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제주] [전문] 제주도의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 미래제주 고의숙 교육의원
- 2025-02-20
- 조회 280
2025. 2. 18. 헤드라인제주
사랑하고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이상봉 의장님을 비롯한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오영훈 지사님과 김광수 교육감님. 그리고 공직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미래제주 원내대표 고의숙 의원입니다.
우선 연설을 시작하기 앞서,
얼마 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에 세상을 떠난 故 김하늘 양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비통함을 가슴에 안고 다시 오늘의 제주 교육을 돌아봅니다.
그러면서 오늘 본 연설은 다음의 질문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시대를 관통하며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제주 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작품에서 제주도민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또한 이 질문은 미래 어느 날의 과거로서 지금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책임감을 안겨주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현재를 살아가는 책임 있는 민주시민의 눈높이에서 이 질문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봅니다.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사랑하는 교육가족 여러분!
본 의원이 얘기한 제주의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에 대해
현재 우리 제주교육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교육의 미래가 매우 어둡습니다.
아이 한 명, 한 명, 모든 아이들이 소중한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제주의 교육 패러다임은 아직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선발하는 경쟁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모든 아이들을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새로운 저출산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러나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제주의 아이들은 고입 경쟁에 내몰려 있습니다.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진로를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야할 중학교 시기에 내신 성적을 고민하고 이로 인한 학업스트레스와 낮은 자존감 속에 놓여 있습니다.
제주교육의 미래 교육에 대한 논의는 비전 제시나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 디지털 기기 지원, 코딩 교육, 디지털 AI 교과서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또한 우리 주변에는 경쟁에 내몰려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국 청소년의 삶의 질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초록우산은 2024년 아동 청소년의 행복도가 100점 만점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3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최근 ‘2024 제주특별자치도 청소년활동정책 지표조사’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 주관적인 행복감, 자아존중감 모두 2022년과 비교하여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조사는 도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보다 감소한 청소년들의 행복감은 제주교육의 오늘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 두 번째로 제주의 교육 재정이 매우 위태롭습니다.
세수 결손에 의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에 맞는 지출 조정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지출 규모는 매해 증가해 오랜 시간 조성해왔던 교육청 기금을 끌어와 올해까지 최근 3년간 약 3,000억 규모의 기금을 활용했고 이제는 그마저도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교육부의 2024년 지방교육재정분석 종합보고서를 보면 2023년 제주도교육청의 적자율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8.45%였습니다. 아마 기금 활용 수준을 감안하면 2024년, 2025년 모두 가장 심각한 적자율의 교육청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주도교육청은 기금 고갈에 더해 내년과 내후년에 약 1,200억 규모의 지방채 발행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5년간 유아 및 초중등교육 예산은 연평균 0.8% 증가한 반면, 인건비는 연평균 8.0%로 증가했습니다. 늘봄학교, 유보통합, AI 교과서 등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교육 정책의 재정 부담이 제주에 폭탄처럼 던져지고 있습니다.
또한 장밋빛으로 여러 학교 및 교육기관 신설 구상이 발표되었지만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가장 안정적이어야 할 교육재정이 풍전등화입니다
제주교육의 현재는 미래 세대에게 빚을 남겨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타시도와 달리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에 의해 국가 교육 정책에 따른 별도 재정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상황을 타개할 장기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 세 번째로 제주의 교육자치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제주의 교육자치는 제주도민이 스스로 일궈낸 결실이며 제주도민의 자존심이었습니다. 지역 사회가 중심이 되어 직접 땅을 내놓고 그 자리에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을 잘 키워내기 위해 노력했던 제주도민의 역사가 제주의 교육자치에 숨쉬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주의 교육자치는 교육이 희망이라는 믿음을 품고 온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돌봤던 제주도민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제주는 친환경 무상급식, 고교 무상교육, IB 교육프로그램 도입 등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교육 선도지역이었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세 전출금을 3.6%에서 5%로 상향했던 제주도와 도의회, 도교육청 간 협치의 결과도 제주교육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제주만의 독자적인 교육 정책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앙정부에 의한 탑-다운 방식의 국가 교육 정책 추진은 교육자치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교육자치의 원리에 따라 국가 교육 정책을 지역화하며 지역 특성에 맞춰 선택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에도 지역의 독자적인 교육 정책 역량은 부족합니다.
