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열린마당

제주학연구센터에서 진행하는 행사, 강연 소식과 공지사항을 알려드립니다.

[제주매일]바다의 숨결 속 인간의 고백 ‘해녀 수덕’의 울림

  • 2025-11-11
  • 조회 57
원문기사
https://www.jejumaeil.net/news/articleView.html?idxno=352102

바다의 숨결 속 인간의 고백 ‘해녀 수덕’의 울림

제주오페라연구소, 지난 7~8일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
희생‧화해, 다시 희망으로 돌아온 창작오페라의 첫걸음

창작오페라 ‘해녀 수덕’이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 공연을 마친 후 전출연진과 주요 창작진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창작오페라 ‘해녀 수덕’이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제주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 공연을 마친 후 전출연진과 주요 창작진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잔잔히 일렁이는 파도의 영상이 무대에 비치며 창작오페라 ‘해녀 수덕’의 막이 올랐다.

제주오페라연구소(소장 오능희)는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제주아트센터에서 창작오페라 ‘해녀 수덕’을 공연했다.

이번 공연은 제주오페라연구소와 제주아트센터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제주도, 제주도시개발센터, 제주에너지공사의 후원으로 열렸다.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 일렁이는 물결을 바닷속에서 올려다보는 듯한 영상 위로 흐르자 관객들은 단숨에 극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야기는 주인공 수덕의 어머니 ‘금자’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비극적 오프닝에 이어 마을 사람들은 힘든 삶 속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웅장한 합창으로 노래한다. 공동체를 이끄는 ‘할마님’의 등장은 무대에 신비로운 기운을 더했다.

이어 등장한 ‘수덕’은 어린 나이에도 마을에서 존재감을 보인다. 마을 어른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지만 또래 아이들에게는 질투의 대상이다. 육지에서는 느리고 서툴지만 바다에서는 숨이 길고 물질에 능한 천부적 감각을 지녔다.

수덕은 아버지 양씨가 고이 간직해온 어머니의 테왁을 새벽마다 몰래 들고 나가 바다를 누빈다. 그러나 그 비밀은 친구이자 라이벌인 난새에게 들키며 갈등이 시작된다.

난새의 오해로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난새의 엄마이자 자신의 부인이었던 금자의 테왁이 창고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양씨가 알게 된다.

이를 찾으러 나선 양씨는 테왁을 두고 실랑이하는 두 소녀를 마주하며 혼란에 빠져 그만 난새를 죽이고 만다. 이 장면에서 연출은 절제된 무대 연출과 음악으로 인간 내면의 불안과 광기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2막에서는 난새의 죽음을 둘러싼 마을의 불신과 두려움이 중심 주제로 시작됐다. 의심과 공포는 한 사람을 몰아세우며 또 다른 희생을 낳는다. 수덕이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슬픔을, 양씨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음악으로 토해내는 장면은 작품의 정서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긴다. 수덕은 어머니 금자처럼 마을을 위해 바다로 향하고 그런 딸을 함께 데려다주겠다는 양씨의 모습에서는 절망 너머의 희망과 화해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해녀 수덕’은 금자의 희생, 난새 어머니 춘심의 용서, 그리고 다시금 마을을 위해 목숨을 건 수덕의 헌신을 통해 ‘희생과 용서, 그리고 희망’이라는 주제를 강렬하게 드러냈다.

초연 무대답게 다듬의 여지는 있지만 지역의 신화 콘텐츠를 모티프로 삼아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낸 창작오페라로서 향후 발전 가능성을 확인시킨 작품이었다. 우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