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기억 위에 덧그린 풍경…고경화 개인전 '존재의 시간' 개막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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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7월 7일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서
2025. 6. 19. 제주도민일보(최지희 기자)

[제주도민일보 최지희 기자] 사라진 마을의 돌담과 숲, 이름 잃은 장소들이 예술의 언어로 되살아난다.
제주 출신 작가 고경화의 개인전 '존재의 시간'이 19일부터 오는 7월 7일까지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25 제주갤러리 공모 선정에 따른 기획으로 회화·목판화·설치 등 2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고경화 작가는 제주 4·3 유적지, 중산간 숲, 사라진 마을들을 오랫동안 답사하며 현장에 남은 자연과 인문지리적 흔적을 수집해왔다. 이 과정을 통해 완성된 작업은 회화와 영상, 설치로 이어지는 다매체 서사로 구현된다.
대표작 '존재의 시간 – 종남마을'은 지난 1948년 초토화 작전으로 소멸한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 종남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무너진 돌담과 우물, 대나무 숲의 잔재를 어두운 진녹색 바탕 위에 가느다란 흰 선으로 표현하며 보이는 풍경과 보이지 않는 기억이 중첩된 장면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현장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장소의 기억을 수용하고 되살리는 '샤먼적 수행'에 가까운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관람자는 작품을 통해 상실과 위로, 기억과 치유가 흐르는 하나의 예술적 의례에 참여하게 된다.
'존재의 시간'은 제주의 역사를 품고 있지만 그 정서는 특정 지역을 넘어 보편적 기억의 층위로 확장된다. 환경 파괴와 역사적 상처를 겪은 이들에게 예술이 줄 수 있는 위로와 회복의 가능성을 조명한다.
전시는 별도의 오프닝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오후 6시 30분이다. 매주 화요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