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취물

비양도 해녀_비양도_2024_조성익
개관
해녀가 물질해서 따는 채취물은 소라와 전복, 미역 따위와 물이 썰 때를 이용하여 갯가에서 잡는 고둥류, 게류 등이 있다. 채취물은 해녀들의 가정 경제에 도움을 주고 우리들의 식생활을 풍요롭게 한다.
채취물은 동물과 식물로 나눌 수 있다. 동물은 연체동물, 극피동물, 절지동물, 물고기로 세분되며, 식물은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로 분류된다.
물질_귀덕2리_2021_김순자
연체동물은 단단한 조가비가 부드러운 몸을 감싸고 있는 무리를 말한다. 조가비가 하나면 복족류腹足類, 둘이면 이매패류二枚貝類, 여덟이면 다판류多板類라 하고, 조가비가 퇴화하거나 그 흔적만 있으면 두족류頭足類라 한다.
복족류는 배가 다리의 기능을 하는 연체동물이다. 복족류 가운데 고둥류는 조가비가 하나이고, 입속에 치설齒舌이 있다. 어떤 종은 머리에 잘 발달된 더듬이와 눈이 있다. 발은 넓고 편평하며 바위 위를 아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다른 물건에 들러붙거나 몸을 이동하는 데도 쓴다. 다리 뒤쪽에 달린 뚜껑은 조가비 속으로 몸을 숨길 때 사용한다. 이 복족류는 아가미가 대부분 심장 앞에 있다. 아가미가 심장보다 뒤에 있는 것도 있는데, 이 경우는 조가비 흔적만 있거나 몸 내부에 숨겨 놓고 있어 뚜껑이 없다. 군소가 여기에 속한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복족류에는 전복, 오분자기, 흑색배말, 밤고둥, 개울타리고둥, 팽이고둥, 소라, 눈알고둥, 댕가리, 두드럭고둥, 대수리, 타래고둥, 군소 등이 있다.
이매패류는 두 장의 조가비가 인대靭帶로 연결되어 있어 여닫이가 비교적 쉽게 된 동물을 말한다. 도끼 모양의 다리를 이용하여 이동하거나 바닥을 판다. 물속에서만 살기 때문에 아가미가 발달되어 있고 아가미를 이용하여 플랑크톤을 걸러 먹는다. 암수한몸이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이매패류로는 홍합류, 조개, 굴 등이 있다.
다판류는 납작한 타원형 몸에 여덟 개의 껍데기를 가지고 있는 동물을 말한다. 군부가 여기에 속한다. 배 쪽이 다리며, 머리를 비롯한 다른 기관은 홈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 홈에는 섬모纖毛가 나 있고 여러 쌍의 아가미가 있다. 머리에는 눈과 더듬이, 치설이 있어 바위 표면에 붙어 있는 먹이를 갉아 먹는다. 천천히 움직이며 야행성이 강하다. 암수딴몸이다.
두족류는 조가비가 몸속에 있거나 흔적만 있는 경우 또는 아예 없는 무리를 말한다. 잘 발달된 머리에 여덟 개의 다리가 달려 있으며 다리에는 빨판이 있다. 몸 밖으로 나온 대롱 모양의 출수구出水口가 있는데 이 출수구로 물을 분사함으로써 재빨리 움직일 수 있다. 몸 안에는 먹통이 있어 적의 공격을 받으면 먹물을 뿜어 시야를 흐리게 하고 색소 세포를 이용하여 몸의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암수딴몸이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두족류로는 낙지와 문어가 있다.
극피동물은 몸 표면에 가시와 관족管足을 갖고 있는 무척추동물의 무리를 말한다. 몸통은 방사대칭형이며 정교하게 움직이는 관족이 있다. 대체로 암수딴몸이다. 외부 자극에 의해 자절작용自切作用을 하며 쉽게 재생되기도 한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극피동물로는 말똥성게, 성게, 해삼, 불가사리 등이 있다. ‘불가사리’는 수산자원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오로지 수산자원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포획한다.
절지동물은 마디 다리를 가지고 있는 무척추동물의 무리를 말한다. 몸은 좌우대칭형이며, 몸을 보호하기 위한 단단한 껍데기가 있고 자라면서 탈피한다. 다섯 쌍의 다리를 가지고 있는 십각목十脚目이다. 앞쪽에 있는 커다란 한 쌍의 다리는 집게다리로, 먹이를 집거나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한다. 나머지 네 쌍은 걷는다리로 옆으로 걷거나 헤엄치기도 한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절지동물로는 거북손을 비롯하여 집게, 게, 점박이꽃게, 꽃게, 부채게, 무늬발게, 바위게 등이 있다.
해녀들은 작살을 이용하여 바닷고기를 쏘아 잡는다. 수염상어를 비롯하여 가오리, 달고기, 쑤기미, 우럭볼락, 쏨뱅이, 붉바리, 자바리, 능성어, 벤자리, 감성돔, 황돔, 참돔, 벵에돔, 돌돔, 아홉동가리, 혹돔, 독가시치, 넙치, 흑대기, 쥐치 등이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식물은 해조류다. 해조류는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로 구분하며 대부분 바위나 자갈에 붙어서 사는 다세포성 바닷말이다.
