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노젓는소리
이칭
네젓는노래, 네젓는해녀노래, 노젓는노래, 노젓는소리, 물질ᄒᆞ는소리, 이여도사나소리, 잠녀가, 잠녀소리, ᄌᆞᆷ녀(질)소리, ᄌᆞᆷ수(질)소리, 해녀가, 해녀노래, 해녀노젓는노래, 해녀요, 해녀(질)노래, 해녀(질)소리, 해녀(ᄌᆞᆷ녀)질는소리
정의
제주해녀들이 제주도와 한반도에서 물질 작업장으로 오갈 때나 제주도에서 한반도로 출가물질을 나갈 때 돛배의 노를 저으면서 부르는 어업노동요.
개관
<해녀노젓는소리>는 해녀들이 돛배의 노를 저으며 부르는 소리로 <노젓는소리>의 하위분류에 속하는 어업 노동요이다. 주로 돛배의 노를 저으면서 불렀지만 드물게는 물질 작업장까지 테왁 짚고 헤엄쳐 나가며 부르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며 놀거나 물질 작업 준비를 할 때도 불렀다. 제주도민의 출륙금지령은 인조 7년(1629) 8월 13일부터 순조 23년(1823) 2월 24일까지 약 200년간이었다. 제주해녀들의 한반도 출가물질은 출륙금지령이 해제된 1823년 이후부터 시작되었고 19세기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해녀노젓는소리>는 해녀의 발상지라고 볼 수 있는 제주도에서 형성되어 제주도에서만 가창되다가 출륙금지령이 해제된 이후부터 제주해녀들이 본토로 출가물질을 나가면서 본토 해안지역에도 전파되었다.
가창기연인 연안 물질을 나갈 때의 노 젓는 노동은 1960년대 전후로 돛배가 동력선으로 대체되면서 소멸되었고 제주해녀들이 한반도로 출가할 때의 노 젓는 노동은 1963년에 정기 여객선이 취항하면서 소멸되었다.
가창 방식은 해녀들이 돛배의 노 젓는 동작에 맞추어 가창하므로 주로 선후창 방식으로 부르고 간혹 교환창이나 독창 방식으로 부르기도 한다. 사설 구조는 2음보이다. 박자는 규칙적인 6/8박자이고 단순하면서 역동적인 리듬이 자주 사용된다. 후렴구는 ‘이어도사나’, ‘이여싸나’, ‘이어싸’ 등이 있다.
전승 지역은 전국 해안지역이다. <해녀노젓는소리>는 제주도에서 형성된 노래이지만 가창은 제주도에서보다 한반도 서남해안의 다도해 지역인 서부경남 지역과 전라남도 지역에서 연안의 섬으로 ‘뱃물질’하러 오갈 때 주로 불렸다. 제주도 연안에는 섬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물질 작업장까지 거리도 가까워서 ‘뱃물질’보다는 ‘ᄀᆞᆺ물질’을 주로 하였기 때문이다.
<해녀노젓는소리>는 돛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돛배의 좌현과 우현에 옆으로 나온 부분으로 ‘뱃파락’에서 젓는 노인 이른바 ‘젓걸이노’와 돛배가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는 돛배의 뒤쪽 가장자리인 고물에서 젓는 노인 이른바 ‘하노’를 저으며 부르는데, 노 젓는 동작과 밀착되어 있어 가락이 역동적이다.
내용
사설 내용은 크게 노동 실태와 서정 표출을 한 사설로 나눌 수 있다. 노동 실태의 제재는 노 젓기, 물질 작업 실태, 바다의 상황, 출가 항로, 해산물 채취 등으로, 서정 표출의 제재는 물질 작업 목적, 신세 한탄, 애증, 연모, 이별, 인생무상, 출가 과정, 출가 목적, 출가지 생활, 탄로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노동 실태를 제재로 한 사설은 노 젓는 노동이나 물질 작업과 직접적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설 내용이 고정적이고 폐쇄적이며 노동 실태와 사설 내용이 서로 일치함으로써 관용적 표현의 사설이 많다. 서정 표출을 제재로 한 사설은 노동 실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거의 없고 생활 감정을 노래하기 때문에 사설 내용이 유동적이고 임의적이며 다른 요종의 사설을 임의로 차용하여 부르는 만큼 사설의 넘나듦이 심하다.
