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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제주학연구센터에서 진행하는 행사, 강연 소식과 공지사항을 알려드립니다.

[제민일보] ‘또르륵’ 눈리나게 시리게 아픈 봄, 4·3이었구나

  • 2025-03-31
  • 조회 299
원문기사
https://www.jejumaeil.net/news/articleView.html?idxno=345507

2025. 3. 30. 제민일보(한애리 기자)

 

제주4·3 제77주년 맞아 도내 공연·미술 문화예술행사 줄이어
팬데믹 이후 재개된 위령제…서귀포시 동시 개최 미술제 ‘주목’

 

또다시 4월. 제주의 봄은 절정을 향하고 있지만 기억은 아직 차가운 겨울에 갇힌 이들이 있다. 올해 77주년을 맞는 제주4·3. 아직 제대로 된 이름도 갖지 못한 아픈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자 하는 이들의 울림이 곳곳서 소식을 알려온다. 제주4·3 제77주년을 맞아 열리는 문화소식을 모아본다.

 

#영가들의 왕생극락 염원하는 ‘붓시왕 맞이’

 

제주항 터미널 맞은편 주정공장 옛터에 자리한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공원에서는 제5회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 제주큰굿 ‘붓시왕 맞이’가 선보인다.

 

일본 스시마의 해안에 떠오른 수백구의 사체를 거뒀던 한 사람의 관심으로 시작된 한일 공동 위령제의 다섯 번째 공식행사다.

 

제주큰굿보존회와 제주4·3을 배우고 함께 행동하는 모임인 제주4·3한라산회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오랜 세월 제주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했던 오랜 치유법인 제주굿을 통해 주정공장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특별한 하루를 그린다.

 

특히 올해 행사에서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을 지낸 김수열 시인의 ‘물에서 온 편지’ 시낭송도 있을 예정이다.

 

이어 하늘궁전의 1만8000신들을 모시고 지금까지 제대로 재판을 받지 못한 영가의 억울함을 대명왕 치사에게 고하고 이승에도 재판 잘 되게 해주고 저승 염라대왕 앞에서도 영가들의 죄를 소멸시켜 왕생극락을 부탁하는 ‘붓시왕맞이’가 진행된다.

 

이어서 한라산회의 ‘대마도 아리랑’, 제주소리의 ‘한오백년’, 안복자의 ‘살풀이’ 공연도 이어진다.

그리고 오는 9월에는 일본 대마도에서 위령제가 봉행된다.

 

#제주4·3의 작가 김석범 헌정 형식 전야제

 

제77주년 4·3추념식이 봉행되기 전인 4월 2일 오후 7시부터는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제주4·3항쟁전야제가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전야제에서는 제주4·3을 써온 100세의 작가 김석범 탄생 100년 헌정 공연 형식으로 진행된다.

 

‘아! 김석범-기억하라 저항하라 그리고 살아남아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전야제는 일본 국민가수 가토 토키코의 공연으로 시작된다.

 

가토 토키코는 김시종, 김석범의 문학을 통해 제주4·3의 아픔을 알게 되고 4·3을 이해하기 위한 음악적 첫 걸음으로 이번 무대를 택했다.

 

그는 지난 1965년 제2회 일본 아마추어 샹송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데뷔한 가수로 미국 카네기 홀에서 두 번의 단독콘서트를 진행한 바 있으며 이번 제주공연에서는 ‘봉선화’, ‘혼자 자는 자장가’, ‘백만송이 장미’ 등을 부를 예정이다.

 

가토에 이어 국내 아방가르드 무용의 선구자로 한국 현대 무용의 전설로 불리는 홍신자는 제주4·3의 비극을 몸짓으로 풀어내고 뮤지컬 사월은 김석범 작가의 ‘화산도’의 내용을 무대 공연으로 풀어낸다.

 

# 대극장 안으로 들어간 4·3예술축전

 

지난 1994년부터 시작해 올해 31년을 맞은 ㈔제주민예총의 4·3예술축전은 오는 13일 제주문예회관 광장과 대극장에서 마련된다.

