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일보] 전주에서 울려 퍼지는 제주 4·3 진실의 기억
- 20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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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2. 24. 전주일보

1948년 봄, 마을의 젊은 여자들이 한꺼번에 끌려가 며칠 후 모두 사살됐다. 그때 단 한 소녀만이 살아 돌아왔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그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평생 입을 열지 않았다. 누군가 물으면 대답 대신 발작을 일으켰다. 당시 희생된 수많은 어린 여성들과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남은 여성들. 70여 년, 오랜 침묵 끝에 그녀의 봉인된 목소리가 비로소 풀렸다.
전주에서 제주 4·3의 진실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가 울려 퍼진다.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목소리들’이 오는 26일 오후 7시 30분 CGV 전주고사 5관에서 특별 시사회를 연다.
이번 영화는 ‘4·3기억영화제 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되며 관객이 직접 열어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작품은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과 EIDF 2024 심사위원 특별 언급 및 관객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영화는 4·3 사건 당시 유일한 생존자인 김은순(1934년생, 포선면 토산리 달빛 사건) 할머니의 침묵을 좇으며 여성들의 기억 속에 자리한 4·3의 상처를 깊이 있게 비춘다. 제주 4·3을 여성의 시선에서 조명한 첫 번째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목소리들’은 의미가 크다.
전주에서의 특별 상영은 이 사건이 제주도민의 아픔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역사적 문제라는 점을 환기하고자 기획됐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100개의 극장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관객들이 직접 상영회를 조직하고 기억의 역사를 확산시키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영화 상영 후에는 지혜원 감독과 김옥영 프로듀서가 참석해 영화 제작 과정과 제주 4·3사건의 의미에 대해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KBS 전주방송총국 한주연 기자가 모더레이터로 참여해 다양한 담론을 나눈다.
이번 시사회를 준비한 진경은 전북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변혁의 땅, 전주에서 제주 4·3을 기억하고 그날의 아픔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라며 “이 영화가 제주 4·3사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화해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