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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제주해녀항일운동 93주년...공적 재조명 돼야

  • 2025-02-18
  • 조회 280
원문기사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5808

│문재인 전 대통령 광복절 언급...김옥련 지사 영상증언 불구
│김계석·고순효 해녀 수형기록 없다는 이유로 서훈에서 제외


제주시 구좌면 하도보통학교 야학강습소 1회 졸업 기념사진. 맨 윗줄 가운데 부춘화, 두 번째 줄 왼쪽으로 두 번째 김옥련, 오른쪽으로 두 번째가 부덕량 해녀다.
제주시 구좌면 하도보통학교 야학강습소 1회 졸업 기념사진. 맨 윗줄 가운데 부춘화, 두 번째 줄 왼쪽으로 두 번째 김옥련, 오른쪽으로 두 번째가 부덕량 해녀다.


여성들이 주도한 국내 최대 항일운동으로 꼽히는 제주해녀항일운동의 일부 대표 해녀가 93년이 지난 현재도 공적을 인정받지 못 해 재조명이 시급한 상황이다.

제주해녀항일운동기념사업회(회장 김태민)는 오는 12일 오전 9시 제주해녀항일기념탑 일원에서 93주년 제주해녀항일운동 기념행사를 연다.

제주해녀항일운동은 1931년 12월부터 1932년 1월까지 구좌·성산·우도지역에서 연인원 약 1만7000명의 해녀가 238회의 집회 및 시위를 전개해 일제시대 최대의 여성운동이자 어민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녀항쟁을 이끈 부춘화(당시 24세·1908~1995), 김옥련(당시 22세·1910~2005), 부덕량(당시 21세·1911~1937) 해녀는 건국포장이 추서돼 독립유공자 반열에 올랐다.

반면 5인의 해녀 대표 중 김계석·고순효(본명 고차동) 해녀 2명은 수형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서훈을 받지 못했다.

2018년 73주년 광복절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제주해녀항일운동을 이끌었던 김계석·고차동 해녀를 언급했다. 기념사업회는 김옥련 지사의 생전 영상 증언을 포함해 2차례 공적을 국가보훈부에 올렸지만 수형기록 등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로 선정하지 않았다.

김태민 회장은 “김계석·고순효 해녀도 항쟁을 주도했다는 증언은 있지만 기록 자료를 찾지 못했다”며 “독립운동을 연구한 학자 등 전문가가 나서서 체계적인 조사와 자료 수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미선 제주해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당시 조선일보 기사와 1950년 발간된 ‘제주도 해녀 투쟁 사실’ 자료집, 읍·면 마을지를 살펴봤지만 김계석·고순효 해녀 이름을 찾지 못했다”며 “일각에선 해녀항쟁 이후 이들이 은신했고, 유족도 나오지 않으면서 공적을 인정받는 데 여러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사회주의운동 계열의 ‘제주 혁우동맹’ 결성, 야간학교에서 해녀들을 가르치고 민족의식을 심어줬던 청년 지식인 30여 명도 체포되거나 옥고를 치렀지만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태민 회장은 “해녀항쟁을 이끌었던 대표 해녀 대다수는 광복 이후 생계를 위해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터전을 잡았고, 이후 구좌지역에는 연고자 없는 상황”이라며 “김옥련 여사의 딸도 지금은 90세가 넘어서 당시 상황을 증언할 분들이 없는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한편, 일제시대 제주도해녀어업조합은 다구치 데이키 제주도지사가 조합장을 겸임하면서 감태(해초)와 전복을 지정가격으로 매수하지 않고, 일본 상인의 이득을 위해 헐값에 사들였다.

1931년 12월 구좌 하도리 해녀 30여명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처음 시위를 벌였고, 1932년 1월에는 세화오일장에 맞춰 1000여 명의 해녀가 호미와 비창을 들고 장터로 행진하면서 항일운동을 전개했다.

일본 경찰은 연행된 해녀 100여 명을 석방했지만, 주도자인 부춘화·김옥련·부덕량 3명은 기소유예로 석방될 때까지 3~6개월 남짓 미결수로 옥고를 치렀다.

제주시 구좌읍 제주해녀박물관 야외에 전시된 제주해녀항일운동 대표 해녀 동상. 왼쪽부터 부춘화, 김옥련, 부덕량 해녀.
제주시 구좌읍 제주해녀박물관 야외에 전시된 제주해녀항일운동 대표 해녀 동상. 왼쪽부터 부춘화, 김옥련, 부덕량 해녀.


국가보훈부가 2022년 옛 서울 서대문형무소에 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제주해녀항일운동 대표 해녀의 업적을 전시한 모습.

국가보훈부가 2022년 옛 서울 서대문형무소에 1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제주해녀항일운동 대표 해녀의 업적을 전시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