 

올해 제32회 4·3예술축전의 ‘사월, 기억의 문’은 그동안 야외에서 집체극 형식으로 치러졌던 축전의 내용과 형식에 변화를 줬다. 그래서 장소도 문예회관 대극장이다.

 

‘기억의 문’을 테마로 제주4·3 당시 남로당 제주도당의 호소문을 판소리로 재해석한 ‘봉기-불타는 들판’을 시작으로 ‘입산’, ‘다랑쉬굴-사라진 아이들’ 등 옴니버스 공연이 펼쳐진다.

 

또한 죽을 피해 밀항을 선택했던 한 할머니의 시선에서 풀어지는 ‘바다-숨겨진 노래’ 그리고 여전히 이름이 없는 제주4·3의 의미를 상징하는 ‘백비-이름없는 묘’와 탄핵사태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4·3정신으로 환기하는 순서도 마련된다.

 

이날 축전에서는 제주4·3을 상징하는 노래 ‘애기동백꽃’이 새롭게 편곡돼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 문진원 현대사 성찰하는 특별기획공연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도 4·3을 맞아 특별기획공연 2개를 무대 위에 올린다.

 

제주4·3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현대사를 들여다보기 위한 자리다.

 

제2회 박효선연극상 수상작인 지정남의 오월1인극 ‘환생굿’은 오는 4월 4일 오후 7시 30, 4월 5일 오후 5시 두 차례 공연되며 극단 가람의 ‘너에게 말한다’는 4월 11일 오후 7시 30분, 12일 오후 5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환생굿은 5·18광주민화운동 당시 희생된 여성들의 이야기로 군부독재 아래 감금되고 투옥된 이후 이름없이 사라진 여성들의 고통과 한(恨)을 그렸다.

 

극단 가람의 ‘너에게 말한다’는 오래전 빌레못 굴에서 희생당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명복 작.

이명복 작.

 

# 그림으로 말하는 제주4·3…4·3미술제

 

암흑 속에 묻혀있는 제주4·3을 미술로써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탐라미술인협회가 주최하는 4·3미술제 ‘타오른 바람, 이어든 빛’은 4월 3일부터 제주도 전역에서 마련된다.

 

올해는 지난해 행사에 참여했던 도내 작가 46명에 더해 광주와 대구, 부산, 경기지역 작가를 비롯해 대만, 일본, 필리핀 등 해외 작가 22명이 합류하며 규모도 커지고 내용도 깊어졌다.

 

또한 제주시지역에서 단독 진행됐던 행사가 올해는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 함께 개최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전시는 ‘타오른 바람’, ‘이어든 빛’ 두 개로 구성된다.

 

서귀포예술의전당과 예술공간 이아에서 4월 3일부터 동시에 시작되는 ‘타오른 바람’은 4·3미술이 지닌 본연의 의미와 이를 확장한 연대의 가치를 담아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인들이 4·3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겼다. 4·3의 현재성과 지역의 역사, 항쟁을 다룬 작품들이 평화의 중요성과 되새긴다.

 

4·3미술제를 준비하는 조직위는 지난해부터 4·3미술을 다음 세대로 잇기 위해 유적지 탐방과 세미나, 선배 작가와의 대담 등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4월 3일부터 3월 30일까지 산지천갤러리에서 개최되는 ‘이어든 빛: 청년사삼정감’은 4·3의 현재성과 미래를 고민한 청년작가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4월 12일에는 4·3미술제의 이해를 돕는 전시투어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이외에도 제주4·3평화재단은 4월 3일 메가박스 제주삼화점과 서귀포점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목소리들’ 유족 초청 상영회를 개최하고 대안학교 ‘동백작은학교’의 제주4·3항쟁 77주년 뮤지컬 ‘빗창’ 공연도 4월 2일 제주학생문화원 대극장에서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