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일보] 4·3 유해 75년 만에 가족 품으로
- 2025-03-05
- 조회 294
"사랑합니다 아버지" 한 맺힌 절규…4·3 유해 75년 만에 가족 품으로
2025. 2. 24. 삼다일보(현대성 기자)

24일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4·3 희생자 발굴 유해 신원 보고회'에서 유족 대표로 참석한 김광익씨가 아버지 고(故) 김희숙씨 유해 앞에서 흐느끼고 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24일 봉행된 ‘4·3 희생자 발굴 유해 신원 보고회’에서 75년 만에 아버지 고(故) 김희숙씨를 만난 아들 김광익씨의 외침이 4·3평화교육센터를 가득 메웠다.
김씨는 75년 동안 가슴 속에 켜켜이 쌓아 왔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절절히 토해냈고, 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유골함 앞에서는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다른 유족들도 침묵의 세월을 아픔으로 오롯이 견딘 마음을 달랬다.
김희숙씨는 한림면 저지리 출신으로, 1950년 6·25 전쟁 발발 후 예비검속돼 섯알오름에서 희생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제주국제공항에서 발굴된 유해에서 신원이 확인돼 이곳에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들 김광익씨는 “아버지를 고향 땅에 묻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동안 아버지를 보고 싶을 때는 모슬포 알뜨르비행장에 가서 소리쳤는데, 이제는 아버지 유해를 찾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이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고 눈물지었다.
이날 봉행된 신원 보고회에서는 지난해 유해 발굴 및 유전자 감식 사업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김희숙씨와 강정호씨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강정호씨는 성산면 오조리 출신으로, 군 복무 중 1948년 제주 출신 9연대 소속 군인들이 희생될 때 행방불명됐다. 강씨가 행방불명된 후 강씨의 부모와 형제도 차례로 희생됐다. 강씨 역시 모슬포에서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신원 확인으로 제주공항에서 희생된 사실이 밝혀졌다.
유족 대표로 이날 신원 보고회에 참석한 강정호씨의 조카 강중훈씨는 유골함에 삼촌의 이름을 달며 먹먹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유족 대표로 나서서 인사말을 하면서도 연신 울컥하는 모습이었다.
강씨는 “행방불명된 숙부님은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의 형제분들 모두가 죽임을 당하는 와중에도 그 사연을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숨기며 살아왔다”며 “가슴 아픈 혼돈의 세월이었다. 감히 부르고 싶어도 부르지 못했던 숙부님 이름을 이제야 불러 본다”고 흐느꼈다.
강씨는 이어 “늦었지만, 그래도 숙부님의 신원이 확인됨은 하늘의 은혜”라며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형제분들의 원혼도 함께 풀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보고회는 국민의례, 신원확인 경과보고, 유해 운구 유족 상봉, 헌화 및 분향, 추도사, 헌시, 유족 인사말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유족회는 전국 4·3 영령의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을 위해 온 정성을 아끼지 않겠다”라며 “대전 골령골 등 학살 희생자 유해 관련 집단 화장 시도에 단호히 반대해 한 구의 유해라도 가족 품으로 모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유족분들도 유해 신원 확인을 위한 채혈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강조했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희생자 영전에 머리 숙여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마지막 희생자 한 분의 신원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4·3의 정의로운 해결로 화해와 상생의 역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