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빛축제'만 남았다…들불축제 정체성 우려
- 202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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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2. 20. 제민일보(윤승빈 기자)
제주시, 축제 추진 상황 공개
불놓기 논란 속 모든 불 삭제
작은 행사까지 디지털쇼 대체
친환경 축제 면모 강조 방침

들불축제에서 오름불놓기를 포함한 모든 불이 사라졌다. 달집태우기는 디지털달집으로, 횃불대행진은 LED횃불로 교체한다. 쥐불놀이마저 LED쥐불로 교체했다. 결국 '디지털쇼'만 남은 행사에 들불축제의 정체성이 실종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김완근 제주시장은 20일 들불축제 관련 브리핑을 열고 한달 앞으로 다가온 축제 추진 현황을 공유했다.
올해 들불축제는 '우리, 희망을 피우다!'를 주제로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애월읍 새별오름 일원에서 개최된다.
제주시가 지난해 들불축제 재정비를 이유로 축제를 개최하지 않으면서 올해 축제가 2년만에 개최되는 것인데 행사 콘텐츠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오름불놓기 행사는 특수효과를 입힌 초대형 미디어 아트쇼로 진행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문제는 제주시가 행사의 다른 프로그램 역시 디지털화 시키면서 들불축제의 크고 작은 모든 행사에서 불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제주시는 달집태우기의 경우 5m 규모의 디지털 달집을 설치하고, 시민들이 키오스크를 통해 소원을 입력하면 디지털 달집에 입력되도록 했다.
횃불대행진의 경우 횃불 대신 LED 횃불을 들고 오름을 등반 및 행진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민속체험에 있던 쥐불 만들기 및 체험 역시 LED쥐불로 대체하면서 오름불놓기 등 대형 행사부터 쥐불놀이같은 작은 행사까지 행사장에서의 '불놓기'는 일절 허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두고 김 시장은 "탄소중립과 기후환경 위기라는 과제 앞에 지속 가능한 축제를 위해 전면적 디지털 행사로 변경한 것"이라며 "새로운 시도 속에서도 액운을 쫓고 희망을 기원하는 축제 본연의 의미를 담은 들불축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주시는 행사에서 탄소중립 스탬프랠리, 환경퀴즈쇼 운영, 업사이클링 체험 공간 배치 등 '친환경 축제'의 면모를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제주시는 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인 안전함과 공간적 제약이 없음을 활용해 참가자들의 체험 및 참여 요소를 높이고, 디지털이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연출로 방문객들에게 축제의 즐거움을 안긴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지역 주민들과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일단 올해 축제를 지켜본 뒤, 다시 공론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