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열린마당

제주학연구센터에서 진행하는 행사, 강연 소식과 공지사항을 알려드립니다.

[한겨레] 겨울이 깊어도 봄은 온다…‘탐라국 입춘굿’ 축제 20일 개막

  • 2025-02-18
  • 조회 323
원문기사
https://www.hani.co.kr/arti/area/jeju/1178070.html

2025. 1. 1.5. 한겨레(허호준 기자)

 

탐라국 입춘굿에서 참가자들이 낭쉐(나무로 만든 소)를 끌며 농경의례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민예총 제공

탐라국 입춘굿에서 참가자들이 낭쉐(나무로 만든 소)를 끌며 농경의례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민예총 제공

 

겨울이 깊어갈수록 봄이 기다려진다. 한반도에서 봄이 가장 먼저 찾아드는 제주에서는 벌써 입춘을 기다리는 마음들이 모인다. 을사년 봄의 시작을 알리는 탐라국 입춘굿 ‘봄, 터졌소이다!’가 펼쳐진다.

 

제주민예총은 2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제주시와 서귀포시 곳곳에서 ‘2025년 을사년 탐라국 입춘굿’을 연다고 15일 밝혔다. 탐라국 입춘굿 놀이는 입춘 날 제주 목사가 심방을 청해 한해의 액운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던 풍농제다.

 

제주목사 이원조의 ‘탐라록’(1841)에는 “탐라국왕이 백성들을 춘경접견(봄에 씨 뿌리기를 하면서 직접 만나는 것)하는 것은 탐라국 시대부터 내려오는 풍습”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입춘굿은 일제 강점기인 1914년 민족문화말살정책으로 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입춘굿 놀이는 지난 1999년 민속학자 문무병 박사 등을 중심으로 제주민예총이 복원해 발전시켜왔다. 지금은 새해를 여는 제주지역의 대표 봄 축제로 성장했다.

 

사전행사와 본행사로 나눠 열리는 입춘굿 놀이의 본행사는 다음달 2일 거리굿과 3일 열림굿, 4일 입춘굿 순으로 진행된다.

 

앞서 2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는 입춘맞이 행사가 열린다. 제주시 관덕정과 제주목 관아에서 열리는 입춘맞이 행사는 20일부터 열두달 복 항아리 동전소원빌기 행사와 낭쉐(나무로 만든 소)와 자청비 신상 전시, 제주작가회의의 시화전 ‘진달래 산천 다시 일어서는 민초여’ 등의 전시가 시작된다. 이와 함께 소원지 쓰기, 굿청 열명올리기, 기원차롱올리기, 입춘등 달기 등 온·오프라인 시민 참여형 행사가 이어진다.

 

2025년 탐라국 입춘굿 프로그램. 제주민예총 제공

2025년 탐라국 입춘굿 프로그램. 제주민예총 제공

 

2일 제주목 관아에서 열리는 본행사 첫날 거리굿은 춘경문굿, 새봄맞이 거리굿, 세경제, 입춘휘호, 사리살성, 낭쉐코사 등으로 짜였다. 새봄맞이 거리굿은 제주시내 25개 읍·면·동이 참여해 마을의 무사안녕과 가내 풍요, 평안을 기원하고, 상가의 번영을 기원하는 행사다.

 

제주 신화 속 하늘에서 내려와 오곡의 씨를 뿌리는 풍농의 여신 자청비에게 풍농을 기원하는 세경제도 열린다. 이 행사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 송응준 한국농촌지도자 제주도연합회장이 집전한다.

 

항아리를 깨뜨려 모든 액운을 외부 세계로 내보내는 의식과 함께 콩을 뿌려 신년 액막이와 풍요를 기원하는 사리살성 행사는 제주지역 3개 무속문화 보존회인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와 제주큰굿보존회, 영감놀이보존회가 참여한다.

 

입춘 전날 심방들이 낭쉐를 만들고 금줄을 친 후 코사(고사)를 지낸 것을 재현하는 낭쉐코사는 입춘굿을 주관하는 큰심방이 제를 지낸다. 이 행사는 제주큰굿보존회가 진행한다.

 

3일에는 성안(제주시내)의 무속신앙과 관련된 장소와 유교 신앙의 장소를 답사하는 기행과 음악 공연 등이 있다. 또 이날 오후 4시에는 하늘과 땅을 잇는 큰 기둥으로 신을 모시는 통로가 되는 `큰대 세우기' 행사가 3개 무속문화 보존회 주관으로 열린다.

 

마지막 날인 4일에는 하이라이트인 입춘굿이 관덕정 앞 광장을 중심으로 열린다. 오전 10시 1만8천 신들을 굿판에 모시는 초감제(영감놀이보존회)를 시작으로, 인간세상의 번성을 기원하는 자청비놀이(제주큰굿보존회), 말놀이와 세경놀이(3개 무속문화 보존회)에 이어 낭쉐에 제를 드리고 농경의례를 진행하는 낭쉐몰이 입춘덕담이 이어진다.

 

입춘굿 놀이에 인기를 끄는 입춘천냥국수와 입춘 주전부리 등 먹거리 마당과 소농직거래장터 등 장터마당, 체험마당 등도 본행사 기간 관덕정 마당에서 진행된다.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예부터 제주의 공동체 질서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 굿이었다. 제주의 굿은 굿만 있는 게 아니라 노래와 춤, 놀이가 함께하는 종합 의례이자 예술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올해 행사는 도민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