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도구와 물옷


해녀_사계리_1960년대_홍정표

개관

물질 도구와 물옷은 해녀들이 물질할 때 사용하는 도구와 옷을 말한다. 이형상의 《탐라순력도》(1702) <병담범주>에 보면 물질 광경과 더불어 ‘테왁’이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춘택의 <잠녀설>(1760)에 “나는 맨몸으로 테왁을 가슴으로 안고 망사리에 끈을 달아 테왁에 연결하고 전에 땄던 전복갑을 망사리에 넣고 손에는 빗창을 쥐고 헤엄치다 물에 잠긴다.”라는 기록에도 물질 도구가 언급되어 있다. ‘포匏’(박으로 만든 ᄏᆞᆨ테왁), ‘승낭繩囊’(그물자루인 망사리), ‘복지갑鰒之甲’(본으로 쓰는 전복갑), ‘철첨鐵尖’(쇠꼬챙이 곧 빗창)’ 등의 표현으로 보면 물질 도구는 오래전부터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좌) ᄏᆞᆨ테왁(관제 4줄)_제주해녀박물관 소장                                  (우) 테왁(관제 4줄)_마라도_2024_제주학연구센터

 

    ᄏᆞᆨ테왁(관제 6줄)_일과1리_2023_제주학연구센터                         테왁(관제 8줄)_신천리_2022_제주학연구센터

 

물질 도구로 우선 ‘테왁’을 들 수 있다. ‘테왁’은 해녀들에게는 생명선과 같다. 해녀들이 물질 장소로 이동하거나 물질하다 물 위로 올라와 잠시 쉴 때 몸을 의지하는 물건이다. 망사리를 매달아 채취한 해산물을 넣어 두기도 한다. 처음에는 박을 이용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ᄏᆞᆨ테왁’ 또는 ‘ᄏᆞᆯ락테왁’이라 하였다. 박으로 만든 ‘테왁’에는 ‘웃관제, 알관제, 갑줄’로 얽어 단단하게 하고 망사리를 연결하였다. 이런 ‘테왁’은 잘 깨지는 단점이 있어 근래에는 화학 재질의 스티로폼으로 ‘테왁’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붉은색 주황색 천으로 스티로폼을 둘러싸 멀리서도 쉽게 식별할 수 있게 하였다. 해녀의 물질 기량에 따라 ‘테왁’의 크기도 다르다.
채취물을 보관하거나 옮기는 도구로 망사리, 걸망, 조락, 질구덕, ᄎᆞᆯ구덕 등이 있다. 망사리는 채취한 해산물을 넣어 두는 그물자루다. 재료에 따라 ‘찍망사리, 미망사리, 신사라망사리, 남총망사리, 나일론망사리’ 등이 있다. ‘찍망사리’는 볏짚으로 꼰 새끼줄로 결은 망사리, ‘미망사리’는 억새꽃이 피기 전 이를 싸고 있는 겉껍질인 ‘미’로 결은 망사리, ‘신사라망사리’는 뉴질랜드삼 이파리로 결은 망사리, ‘남총망사리’는 종려나무 껍질로 결은 망사리, ‘나일론망사리’는 나일론 줄로 결은 망사리다. 채취물에 따라 망사리의 크기도 다르다. 바다풀을 담는 망사리는 크고 눈도 성글게 결어 만드는데 이를 ‘메역망사리’라 한다. 한편 소라, 전복을 넣어 두는 ‘헛물망사리’는 ‘메역망사리’보다는 작다. 눈도 촘촘하게 결어 사용한다.
걸망은 육지에서 바다풀이나 성게 따위를 옮길 때 사용하는 큰 그물자루를 말한다. ‘조락’은 망사리 테두리에 매달고 다니며 전복이나 오분자기, 해삼 따위를 따로 넣어 두는 그물주머니다. 달리 ‘그물수대, 바르ᄎᆞᆯ리’ 등으로 부른다.

