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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소리] 제주4.3 다룬 詩 ‘한라산’ 실은 출판사 편집장, 진화위 ‘진실규명’

  • 2025-04-25
  • 조회 336
원문기사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35912

2025. 4. 24. 제주의소리(김찬우 기자)

 

신형식 녹두출판사 전무 겸 편집장 ‘녹두서평’ 출간 후 검거
진화위, 국가 ‘위법한 공권력’ 사과 및 명예 회복 등 조치 권고

 

장편 서사시 '한라산'을 수록한 간행물 녹두서평.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장편 서사시 '한라산'을 수록한 간행물 녹두서평.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을 다룬 이산하(본명 이상백) 시인의 작품 ‘한라산’을 책으로 엮어 세상에 펴낸 출판사 편집장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이하 진화위) 인권침해를 인정받았다.

 

이로써 4.3 발생 배경과 역사적 흐름, 권력을 등에 업은 학살자들의 만행이 담긴 시 ‘한라산’을 쓴 시인과 이를 펴낸 출판사 관계자 모두 국가폭력 피해를 인정,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7년 3월, 시 ‘한라산’이 실린 간행물 ‘녹두서평’을 펴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녹두출판사 전무 겸 편집장인 신형식이 주인공이다. 

 

앞서 진화위는 지난해 9월 이산하 시인에 대한 국가의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 위법한 공권력 행사 사실을 인정, 국가를 상대로 재심 등 명예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이어 진화위는 이달 23일, 제108차 위원회를 통해 신형식 편집장 사건인 ‘국가보안법 위반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신씨는 녹두출판사 전무로 재직하던 1987년 4월, 불온서적을 제작 판매했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치안본부에 연행,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제주4.3 장편 서사시 '한라산'의 저자 이산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4.3 장편 서사시 '한라산'의 저자 이산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여기서 불온서적은 이산하 시인의 장편서사시가 실린 ‘녹두서평’이었다. 전두환 정권은 ‘폭동’으로 규정한 제주4.3을 미화한 시를 펴냈다는 이유로 저자과 출판사 관계자를 잡아들였다.

 

이 시인이 시집을 발간한 뒤 구속, 옥고를 치른 일은 국내 대표적 필화사건으로 꼽힌다. 시집은 4.3 무장봉기 전후 과정과 미군정, 이승만 정권, 반공 단체들의 만행을 과감하게 표현했다.

 

진화위 조사 결과, 신씨는 1987년 4월 25일 영장 없이 치안본부에 연행된 후인 28일 구속영장이 발부, 집행될 때까지 최소 4일간 불법구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사 과정에서 수사관들에 의해 폭행 등 가혹행위, 진술 강요를 당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후 신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987년 10월 19일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진화위는 국가에 대해 불법연행 및 구금, 가혹행위 등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피해자에게 사과, 피해자 명예 회복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권고했다.

 

한편, 시를 펴낸 이산하 시인은 징역 1년 6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으며, 당시 녹두출판사 대표였던 김영호 씨(현 통일부장관)도 이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산하 시인의 항소이유서. ⓒ제주의소리

이산하 시인의 항소이유서.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