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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0년 역사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논란…문화자산 허문 행정에 비판 봇물

  • 2025-09-22
  • 조회 98
원문기사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39764

시, 안전진단 ‘E’ 등급에 철거 결정했지만
“문화예술 정책 일관성 없어” 지적 이어져

2025. 9. 20. 제주의소리(원소정 기자)

 

20일 오후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귀포관광극장. 사진 제공=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제주의소리

20일 오후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귀포관광극장. 사진 제공=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원도심의 상징이자 지역민의 문화적 기억이 담긴 관광극장이 철거에 들어가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귀포시는 안전상의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도내 건축 전문가들과 문화예술계에서는 “역사적 건축 자산을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허물었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20일부터 이중섭거리에 있는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공사를 본격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굴삭기가 동원돼 야외공연장을 비롯한 건물을 차례대로 허물고 있다.

 

관광극장은 1960년에 준공돼 1963년 문을 연 서귀포 최초의 극장으로, 당시 영화관이 드물던 시절, 서귀포 시민들은 이곳에서 영화를 보고 공연을 즐기며 여가문화를 누렸다. 단순한 상영관을 넘어 지역민들이 모이고 교류하는 문화 사랑방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공동체 기억이 깃든 공간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 이중섭 거리의 서귀포관광극장(1963. 10. 8. 개관한 서귀읍 최초의 현대식 극장) 옛 모습(1966~1969년 추정).

현 이중섭 거리의 서귀포관광극장(1963. 10. 8. 개관한 서귀읍 최초의 현대식 극장) 옛 모습(1966~1969년 추정).

 

허물어지기 전의 서귀포관광극장. 출처=한국관광공사

 

비록 1999년 문을 닫고 오랜 세월 방치됐지만, 건물은 여전히 서귀포 원도심의 문화적 상징성을 간직해 왔다.

 

특히 이중섭미술관과 맞닿아 있어 서귀포 문화예술 거리인 ‘이중섭거리’의 역사적 맥락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근현대 서귀포 생활문화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는 장소로 꼽힌다.

 

최근 들어서는 시민과 예술인들이 야외공연장, 전시장, 문화프로그램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단순한 폐건물이 아니라 문화재생의 거점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서귀포시도 이러한 지역 의견을 반영해 2023년 12월 건물과 부지를 매입하고, 이중섭거리 활성화 및 문화예술 기반 확충 사업과 연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귀포시는 철거 결정의 이유로 안전 문제를 내세웠다. 시는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관광극장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실시했고, 그 결과 건물은 붕괴 위험이 있는 E등급 판정을 받았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노후화된 건물로 인해 주민과 관광객 안전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정밀안전진단에서도 심각한 위험성이 확인돼 불가피하게 철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서귀포시는 2025년 6월부터 문화예술 단체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현장 설명회를 진행했으며, 지난 9월9일에는 정방동주민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귀포관광극장. 사진 제공=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제주의소리<br>

20일 오후 철거 공사가 한창인 서귀포관광극장. 사진 제공=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제주의소리

 

그럼에도 철거 소식을 들은 도내 건축가, 건축사 등 건축관계자들은 현장에 모여 무너져 가는 관광극장을 보며 허망함을 표하고 있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철거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다”며 “단순한 안전 문제라면 시공이나 공법을 보완해 해결할 수 있는데, 철거부터 결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광극장은 도에서 추진한 우수건축자산 용역에서 후보로까지 제시된 건물인데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며 “문화예술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우수건축자산 관리 체계가 부실하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행정 절차상의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철거 방침이 알려진 지 며칠 되지도 않아 건축 관련 단체가 의견을 전달하기도 전에 행정이 철거를 시작했다”며 “충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이자 민주적 절차의 결여”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