 

조락_표선리_2024_제주학연구센터


‘질구덕’은 해녀들이 바다로 물질 나가거나 돌아올 때 지고 다니는 바구니다. 여기에는 ‘빗창, 눈곽, 쑥, 땔감, ᄌᆞᆼ게호미’ 따위를 넣는다. ‘ᄎᆞᆯ구덕’은 허리에 차는 대바구니다. 허리에 차는 바구니여서 그리 크지 않다. ‘ᄎᆞᆯ구덕’에 해산물을 넣고 좌우로 흔들어 해산물을 깨끗하게 씻을 때도 소용된다.
채취 도구로는 ‘빗창, ᄀᆞᆯ겡이, ᄌᆞᆼ게호미, 공젱이, 작살’ 등이 있다.
‘빗창’은 달리 ‘비창’이라고도 하는데 암반에 붙어 있는 전복을 떼어낼 때 쓴다. 머리에 동그란 고리가 있고 고무줄로 된 손목 끈이 달려 있다. 허리에 차고 있다가 전복이 보이면 꺼내어 사용한다. ‘소중의’에서 ‘진곰’을 허리 한 바퀴 휘감을 수 있게 길게 만드는 것도 ‘빗창’을 꽂아 두기 위한 것이다.
‘ᄀᆞᆯ겡이’는 밭에서 김맬 때 쓰는 호미와 비슷한 도구다. 달리 ‘ᄀᆞᆯ각지, 까꾸리, 호멩이’ 등으로 부른다. 오분자기나 소라, 성게, 문어 따위를 채취할 때 사용한다. 날 끝이 ‘ㄱ’ 자 갈고리 모양을 하고 있다. 뭍에서 쓰는 ‘ᄀᆞᆯ겡이’보다 길이가 긴 편이다. 채취물에 따라 ‘오분작ᄀᆞᆯ겡이, 물꾸럭ᄀᆞᆯ겡이, 문어까꾸리, 성기까꾸리’ 등으로 구분하여 부른다.
‘ᄌᆞᆼ게호미’는 바다풀을 베는 도구로 ‘물호미, 정게호미’라 한다. 날이 잘 빠지지 않게 자루 밖으로 대어 철사로 단단하게 동여 묶어서 사용한다. 자루와 날을 수평으로 동여묶는 것은 ‘ᄌᆞᆼ게호미’를 등에 차도 몸에 무리를 주지 않게 하려는 조처다.
‘공젱이’는 바다풀을 건져 올리는 데 쓰는 도구다. 장대 끝에 갈퀴를 맨 연장이다.
작살은 물고기를 쏘아 잡는 도구로 보통 ‘소살’이라고 한다. 마디가 매끈한 이대를 사용하고 고무줄을 잡아당겼다 놓는 힘으로 물고기를 쏘아 잡는다. 창 가닥이 하나인 ‘외소살’, 둘인 ‘두소살, 두거림소살’, 셋인 ‘세소살’ 등이 있다.
성게에는 유독 많은 도구가 쓰인다. ‘성게분할기, 성게칼, 성게체’ 등이 필요하다. ‘성게분할기’는 성게를 둘로 깨뜨리는 데 쓴다. ‘성게칼’은 성게를 가르는 끝이 뾰족하고 짧은 칼이다. ‘성게체’는 성게 알을 담아 물에 흔들어 잡티를 제거하는 그릇이다.
보조 도구로 물안경, ‘본조갱이’, 귀마개, 연철, 오리발 등이 있다.

 

