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원] 제주에만 산다는 멸종위기 '비바리뱀'의 뜻은?
- 2025-02-19
- 조회 348
2025. 1. 26. 뉴스원(고동명 기자)
1981년 첫 발견…제주어로 '처녀'라는 뜻
김녕사굴 등 제주에 뱀 관련 설화·신앙 다양

비바리뱀(한라산연구소 제공)/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푸른 뱀의 해인 2025년 '을사년'(乙巳年). 독특한 생태와 문화를 자랑하는 제주에서도 뱀과 관련한 다양한 얘깃거리들이 많다.
우선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살고 있는 뱀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한국민속상징사전 '뱀'편을 보면 '비바리뱀(Sibynophis chinensis)'은 국내에서 제주도에만 서식하는 종으로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비바리뱀은 독일 동물학자 귄터(Günther)가 1889년 중국에서 채집해 새로운 종으로 최초 등록한 뒤 국내에서는 1981년 제주 성판악 부근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미기록종이었던 비바리뱀이 제주에서만 채집됐고 겉모습이 연약하고 아름다운 광택이 난다는 점 때문에 제주어로 처녀를 뜻하는 '비바리'라는 국명을 붙였다.
비바리뱀은 전체 길이 30~60㎝의 소형 뱀으로 한라산의 중산간 산림 지역부터 해안까지 폭넓게 분포하나, 개체군 밀도는 매우 낮다. 주로 산림과 인접한 초지, 소와 말 방목장, 해안 주변 주택가, 오름이나 곶자왈에 형성된 습지 등에서 관찰된다. 국외로는 중국, 대만, 베트남에도 같은 종이 서식한다.
비바리뱀은 개체군 밀도가 낮아 제주에서조차 관찰빈도가 매우 낮은 종이다. 현재 이들의 주된 서식처인 한라산 중산간 지대의 초지와 관목지대들이 주택단지와 산업지역으로 개발되면서 이들의 서식지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연구의 어려움으로 비바리뱀의 행동적·생태적 특징은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뱀 서식하기 좋은 제주, 관련 신앙도 강해"
제주도는 뱀이 서식하기 좋은 고온다습한 환경 때문에 뱀 이야기와 신앙이 강하게 나타난다. 뱀을 해하면 벌을 받는다고 믿었으며 업뿐만 아니라 해상의 안전을 지키는 신 또는 조상으로 모신다는 내용을 칠성본풀이, 토산여드렛당본풀이 등의 당신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김녕사굴 전설에서 뱀은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등 뱀의 부정적 인식도 살펴볼 수 있다.
조선시대 문헌인 '제주풍토록'에는 "(제주도민들은)풍속에 뱀을 매우 꺼리며, 신이라 여겨 받든다. 보면 술을 바쳐 빌며 감히 쫓아내거나 죽이지 못한다"라는 기록이 있다.
반면 17세기 초 또 다른 향토사료인 '남사록'에는 "뱀을 숭앙하던 풍속이 옛날에 심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라거나 "뱀을 보면 잡아 죽이는 일이 흔하다"라는 언급이 있기도 하다.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뱀과 관련된 설화는 과거 '전설의 고향'에도 등장했던 김녕사굴 전설일 것이다.
동굴 내부 형태가 마치 뱀처럼 보이는 특징을 지닌 이 동굴에는 조선시대 사람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구렁이가 살았다고 전해진다.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조선의 관리가 제주에 내려와 김녕굴에 사는 거대한 뱀을 없애 인신공양을 막았다는 큰 줄기는 같다.
다만 관리가 뱀을 물리친 뒤 "뱀을 죽이고 어떤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무당의 당부를 지키지 못해 죽었다는 결말로 끝이 난다.
무시무시한 전설을 간직한 김녕굴은 아쉽게도 현재는 들어가 볼 수 없다. 1990년대 초부터 낙석 등 안전 문제로 일반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