녹조류는 녹색소인 클로로필(chlorophyll)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녹색 계통의 빛깔을 띤 바닷말을 말한다. 녹조류는 90% 이상이 담수산淡水産이고 10% 정도만 해수산海水産 녹조류다. 강제원의 《한국동식물도감》(8권 식물편, 1968) 목록에는 녹조류 45종이 제시되어 있고 이용필의 《제주의 바닷말》(2008)에는 67종이 올라 있다. 녹조류는 대부분 ‘웃밧’이라 일컬어지는 갯가 가까이에 산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녹조류로는 홑파래, 구멍갈파래, 몽우리청각, 청각, 말청각, 우단청각 등이 있다. 홑파래는 구황식품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미역_우도_2024_제주학연구센터
갈조류는 갈색소인 푸코산틴(fucoxanthin)을 함유하고 있어 갈색 계통의 빛깔을 띤 바닷말이다. 강제원(1968)에는 갈조류 74종이 올라 있고, 이용필(2008)에는 82종이 제시되었다. 갈조류는 수심이 깊은 곳에 산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갈조류로는 미역쇠, 패, 넓패, 감태, 미역, 넓미역, 외톨개모자반, 톳, 알쏭이모자반, 큰잎모자반, 괭생이모 자반, 잔가시모자반, 쌍발이모자반, 지충이 등이 있다. 감태는 약품의 재료나 거름으로 쓰이고, 톳은 예전에 구황 식품으로도 쓰였다.
홍조류는 홍색소인 피코에리트틴(phycoerythrin)을 함유하고 있어 붉은색 계통의 빛깔을 띤 바닷말이다. 콜로이드(colloid) 물질도 풍부하다. 강제원(1968)에는 홍조류 170종이 제시되었고, 이용필(2008)에는 261종이 올라 있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홍조류로는 김류를 비롯하여 석묵, 우뭇가사리, 개우무, 불등풀가시리, 참불가사리, 진두발, 볏붉은잎, 참도박, 갈래곰보, 꼬시래기 등이 있다. 불등풀가사리 등은 풀을 쑬 때 이용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큰바람이 불면 물결 따라 바닷가로 밀려온 감태, 모자반 따위의 바다풀을 번난지, 번안지, 올림이, 풍초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주로 거름용으로 쓰인다.
해녀들은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일정한 도구를 사용한다. 바위에 붙은 전복을 떼어내기 위해서는 ‘빗창’이라는 도구가 필요하고 바위틈이나 구멍에 숨어 있는 오분자기나 문어를 잡기 위해서는 ‘ᄀᆞᆯ각지’를 쓴다. 미역은 ‘ᄌᆞᆼ게호미’로 베어 내고 물고기는 ‘소살(작살)’로 쏘아 잡는다. “보말(고둥) 잡다”, “겡이 심다(게 잡다)”, “우미 메다(우뭇가사리 매다)”에서 보듯 맨손으로 채취하는 경우도 있다.
해녀들이 채취하는 해산물은 보호해야 할 수산자원이다. 어장별로 금채기를 정하고 종패를 뿌리며 성게 등은 서식 장소를 옮겨 자라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국가에서도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령으로 제도화하였다.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른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제6조(포획·채취 금지)에는 해산물에 따른 금채기를 두고 체중이나 체장을 제한하고 있다.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에 제시된 수산자원 가운데 제주해녀들이 채취하 는 해산물을 추려서 정리하면 위 <표>와 같다.
<포획·채취 금지 내용>
구분 |
종류 |
금채기 |
체장·체중 |
비고 |
동물 |
전복 |
10. 1.~12. 31. |
10㎝ 이하 |
|
오분자기 |
7. 1.~ 8. 31. |
4㎝ 이하 |
제주도에 한함 |
|
소라 |
6. 1.~ 8. 31. |
7㎝ 이하 |
|
|
낙지 |
6. 1.~ 6. 30. |
- |
|
|
문어 |
5. 16.~6. 30. |
600g 이하 |
|
|
해삼 |
7. 1.~ 7. 31. |
- |
|
|
감성돔 |
5. 1.~ 5. 31. |
25㎝ 이하 |
|
|
돌돔 |
- |
24㎝ 이하 |
|
|
식물 |
넓미역 |
9. 1.~11. 30. |
- |
제주도에 한함 3개월 |
톳 |
10. 1.~다음해 1. 31. |
- |
|
|
우뭇가사리 |
11. 1.~다음해 3. 1. |
- |
|
이 <표>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제6조(포획·채취 금지)에 제시된 내용으로 제주도 여러 마을에서 지켜지고 있는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마을마다 다르고 또 해산물 종류에 따른 총허용어획량제를 실시함으로써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량제에 따를 경우 채취 물량이 부족하면 금채 기간이 길어지고 물량이 넘치면 기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다.
바다 환경이 악화됨으로써 해산물의 서식 조건 또한 나빠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녀들이 채취할 수 있는 해산물은 자취를 감추고 있고 채취물은 날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수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참고 문헌
강제원, 《한국동식물도감》(제8권 식물편-해조류), 문교부, 1968.
권오길 외 2명, 《원색 한국패류도감》, 아카데미서적, 1993.
명정구·조광현,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보리출판사, 2021.
이용필, 《제주의 바닷말》, 아카데미서적, 2008.
정문기, 《한국어도보》, 일지사, 1977.
홍성윤 외 23명, 《한국해양무척추동물도감》, 아카데미서적, 2006.
필자
강영봉(姜榮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