     '큰눈'과 눈 닦이용 쑥_한수리_2024_제주학연구센터                        연철_우도_2024_제주학연구센터


물안경을 ‘눈’이라고 한다. 알이 둘인 ‘족은눈’과 알이 하나인 ‘큰눈’이 있다. ‘족은눈’은 달리 ‘족세눈’이라 하는 데 만드는 장소에 따라 ‘궷눈(또는 궤눈)’, ‘엄젱이눈’으로 구분한다. ‘궷눈’은 구좌읍 한동리에서 만든 ‘눈’을 말하고, ‘엄젱이눈’은 애월읍 신엄리에서 제작한 ‘눈’이다. 알이 하나인 ‘큰눈’은 달리 ‘왕눈’이라 한다. ‘눈’의 테두리가 쇠면 ‘쐬눈’, 고무면 ‘고무눈’이라 한다. 테두리가 소뿔로 된 ‘눈’도 있었는데 이를 ‘쉐뿔눈’이라 한다. ‘눈’은 물질에서 중요한 도구이기 때문에 따로 보관해 둔다. ‘눈’ 보관 상자를 ‘눈곽’ 또는 ‘눈갑’이라 한다. ‘눈’ 안쪽에 김이 서리지 않게 쑥이나 수영으로 닦는다.
‘본조갱이’는 전복 따위를 발견하고도 숨이 짧아 따지 못할 때 다시 찾기 쉽게 그 위치를 표시해 두는 작은 전복갑을 말한다. 전복갑 안쪽은 진주 광택이 나기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알아보고 빨리 접근할 수 있다.
‘닷’은 ‘닷물질’할 때 ‘테왁망사리’가 물살에 흘러가지 않게 닻처럼 물속으로 드리우는 돌이다. 귀마개는 고막을 보호하기 위하여 귓구멍을 막는 밀, 껌, 고무찰흙 따위를 말한다.

