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매일] '수고했다’ 위로의 제주말이 졸지에 ‘사기당했다’로
-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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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센터서 ‘속앗수다’ 대신 ‘속았수다’ 표기…시민 문제 제기
“관공서 잘못된 사용 안돼”…전문기관 자문·감수 제한적 현실
2025. 8. 27. 제주매일(조문호 기자)
![제주어를 잘못 사용한 간판(빨간 네모 안). [사진=제주자치도에 바란다]](https://cdn.jejumaeil.net/news/photo/202508/349526_123216_4924.jpg)
제주어를 잘못 사용한 간판(빨간 네모 안). [사진=제주자치도에 바란다]
멋진 제주 사기당했다?
잘못된 제주어 표기 간판 때문에 제주도 공공기관이 졸지에 ‘사기당했다’를 광고하는 주체가 됐다.
제주시는 올 상반기 ‘그린커튼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약 3800만원을 들여 제주시 한 주민센터 화장실 외벽에 ‘녹색 커튼’을 설치했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건물 외벽에 덩굴성 식물을 설치해 녹색 커튼을 활용하는 사업이다. 탐라도서관과 별빛누리공원, 노후 공중화장실 등에 이를 적용해 실내 온도 저감과 미세먼지 차단, 미관 개선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멋진 제주 속았수다”라는 문구로 간판을 단 것이 ‘옥에 티’가 됐다. 이를 본 고 모씨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제목을 차용한 것 같다”면서 “드라마는 드라마로 이해할 수 있지만 관공서까지 잘못된 제주어를 사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아 보인다”고 ‘제주자치도에 바란다’에 문제를 제기했다.
고씨의 지적은 ‘속았수다’의 바른 제주어 표현이 ‘속앗수다’이기 때문에 나왔다. 마찬가지로 ‘폭싹’의 바른 제주식 표기는 ‘폭삭’이다. 이를 따르면 앞의 간판은 ‘멋진 제주 속앗수다’로 새겨야 했다. ‘속앗수다’는 ‘수고했다’는 뜻이지만 ‘속았수다’는 ‘사기당했다’는 말이기에 전혀 다른 표현이다.
제주학연구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제주어는 과거형(았/었)에 ‘ㅆ(쌍시옷)’ 대신 ‘ㅅ(시옷)’을 쓴다”고 설명했다. 제주어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이기에 이것만 기억하면 헷갈릴 일이 없다는 말이다.
제주어 전문기관에 자문하지 않고 임의로 쓴 제주어 오기 간판 문제는 지난해 3월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연구진이 제주시 신성로와 서귀포시 아랑조을거리의 제주어 간판을 조사한 결과 2개 중 1개꼴로 오류가 확인됐다.
앞서 제주학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어 사용 자문은 늘고 있지만 모든 공공기관에서 요청하지는 않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민원의 의미를 이해하겠다”며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