오히려 제주도교육청은 국가 정책의 충실한 이행을 최우선의 목표로 삼으며 이를 추진하기 위한 조직을 새롭게 만들고 자리를 늘리기 급급한 모습입니다. 도민의 자기 결정권이 가장 극대화되면서 전국 최고 수준의 자치권을 자부했던 제주교육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 네 번째로 교육 불평등과 교육 격차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되어 온 경기 침체에 제주 경제가 어렵습니다. 국가적 경제 위기에 더해 사회 불안정으로 인한 관광 산업의 위축은 제주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습니다. 골목 상권 위축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에 따른 양극화는 아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닙니다.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는 해마다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2023년 사교육비 조사에서 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7만1000원이고, 소득이 300만원 미만 가구는 18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5%, 3.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주 지역 내에서 지역 간 교육 환경의 격차도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2024년 초등학교 입학생이 10명 미만인 학교는 28개교였고, 이 중 12개교는 5명 미만이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서귀포시의 경우에는 2개 학교를 제외하면 모두 읍면지역 초등학교입니다.
앞으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제주도교육청의 중기학생배치계획에 따르면 2029년이면 초등학교 입학생이 10명 미만인 학교는 49개교이며, 이 중 5명 미만인 학교 수는 28개교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구좌읍, 한경면 소재 모든 초등학교 입학생이 10명 미만이 되며, 서귀포시의 경우 읍면 지역 초등학교의 88%가 이에 해당하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이제 2026년 6월을 마지막으로 제주에서 교육의원 제도는 사라지게 됩니다. 사실상 2025년인 올해가 교육의원이 제주를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교육의원 제도 이후 새로운 제주의 교육자치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제주 사회가 미래 세대를 어떻게 돕고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본격적 논의를 해야 합니다.
마지막 교육의원이라는 사명감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제주교육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 첫째, 모두가 행복한 교육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저출산 시대에 놓여 있는 현재 환경을 명확하게 직시하고 이에 맞는 교육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됩니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저출산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맞는 교육정책을 연구하며 2003년 핵심역량 위주의 교육을 제안했고, 이는 우리나라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도 반영되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OECD는 2018년 후속 연구로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를 발표하였습니다.
최근에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가 각광 받는 이유는 그동안 교육을 인재 양성의 수단으로 바라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교육이 개인과 사회의 웰빙을 구현하고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는 요소이자 목적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대학 진학 결과로 성공과 실패를 구분짓는 환경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제주 사회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춰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를 넘어서 배울 수 있고, 모든 제주도민의 일상에서 교육을 마주할 수 있는 평생교육 중심의 교육특별자치도가 되어야 합니다.
■ 둘째, 불안정한 교육 재정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미 제주의 지방 재정에 대한 분석과 그에 따른 경고등은 들어왔습니다. 자체 재정 확보가 어려운 교육 재정의 특성을 감안하면 더욱 과감한 지출 조정이 요구됩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을 비롯한 교육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합니다.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사업이 아닌 아이들에게 투자될 교육 재정을 지켜나가도록 책임있는 교육행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도교육청은 「제주특별법 교육재정 제도개선 방안 연구(2024.12.)」용역을 추진하였습니다. 본 의원은 결과보고서에 제시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도교육청이 이행함으로써,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 기준재정수요액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바입니다. 이는 교육 재정의 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인 만큼, 반드시 이행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더불어 제주도교육청 자체적으로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재정안정화계정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여 기금의 정상적 기능 회복을 점검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셋째, 교육의원 제도 이후 제주의 교육자치를 확보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절실합니다.