고무옷을 입으면서 연철과 오리발이 필요해졌다. 연철은 고무옷을 입고 물질할 때 몸이 물속으로 가라앉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납덩이를 고무끈에 끼워 허리에 차거나 조끼로 만들어 입기도 한다. 나이 든 해녀일수록 연철을 무겁게 착용한다. 오리발은 고무옷을 입고 물질할 때 발에 끼는 오리발 모양의 물건을 말한다. 쉽게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하며 물질 반경이 넓어져 이것을 착용하여 작업하면 많은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다. 대개 양말을 신고 발에 끼는데, 크기는 신발 규격이 기준이 된다.
물옷은 해녀들이 물질할 때 입는 옷을 말한다.
이건의 《제주풍토기》(1628)에는 “벌거벗은 알몸으로 바닷가에 가득하다.”라 하여 ‘적신’으로 표현한 바 있다. 신광수의 <잠녀가>(1765)에는 “알몸에 소고가 어찌 부끄러울까.”라 하여 해녀 옷 ‘소고’가 등장한다. 19세기 초 조정철의 <탐라잡영>(1812)에는 “잠녀는 천으로 소고를 만들어 음부를 가리는데 사투리로 소중의라 한다. 알몸으로 바닷속을 들고 나고 한다.”라 하였다. ‘소고’를 언급하면서 제주 사람들은 그것을 ‘소중의小中衣’라 한다고 밝혀 놓았다.
더 실감 나는 것은 시각적 자료를 제공해 주는 이형상의 《탐라순력도》(1702) <병담범주> 속 해녀의 모습이다. 헤엄치는 해녀와 두 다리를 하늘로 하여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광경에서 뚜렷한 물옷을 확인할 수 있다.
물옷은 전통적인 물옷과 고무옷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통 물옷에는 ‘소중의’, 적삼, ‘이멍거리’, ‘물수건’, 모자와 ‘물체’가 있다.
‘소중의’는 해녀들이 물질할 때 입었던 오른쪽 옆이 트인 속곳을 말한다. 달리 ‘소중기, 속곳, 속중의’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특히 물질할 때 입는 옷임을 강조할 때는 앞에 ‘물’을 연결해 ‘물소중의, 물소중기, 물솟곡, 물속중의’ 라고 부른다. 오른쪽 옆이 트였다는 점과 왼쪽 어깨끈이 하나만 달렸다는 특징을 지닌다.
‘소중의’는 ‘메친’, 허리, ‘처지’, ‘밋’, ‘굴’, ‘곰’, ‘ᄆᆞ작단추’, ‘쾌’로 구성된다.
‘메친’은 어깨끈을 말하는데 나중에는 어깨허리로 만들어 오른쪽에도 어깨끈을 달았다. ‘메친’은 달리 ‘메끈’이라고도 한다. ‘메친’과 ‘메끈’의 ‘메’는 ‘어깨’를 뜻하는 어휘다.
허리는 허리에서 가슴 높이까지의 부분을 말하며, ‘처지’는 배 부위에 해당한다. 앞을 ‘앞처지’, 뒤를 ‘뒤처지’라 하는데 두 겹으로 만든다. ‘밋’은 물옷의 밑 부분으로 ‘처지’처럼 두 겹으로 한다. ‘굴’은 가랑이를 말하는데 앞에서 보았을 때 오른쪽 막힌 가랑이를 ‘산굴’ 그 반대편 트인 왼쪽 가랑이를 ‘죽은굴’이라 한다. ‘곰’은 고름에 해당하는 어휘로 ‘진곰’과 ‘ᄌᆞ른곰’ 둘을 마련한다. 특히 ‘진곰’은 허리를 한 바퀴 휘감아 묶을 수 있게 길게 만드는데 이는 ‘빗창’이나 ‘본조갱이’를 끼워 두기 위함이다. ‘ᄆᆞ작단추’는 헝겊이나 실로 매듭을 지어 만든 단추인데 달리 ‘벌ᄆᆞ작, ᄃᆞᆯ마기’ 등이라 한다. ‘쾌’는 ‘ᄆᆞ작단추’를 고정하는 고리다.
‘물적삼’은 물질할 때 입는 적삼으로 길이가 짧고 소매통도 좁은 편이다. 이는 물살에 옷이 벗겨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고무옷이 나오기 전까지 일상화된 물옷이었다.
‘이멍거리’는 물질할 때 머리카락이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이마에 둘러매는 띠를 말한다. 달리 ‘이망거리, 임댕거리’라 한다. 물질할 때 머리에 쓰는 수건은 물수건이라 한다. 볕을 가리고 바람막이용으로 쓴다. 1960년대 출향물질 갔던 해녀들이 들어오면서 ‘까부리’라는 모자를 들여옴으로써 ‘까부리’가 물수건을 대신하게 되었다. ‘까부리’는 방한모인 풍뎅이와 비슷한 모자다. 양쪽 귀 부분에 구멍을 내고 뒷덜미를 덮을 수 있게 끝에 프릴처럼 장식한다. 1970년대 고무옷의 등장과 함께 고무모자를 쓰게 됨으로써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물체’는 해녀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등에 두르거나 입는 웃옷을 말한다. 저고리 형태로 누비어 만드는데 저고리보다는 길이가 길고 품도 넉넉하다.
고무옷은 1970년대부터 입기 시작하였다. 네오프렌이라는 합성고무로 만들어 보온성이 좋아 한겨울에도 바닷속에서 오랜 시간 물질할 수 있다. 고무옷에는 부수적으로 고무모자, 연철, 오리발 등이 갖추어져야 한다. 고무옷은 장점이 많은 반면 피부병, 요통, 두통 등을 유발하기 쉬운 단점도 있다. 장시간 물질하는 데서 오는 수산자원의 고갈도 고무옷 착용과 관련된 문제다.
제주해녀들이 사용하는 물질 도구와 물옷은 자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얻은 전통 민속 지식의 소산이다. ‘물옷’과 더불어 ‘테왁, 망사리, ᄌᆞᆼ게호미, 호멩이류, 빗창, 족세 눈, 왕눈, 물구덕’ 등은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되어 2008년 ‘제주해녀의 물옷과 물질 도구’(해녀박물관 소장)가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료로 지정되었다.


참고 문헌

김영돈, 《한국의 해녀》, 민속원, 2002.
김정숙, <해녀복>, 《제주도지》 제5권, 제주도, 2006.
제주학연구센터, 《제주해녀 이해》, 하나CNC, 2018.
좌혜경·권미선, 《제주해녀의 생업과 문화》, 해녀박물관, 2009.
해녀 박물관, 《제주해녀 옷 이야기》, 2012.
현진숙, <제주여성들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제주여성문화》, 제주도, 2001.


필자

좌혜경(左惠景), 현진숙(玄眞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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