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조경] 100년 전 식물채집 기록, 공모전 통해 수수께끼 풀다
- 20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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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 ‘우리 식물 읽어버린 기록’ 공모전서 윌슨 오류 바로잡아
2025. 8. 4. 환경과조경(정승환 기자)

1917년 미국 식물학자 헨리 윌슨이 촬영한 ‘제주 천지연폭포’. 기록에는 정방폭포로 명시됐다.(사진=국립수목원 제공)
[환경과조경 정승환 기자]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광복 80년을 맞아, 지난달 진행한 ‘우리 식물의 잃어버린 기록을 찾아서: 이제 당신의 사진으로 이어갑니다’라는 온라인 사진 공모전에서 100여 년 전 식물채집 기록의 역사적 퍼즐을 푸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1917년부터 1918년까지 미국 아놀드 수목원 소속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E.H.Wilson, 1876-1930)이 한반도 전역을 탐사하며 남긴 사진과 기록을 바탕으로 일반 국민이 같은 장소를 찾아 다시 촬영한 사진을 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시민들이 제출한 사진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공모 참가자들로부터 수집된 사진을 통해 제주도에서 촬영되어 정방폭포로 기록된 사진 속 장소가 실제로는 천지연폭포로 확인됐다. 또한 울릉도 도동 지역의 107년 전과 현재 사진을 비교한 결과 생태환경이 뚜렷하게 변화한 사실이 관찰됐다.
당시 윌슨이 남긴 한 사찰에 대한 기록 중 ‘서울 성북구 관음사’로 기록된 지명도 서울이 아닌 북한 개성의 관음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명의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표기한 것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윌슨의 식물채집 경로를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었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은 “이번 캠페인은 단순한 사진 공모전을 넘어, 국민의 눈으로 잃어버린 식물학적 단서를 되찾은 공동 탐사의 여정이었다”며 “한 장의 사진이 100년 전 생태의 흔적을 다시 조명하고, 식물채집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임 원장은 “앞으로도 국립수목원은 일제강점기 식물채집의 흔적을 지속해서 발굴하고, 그 가치를 국민과 함께 공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2023년 촬영된 제주 천지연폭포

1917년 촬영된 울릉도 도동의 모습

현재의 울릉도 도동의 모습

1918년 촬영된 북한 개성의 ‘관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