<해녀노젓는소리> 형식은 6마디에서 14마디 정도의 선율이 한 개의 악구를 이루는 구조로 되어 있다. 선소리에 나타나는 악구의 마디수는 일정하지 않지만 반드시 2마디를 짝으로 하여 부른다. 첫 2마디에서 6마디 정도는 높은음에서 출발하지만 그다음에 이어지는 선율은 낮은 형태의 가락이 일정하게 반복된다.
<해녀노젓는소리> 박자는 규칙적인 6/8박자이며 리듬은 4분할, 장단 등의 분할 형태가 많이 나타난다. 복잡한 리듬꼴은 거의 없고 단순하면서 역동적인 리듬이 자주 사용된다. 강세는 박절적 강세와 함께 노를 저을 때 즉흥적으로 발산되는 힘이 첫 박이나 둘째 박에서 강력하게 표출되는 경우가 있지만 강세 표출은 불규칙적이다. 또한 2마디씩 단위로 그 후미에 ‘잇’, ‘어’, ‘허’ 등의 말을 불확정 음고로 힘차게 표현하기도 하며 가락 없이 ‘차라차라’, ‘차라처’, ‘찌어라 배겨라’, ‘콩콩 찌어라’ 등의 노 젓는 데 힘을 내라는 말을 여러 사람이 외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소리들은 제각기 박자적 강세와는 별도로 아주 강한 소리로 연주된다. 속도는 보통 빠르기에서부터 아주 빠른 속도까지 자유롭게 연결된다. 처음에는 차분하게 노를 젓다가 노래의 흥이 나면 그 빠르기가 점점 빨라지기도 하고 힘이 들면 다시 느려지기도 하는 등 그 속도는 노동 상황 에 거의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특징과 의의
파도가 세거나 노를 빠르게 저어야 할 때, 노 젓는 노동에 흥이 나거나 도취되었을 때는 가락 없이 후렴구 ‘이여싸, 져라져라, 져라벡여라’만을 외친다. 파도가 잔잔하거나 노를 천천히 저을 때는 ‘이여도사나, 이여사나, 이여싸’와 같은 가락 있는 후렴을 부른다. 구연 현장인 바다가 안정된 상황에서는 신세 한탄이나 애정 문제 등 생활 감정을 노래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해녀노젓는소리>는 다른 노동요와는 달리 물질작업과 노 젓는 노동, 해녀들의 삶과 한반도 출가 등 이른바 노동 실태와 해녀의 생애를 노래한 사설이 많다. <해녀노젓는소리>의 해양문학으로써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사설의 제재나 수집된 자료의 각편 수로 볼 때 <해녀노젓는소리>는 제주도의 노동요를 대표하는 어업노동요이다.
<해녀노젓는소리>는 출가물질의 실상과 해녀들의 삶의 애환이 드러날 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사회적·역사적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 제주해녀들의 삶과 생존의 치열함을 잘 반영하고 있는 민요로서의 가치가 있다.
<해녀노젓는소리>는 창법이나 음악적 구조 면에서도 제주 민요의 특징이 잘 드러날 뿐만 아니라 제주 민요 가운데 <김매는노래>, <맷돌노래> 등과 함께 제주도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민요로써의 가치가 있다.
참고 문헌
김영돈, 《제주도민요연구-하》, 민속원, 2002.
이성훈, 《해녀의 삶과 그 노래》, 민속원, 2005.
이성훈, 《해녀노젓는소리 연구》, 학고방, 2010.
조영배, 《제주도 노동요 연구》, 예솔, 1992.
필자
이성훈(李性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