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제주 최초 수도급수조례 원형 찾았다
- 2025-05-29
- 조회 337
고기원 소장 국가기록원서
'우면 수도급수규칙' 확인
제정 배경·과정 등 총망라
민간조합규약 반영도 확인
2025. 5. 28. 제민일보(김봉철 기자)

우면 수도급수 규칙이 1932년 공포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우면 수도급수 규칙(右面 水道給水 規則) 신설의 건' 문서 첫 페이지. 국가기록원 제공
오늘날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수돗물 공급과 관련한 규칙인 '제주도 수도급수 조례'로 이어지는 효시에 해당하는 문서가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1920년대 민간이 조성한 수도시설을 공공에서 인수하는 과정과 수도공급 규칙 제정 과정, 당시 수도요금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어 제주 물 역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번에 발견된 문서는 현재 서귀포시 중심지역에 해당하는 제주도(濟州島) 우면(右面)이 요청해 1932년 공포된 '우면 수도급수 규칙(右面 水道給水 規則) 신설의 건' 등 3건으로, 고기원 제주곶자왈공유화재단 부설 곶자왈연구소장이 국가기록원을 통해 찾아냈다.
해당 문서들에 따르면 '우면 수도급수 규칙'은 1926년 5월 주민들에 의해 완공된 정방간이수도에 적용된 민간 조합의 규칙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방간이수도는 제주도 수도의 효시로 불리며, 정방폭포의 상류인 '정모시'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를 모아 서귀항 부근으로 연결한 수도다.
1928년 9월 16일 '면(面) 차입금의 건'이라는 문서를 보면 음용수 공급에 불편을 겪던 서귀리 주민들은 1925년 '우면 간이수도조합'을 조직하고 조선식산은행으로부터 1만1000엔(현재 환산 약 7억7000만원)을 차입해 이를 상환한 후 시설 전부를 면에 인계하는 목적으로 수도공사에 착수했다.
수도조합은 이듬해 공사를 마치고 이용료 수입으로 원리금과 유지비를 지불해왔지만 재정이 악화되면서 공공기관의 자체 사업으로 승계를 추진했고, 이 과정이 문서에 기록돼 있었다.
특히 문서에는 '우면 간이수도조합 규약'이 등장하는데, 나중에 제정된 '우면 수도급수 규칙'과 비교해 가구당 수도요금이 거의 정확히 일치했다. 이에 따라 민간 수도 규약이 공공 수도급수 규칙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1932년 4월 21일 '우면 수도급수 규칙 설정의 건 부신(副申)'이라는 문서와 같은 해 5월 21일 '우면 수도급수 규칙 신설의 건'이라는 문서에는 당시 김찬익 면장이 1931년 11월 19일 '우면 수도급수 규칙' 신설 및 개정을 신청해 이듬해 5월 21일 조선총독부가 이를 허가한 과정이 담겨 있다.
민간 수도시설을 인수한 우면이 제주도 최초의 수도급수 규칙을 만들고 허가받기까지 과정이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규칙 전문(全文)이 확인돼 당시 수도 공급 방식과 요금 산정 및 징수, 시설 관리, 위반 처분 등 당시의 상수도 정책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면 수도급수 규칙은 1955년 12월 23일 '제주시 수도급수조례'로 이어졌고, 현재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수도급수 조례'가 적용되고 있다.
한편 제민일보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제주 물 이용의 기록과 역사를 집대성한 「제주 물 100년사」를 올해 편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