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바다밭


바다밭_이호동_2006_김순자

방언

바당밧


내용

'바당밧(바다밭)'은 만조 시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시에만 드러나는 곳인 ‘조간대’와 그보다 수심이 깊은 ‘조하대’로 나뉜다. 제주에서는 지역에 따라 조간대를 ‘갯똠’ 혹은 ‘웃밧’이라 부른다. 물이 얕은 조간대에는 다양한 해조류·패류·어류 등이 서식하고 있어 잠수하지 않고도 채취할 수 있다. 반면 조하대에서는 잠수를 통해서만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다. 조하대인 ‘걸바당’에는 ‘여’라고 하는 수많은 암초가 있다. 이곳은 해산물의 서식지로 해안의 생물 다양성을 만들어 내고 유지하여 준다.
해녀들의 일터인 ‘바당밧’은 마을 어장이다. 어촌계장은 마을 어장을 행정시장에게서 10년간 임대한 후 마을 해녀들과 계약해서 사용한다. 주로 해안가에 위치한 마을 어장은 어촌계가 관리하는데 2024년 현재 제주도 내에 103개의 어촌계가 결성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어업조합이 어장 관리를 맡으면서 해녀들의 권익을 해쳐 해녀 항일운동이 일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 결과, 어장 이용자인 해녀와 관리 주체인 어업조합 간의 공동 판매제도가 도입되었다.
일반적으로 마을어장의 수심 한계는 연중 해수면이 가장 낮은 때인 평균 수심 5m 이내로 정하고 있으나 제주도의 경우에는 7m 이내이다. 해녀 공동체 또한 관습과 규약에 따라 마을어장을 관리하는데 어촌계별로 마을 어장의 경계, 해산물 채취 자격, 채취 방법 및 기간 등을 정해 놓고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이는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고 공유 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약속이다.
과거 마을 어장의 독특한 관리방식은 ‘할망바당’, ‘학교바당’, ‘이장바당’ 등의 명칭에서도 나타난다. ‘할망바당’은 해녀공동체가 서로 배려하는 정신적 산물이다. 나이가 들어 물질하지 못하는 고령의 해녀들이 힘들이지 않고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도록 젊은 해녀들은 조하대의 해산물을 잡아다가 조간대의 수심이 얕은 어장에 뿌려 키운 다음 고령의 해녀들이 채취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학교바당’과 ‘이장바당’은 마을 공동체의 발전을 위하여 특정 어장을 구획하고 그곳에서 나오는 소득을 학교 재건 혹은 마을 이장 봉사료로 기부하는 것이다. 1950~1960년대 가정경제가 어려웠던 해녀들은 ‘학교바당’을 마련하고 미역이나 해산물로 벌어들인 소득으로 마을에 학교를 세우거나 학교 발전에 이바지했다. 지정된 바다에서 미역을 채취하면 공동으로 말려서 보관하고 판매한 돈은 학교 측에 전달하였다.
또한 ‘이장바당’에서 딴 미역을 판 돈으로 마을을 위해 일하는 이장의 봉사료를 지불하여 더욱 마을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였다. 마을 어장인 ‘바당밧’은 해녀들의 생존 터전이다. 공동작업과 공동관리를 통해 생태환경을 지켜 오고 있다. ‘학교바당’은 해녀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이뤄 낸 매우 창의적이고도 적극적인 사회 경제활동 사례로 남을 만한 일이다.
해녀들의 지역사회를 위한 경제활동은 교육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1970년대에는 마을어장 내에 일정 구역을 지정한 후 미역 공동 생산과 판매로 얻은 수익을 공공사업에 투자하였으며 도로포장과 전기 가설 등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해녀 공동체에서 제정한 어장과 관련 한 규약에는 서로 협동하고 배려하는 해녀의 정신이 잘 나타나 있고 구속력도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다.


참고 문헌

강경민 외 3명, 《제주도 마을어장 관리 변천사 연구》, 제주연구원, 2015.
제주도, 《제주의 해녀》, 1996.


필자

강경민(姜冏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