 풍물을 배워볼 수 있는 코너 등이 마련돼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해볼만한 코너는 '화북진성 쌓기 체험' 코너였다. 화북진성은 화북포구의 바로 앞에 지금도 남아 있는, 돌을 쌓아 만든 성이다. 

 

화북포구는 제주의 관문으로 불리는만큼, 외적의 침입도 잦았다. '제주대첩'으로 불리는, 제주에 침입한 왜구를 제주의 민·관·군이 하나가 돼 크게 무찔렀던 그 사건에서도 왜구가 처음 제주에 발을 딛은 곳이 화북포구였다. 

 

그런만큼 이 포구를 보호하기 위해 화북주민들은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무암을 갖고 포구 앞에 높게 성을 쌓았다. 그 성은 지금까지 화북을 지키는 것처럼 서 있다. 

 

포구문화제의 현장에 마련된 부스에선 현무암을 쌓아보면서 제주를 지키려는, 마을을 지키려는 그 마음이 담긴 화북진성 쌓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오후가 되자 행사장으론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가족단위의 많은 방문객들이 포구 곳곳에 마련된 다양한 체험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문화제가 이어지던 중 오후 4시가 되자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목사 행렬 길트기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이 퍼레이드는 지난해 3회 문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이번에 다시 한 번 마련된 프로그램이었다. 또한 행사 주최측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27일 화북포구에서 열린 화북포구문화제에서 목사 행렬 길트기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27일 화북포구에서 열린 화북포구문화제에서 목사 행렬 길트기 퍼레이드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제주목사는 정3품이면서도 각 도의 수장격인 절제사 역할을 맡은 인물이었다. 제주목사는 제주도 방어의 일선 책임자로서 순력을 진행해왔는데, 순력의 시작점은 제주성과 가장 가까운 화북이었다. 포구문화제에선 지난해부터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제주목사의 행렬을 만들었고, 거리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퍼레이드는 흥겨훈 풍물가락과 함께 4괘를 표현한 깃발에 둘러쌓인 목사가 앞뒤로 많은 인파를 거느리고 화북포구에서 출발, 마을의 거리를 크게 돌아 다시 포구로 돌아오는 형태로 이뤄졌다. 축제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이 이 행렬을 따라 마을을 돌며 축제를 만끽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축제 현장에선 화북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전은 물론 다양한 그림전시회, 옛길따라 걸을락 플로깅, 보트탈고 유적지 탐방, 깅이잡기 및 고망낚시 등의 프로그램이 포구를 방문하는 이들의 발길을 잡기도 했다. 

 

화북포구문화제의 첫날은 이처럼 지역주민은 물론 화북으로 나들이를 온 많은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마을을 크게 도는 퍼레이드까지 겯들어진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