그동안 교육의원 제도에 대해 많은 비판과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논쟁과 비판의 내용이 어떠하든 이제 교육의원 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제주특별법에서 처음 교육의원 제도가 만들어질 때의 교육자치의 정신입니다.
제주특별법에 의해 도교육감은 여타 지역의 교육감에 비해 더 많은 권한을 갖고 교육 행정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도교육감이 제대로 권한을 활용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견제와 균형을 담당하는 것이 도의회의 역할이고, 책무입니다.
교육과 관련한 도민들의 요구를 받아 이를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특히 교육 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학교의 교직원과 아이들에게 주목해야 됩니다. 학교의 교직원이 도교육청의 교육행정과 정책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하기 어렵고 정치적 활동의 제약도 따릅니다. 투표권이 없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자칫 외면되기 쉽습니다.
교육자치는 교육의 주체가 스스로 결정하는 힘입니다. 교육의원 제도의 폐지가 더 나은 교육자치로 나아가는 마중물이 되어야 됩니다. 교육의원 제도 폐지 이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구현할 수 있는 책임있는 교육위원회의 구성 방안부터 시작해서 교육 주체의 요구를 제주도의회가 받아 안을 수 있도록 교육자치의 발전 모델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의장 직속으로 교육자치 제도 개선 연구 TF팀을 구성하고 연내 관련 조례 입법까지 마무리할 것을 제안합니다.
■ 넷째, 민생 회복을 위한 특별 재정 투입이 시급합니다.
경기 침체는 가정경제의 위기를 가져오고, 가정경제의 위기는 아이들을 더욱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도록 만듭니다. 또한 경제 위기는 아이들 돌봄의 사각 지대를 확장시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별다른 대안없이 혼자 저녁을 챙겨 먹거나, 편의점에서 저녁을 해결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돌봐주는 성인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 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곧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입니다.
추경이 이뤄진다면 어떤 형태로든 민생 회복을 위한 지원에 가장 최우선적인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겠습니다.
■ 다섯째, 교육을 통해 제주의 읍면 지역을 살려야 합니다.
단순한 인구 수를 늘린다는 관점이 아닌 교육을 통해 읍면 지역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유초중등 교육만이 아닌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교육을 통해 행복한 읍면 지역 사회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학교 시설 복합화, 마을 교육 공동체, 지역과 학교의 연계, 학교를 활용한 평생교육 시스템 구축 등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아울러 제주특별법의 특례가 읍면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됩니다.
제주형 자율학교, IB 교육 프로그램, 생태 환경 교육, 민주시민 교육, 국제 교류 사업 등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최고 수준의 교육이 제공될 수 있는 읍면 지역 학교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마을 주민과 학부모가 학교 운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 학습의 장을 만들고 교육자치가 읍면 지역에 더욱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주도와 도교육청의 행정력이 함께 발휘될 수 있도록 도의회가 견인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사랑하는 교육가족 여러분!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할 수 있는가?”
저는 77년전 4ㆍ3당시 10살 미만의 소년ㆍ소녀였던 유족들이 참혹한 비극의 역사를 딛고 제주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었던 극복의 역사를 기억합니다.
교육만이 희망이라고 물질을 하며 학교를 세웠던 조상들의 염원을 가슴에 새깁니다.
제주의 과거는 현재를 돕고 있습니다.
제주인의 저력과 긍지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원천입니다.
제주교육은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치열하게 토론하고 구체적으로 해결방안을 만드는 2025년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이제 곧 3월이면 도내 모든 학교에서 새로운 시작과 만남의 설렘이 가득할 것입니다. 제주교육의 설렘이 학교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퍼져나가길 기원합니다.
겨울을 지나 봄이 오듯이 어려움을 이겨서 희망을 만드는 힘
교육은 그렇게 제주의 미래를 만드는 가능성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제주교육 도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끝까지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