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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제주] 바다에 수장되거나 총살된..., 4.3 주정공장 터에서 울려퍼진 진혼곡

  • 2025-04-09
  • 조회 341
원문기사
https://www.headlinejeju.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6439

2025. 4. 2. 헤드라인제주(함광렬, 홍창빈 기자)

 

77주년 4.3주정공장 수용소 행방불명 희생자 위령제 개최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 수장되거나 어디론가 끌려가 총살'
희생자 넋 달래는 굿 한판..."부디 해원(解冤)하소서"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 ⓒ헤드라인제주

 

77주년 제주4.3추념일을 하루 앞둔 2일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연안여객터미널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공원에서 4.3행방불명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큰 굿 한판이 펼쳐졌다.

 

사단법인 국가무형유산 제주큰굿보존회는 이날 오전 9시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공원에서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를 개최했다.

 

이날 큰굿이 펼쳐진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은 제주4.3 당시 수용소로 활용된 주정공장 터에 조성됐다. 당시 이곳에 수용됐던 많은 제주도민들이 바다에 수장되거나 어딘가로 끌려가 죽음을 당하거나 실종됐다.

 

이날 김수열 시인이 '물에서 온 편지' 시를 낭송한 것을 시작으로 제주큰굿굿의 붓시왕맞이, 한라산회의 '대마도 아리랑', 제주소리의 '한오백년', 안복자의 '살풀이'를 펼치며 행불인들의 영혼을 위로했다.

 

이 곳에 모인 4.3유족들과 행불인 유족들은 4.3당시 이 장소에 수용됐던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제주4·3을 배우고 함께 행동하는 일본인들로 구성된 한라산회 회원들도 참석해 마음을 더했다.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 ⓒ헤드라인제주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 ⓒ헤드라인제주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에서 김수열 시인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에서 인사말을 하는 나가타 회장. ⓒ헤드라인제주

 

한라산회 나가타 이사무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곳 주정공장 옛 터를 찾게된 것은 2017년 4월1일이었는데, 당시 이 곳은 아무것도 없는 공터였다"며 "당시 비문에는 '반세기를 훌쩍 넘긴 어느 날까지 어떤 기별 한 줌 흔적도 추스리지 못한 슬픔을 가눌 길이 없다'고 쓰여 있었고, 이 표석을 통해 제 가슴에 등불이 켜진 듯한 감정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나가타 회장은 "제 가슴에 켜진 등불은 주정공장 옛 터와 대마도의 공양탑이 연결됐던 것이라 생각한다"며 "대마도의 공양탑 뒷면에는 '이국의 혼을 달래주고 싶다'고 새겨져 있다. 신원 불명자로 돼 있으나, 누구인지 확실했기에 새기는 것이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1950년 8월4일 수용소와 경찰서에 구속돼 있던 예비 검속자 500여명이 산지항 앞바다에 수장돼 265km 떨어진 대마도 서쪽 해협으로 흘러들어 대마도로 떠내려왔다"며 "사자들은 그들의 기별과 흔적을 대마도에 남겼다. '우리는 살해됐지만 살아서 이곳 대마도에 도착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마도에서는 2014년 5월 4.3위령제가 열렸고, 2017년 한국과 일본에서 뜻 있는 이들이 모여 공양탑을 참배하고 2018년 제2회 위령제를 개최했다"며 "제게 있어 위령제는 사자들과의 만남이며, 그들의 생각을 듣고 계승해 나근 터전"이라고 말했다.

 

나가타 회장은 "기억은 옅어저 가는 것이다. 그러무로 어떻게 해서든 이 사건을 반복해 상기시켜야만 한다"며 "사자들의 생각을 계승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이곳 주정공장 터는 제주4.3 당시 한라산으로 피신했던 사람들이 '내려오면 살려준다'는 말에 속아 내려왔다 수용된 곳"이라며 "아주 어린 아이들이나 노인들은 풀려났지만, 많은 젊은 사람들이 바다에 수장되거나 어디론가 끌려가 총살을 당하거나 불법적인 군법회의로 전국 각지 형무소에 수감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 평화재단은 희생자들의 유해를 발굴해 시신을 찾아주는 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며 "저희들은 유해를 가족들의 품에 돌려드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DNA검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유해를 가족들께 보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그분들을 유족들의 품에 다시 안겨드릴때까지 결코 작별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약속했다.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창범 회장. ⓒ헤드라인제주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에서 인사말을 하는 양성홍 회장. ⓒ헤드라인제주

 

김창범 제주4.3희생자 유족회장은 "행방불명된 이들이 그리운 가족들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니 어언 수십년이 됐다"며 "제주4.3 77주년을 맞아 억울함을 해원하기 위해 고초를 당했던 이 곳에 제물을 진설하니, 부디 해원하기시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저희 불초 후손들은 영령님들을 오매불망 잊지 못해 영령님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온 정성을 쏟아왔다"면서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4.3당시 군법회의 명부에 기재된 2530분 중 아직도 많은 분들이 희생자로 결정되지 못해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다"며 "이 분들도 희생자로 결정돼 직권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양성홍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유족회장은 "행방불명인들은 4.3당시 1948년부터 1949년까지 이곳에 수용돼 있다가 부두를 통해 육지 형무소로 끌려갔다"며 "평화재단에서 유해의 DNA검사를 통해 유족들의 품에 돌려주는데, 저희 할아버지가 작년 12월 돌아오셨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이렇게 한분씩 가족들의 품에 돌아오시기를 바란다"라며 "또 주정공장에 수용돼 불법 군사재판을 받은 2530분 중 약 83%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명예회복에)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

2일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