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불턱


자연형 불턱_북촌리_1970년대_서재철

이칭

봉덕


정의

해녀들이 물질한 후에 나와 언 몸을 녹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불 지피는 공간.


내용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언 몸을 녹일 수 있게 불을 지피는 공간이다. ‘불턱’은 ‘불+ㅎ’+‘덕’ 구성으로, ‘불火’과 ‘덕’ 두 단어가 결합하여 합성어를 이루면서 거센소리인 ‘불턱’으로 음이 변한 어휘다. 여기에서 ‘덕’은 ‘솥덕’, ‘화덕’처럼 불을 피울 수 있게 만든 구조물이다.
‘불턱’은 해녀들이 물에 들고 나는 장소에 마련한다. 주변으로 담을 높이 쌓아 가운데 불을 피울 수 있는 ‘봉덕’을 설치한 ‘돌담형 불턱’과 자연 지형을 활용하여 불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자연형 불턱’도 있다.
‘불턱’은 단순히 불을 피울 수 있는 공간만은 아니다. 해녀들이 물질할 때 지고 다니는 ‘질구덕’ 따위를 부려 놓고, 물질하기 전이나 후에 옷을 갈아입는 노천탈의장이자 언 몸을 따뜻하게 녹이는 장소다. 그러기 때문에 물에 들고 나는 공간마다 ‘불턱’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또한 해녀들이 세상사를 논하는 자리이자 휴식 공간이기도 하였다. ‘불턱’은 물질에 앞서 장비를 점검하고 해녀 사회의 공동체와 각종 규범과 물질 기술을 배우는 곳, 전문 작업장인 바다와 직접 연결되는 공간이다. 지역에 따라 서 물질 기량에 따라 사용하는 ‘불턱’이 다른 경우도 있다.
‘불턱’에는 불을 피워 놓아 그 주변에선 물질을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아이들이나 아이를 보는 어른들의 쉼터이기도 하였다. 해녀들이 바다에서 채취한 미역귀나 소라 따위를 구워 먹었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해안가를 매립하면서 ‘불턱’이 사라진 경우도 있고,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춘 곳도 있다. 현대식 탈의장이 지어지기 전까지 ‘불턱’은 물질의 시작과 끝의 통로였다.

 

돌담형 불턱_제주_해녀박물관 제공


제주특별자치도는 해녀문화 유형문화자원으로 ‘불턱’을 보수하거나 복원하여 전승하고 있다. 2024년 10월 현재 제주시 관내 29개소, 서귀포시 관내 19개소 등 48개소의 ‘불턱’을 무형문화자원으로 가꾸고 있다. 이 가운데 조천읍 신흥리 ‘고남불턱’ 등 29개소는 ‘돌담형 불턱’이고, 구좌읍 종달리 ‘고망난돌불턱’ 등 19개소는 ‘자연형 불턱’이다. 또한 28개소의 ‘불턱’은 절대보존지역 안에 설치되어 있다. 구좌읍 평대리 ‘돗개불턱’과 하도리 ‘모진다리불턱’ 등 2개소의 ‘돌담형 불턱’은 현재도 해녀들이 사용하고 있다.


지역 사례

한림화·김수남의 《제주바다 잠수의 사계》를 보면 불턱의 이용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자료에 따르면 1987년 애월읍 하귀1리(동귀리)와 성산읍 온평리 등지의 마을에서 해녀 그룹별로 불턱을 따로 썼다. 동귀리의 경우는 ‘불턱’을 현대화시설인 ‘탈의장’으로 고쳐지으면서 세 개의 건물로 지었다. 건물 가운데 화톳불을 피울 수 있도록 ‘불턱’이 설치되었다. 가운데 건물은 샤워실이 갖추 어진 목욕탕이다. 바닷가 쪽의 건물은 상잠수와 연장자 그룹의 불턱이고, 샤워장 서쪽 건물은 나머지 잠수들이 이용하는 ‘불턱’이었다.
온평리는 이때 당시 현대식 탈의장이 지어져 있지 않아 재래식 불턱을 이용하였다. 온평리는 바다가 넓어 해녀들이 바다에 들고 나는 길목에 불을 피울 수 있는 불턱을 마련하였다. 기량에 따라 상중하별로 ‘불턱’을 세 군데 마련하였다고 한다. 기량이 뛰어난 해녀는 ‘상군, 상ᄌᆞᆷ녜, 상ᄌᆞᆷ수’라고 하고, 중간이면 ‘중군, 중ᄌᆞᆷ녜, 중ᄌᆞᆷ수’, 기량이 많이 떨어지면 ‘하군, 하ᄌᆞᆷ녜, 하ᄌᆞᆷ수’ 등으로 부른다. 즉 ‘불턱’에는 해녀 사회만이 갖는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셈이다. 해녀들이 물질할 때 하나의 ‘불턱’을 이용해야 할 경우에는 상군은 바람 부는 방향을 등져 앉고, 하군은 바람 부는 방향으로 앉게 되어 연기와 불티를 뒤집어 쓰며 불을 쬐어야 했다. 이처럼 ‘불턱’은 해녀공동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소이자 해녀들의 위계질서를 엿보게 한다.


참고 문헌

제주특별자치도, 《해녀어업 보존·육성 및 문화 전승 기본계획》, 2021.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문화유산과, 《업무편람》, 2024.
한림화·김수남, 《제주바다 잠수의 사계》, 한길사, 1987.
한림화, <해녀기술-4. 불턱>, 《제주의 해녀》, 제주도, 1996.


필자

김순자(金順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