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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척박함이 빚어낸 제주 미각을 만난다

  • 2025-09-29
  • 조회 125
원문기사
https://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360671

문학동네서 <제주미각> 발간
제주 출신 11명 저자로 참여

2025. 9. 29. 미디어제주(김형훈 기자)

 

[미디어제주 = 김형훈 기자] 유네스코 유산의 섬 제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지만, 화산회토로 이뤄진 뜬땅이라 쌀농사는 어려웠다. 대신 조, 메밀, 보리, 콩 같은 잡곡이나 고구마, 감자 같은 구황작물을 주로 심었다. 바다나 땅에서 그때그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음식 문화를 발전시켰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국물 요리의 발달이다. 제주 전통 음식 453가지 중 국물 요리만 78가지나 된다. 거친 식감의 잡곡밥을 부드럽게 먹기 위해서도 그럴 테지만, 물을 부어 양을 무한정 늘려 곯은 배를 채우고, 밭일과 물질로 바쁜 이들의 몸과 마음을 녹이는 데도 좋았기 때문이다.

 

몸국이나 고사리 육개장처럼 돼지 사골 육수인 ‘돗 국물’에 모자반이나 고사리 같은 재료를 넣어 양을 불린 것은, 많은 이들에게 푸짐하게 대접하려 했던 제주의 나눔과 절약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였다.

 

제주 식탁은 한라산의 산물과 바다의 산물이 한데 어우러졌다. 우영팟(텃밭)과 바당팟(바다)의 조화인 셈인데, 이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서로 돕는 공생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잔치나 관혼상제 때는 서로 음식을 만들거나 부조 대신 음식을 해오는 협력의 문화가 있었고, 낭푼(양푼) 하나에 밥과 반찬을 모두 넣어 나눠 먹던 ‘낭푼밥’은 함께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의 증거였다.

 

그렇다고 제주 음식은 고정된 형태는 아니다. 늘 변화했다. 과거 몽골이나 일본 같은 외국 문화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 최근에는 제주에 터를 잡은 육지 출신 젊은이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제사상도 독특하다. 조상에게 좋은 것, 새로운 것을 맛보이려는 마음으로, 한때 주역이었던 전통 떡은 카스텔라, 롤케이크, 심지어 크림빵, 초코파이 같은 현대식 빵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이같은 제주사람의 음식철학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문학동네에서 펴낸 ≪제주미각≫이다.

 

≪제주미각≫은 제주 토박이 인문학자 열한 사람이 신화와 민요, 옛 문헌 자료를 통해 돔베고기, 몸국, 갈칫국, 옥돔구이 같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제주 고유의 문화인 ‘일렛잔치’, ‘문전제’ 같은 행사 때 음식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알게 된다. 아울러 제주 사람들의 나눔, 협력, 우주관까지 친근하게 다가왔다.

 

≪제주미각≫은 단순한 제주 맛 소개를 뛰어 넘어 음식에 담긴 의미를 폭넓게 살핀다. 글쓴이는 고지영(동국대 WISE 인문학연구소 전문연구원), 김규태(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강의교수), 김민경(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강의교수), 김서영(제주대 인문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 김은희(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문성호(제주대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안영실)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강의교수), 이진영(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강의교수), 이가영(제주대 중아중문학과 교수), 이하영(제주대 자유전공 계약교수), 정민경(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