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속담·금기어


돌고래와 해녀_신도리_2012_강희만

개관

속담은 옛날부터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짧은 문장으로 비유된 말이다. 대개는 경험을 통해서 얻은 지혜나 교훈, 경계하고 금해야 할 일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특별한 문화적, 사회적 관념과 태도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속담은 전통과 관습을 표현하는 동시에 세상살이의 가치와 경험을 통해서 습득된 지혜와 경계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해녀 사회에서 쓰는 속담은 일반적인 속담의 특성을 지니고 있음은 물론 물질하며 체득한 경험과 지혜, 경계와 교훈이 들어 있다. 내용은 물질 행위를 비롯하여 채취물, 물때, 날씨, 신세 한탄 등이 주종을 이룬다. 또 형식적으로 볼 때 속담이 지니는 운율과 대구라는 표현도 잘 나타 난다.
‘물질 행위’는 “물들어사 ᄀᆞᆷ바르 잡나(물밀어야 ‘ᄀᆞᆷ바르’ 잡는다.).”, “물에 들 땐 지에집 일뢈직ᄒᆞ곡 나올 땐 똥막살이 ᄑᆞᆯ암직ᄒᆞᆫ다(물에 들 때는 기와집 일으킬 듯하고 나올 때는 오막살이 팔 듯하다.).”, “심 약헌 ᄌᆞᆷ순 숨비질소리 하영 허고 심 좋은 ᄌᆞᆷ순 숨비질소리 족영 헌다(힘 약한 잠수는 숨비질소리 많이 하고 힘 좋은 잠수는 숨비질소리 적게 한다.).”, “ᄌᆞᆷ년 애기 낭 사을이민 물에 든다(잠녀는 아기 낳고 사흘이면 물에 든다.).” 등을 들 수 있다.
‘채취물’로는 ‘전복·구젱기(소라)·굴멩이(군소)·깅이(게)·ᄀᆞ메기(개울타리고둥)·ᄀᆞᆷ수기(돌고래)·메역(미역)·물꾸럭(문어)·미(해삼)·붉바리·손치(쑤기미)’ 등이 등장한다. “ᄀᆞ메긴 다심애기도 ᄀᆞᆽ인차 준다(개울타리고둥은 의붓자식도 통째 준다.).”나 “오뉴월에 돌고망에 든 구젱이 다 나온다(오뉴월에 돌구멍에 든 소라 다 나온다.).”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물때’는 해녀들의 물질 작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삼월 보름 물찌에 도독질 생각나면 집에 든다(삼월 보름 무수기에 도둑질 생각나면 집에 든다.).”, “열두물에 굴멩이 잡으레 간다(열두무날에 군소 잡으러 간다.).”, “한조금날 물에 아옵 번 들엇당은 앚인 차 똥싼다(한조금날 물에 아홉 번 들었다가는 앉은 채 똥싼다.).”, “한줴기날 물에 일곱 번 들엇당 집에 오민 살렛 지둥 심엉 흥근다(한조금날 물에 일곱 번 들었다가 집에 오면 찬장 기둥 잡아서 흔든다.).” 등에서 ‘보름 물찌, 열두물, 한조금날, 한줴기날’이 물때와 관련이 있다.
‘날씨’와 관련해서는 바람에 대한 내용이 많다. “ᄀᆞᆷ수기 들럭퀴민 놀 분다(돌고래 날뛰면 너울 인다.).”, “ᄇᆞ름 쎄젠 허민 미 오그라든다(바람 세려고 하면 해삼 오그라든다.).”, “ᄇᆞ름 쎄젠 허민 구젱기 ᄌᆞ그믓이 ᄃᆞᆯ라부튼다(바람 세려고 하면 소라 지긋 이 달라붙는다.).”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바닷물 속에 들어가 숨을 참고 물질하는 것은 참으로 고된 작업이다. 특히 해녀는 밭일과 바닷일을 함께 치러야 하는, 반농반어에 종사하기 때문에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낸다. 신세 한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물질 잘허는 ᄌᆞᆷ수도 죽언 보난 단속곳이 ᄒᆞ난인다(물질 잘하는 잠수도 죽어서 보니 단속곳이 하나다.).”, “상군은 속곳 벗엉 죽고 돌파린 비단옷 입엉 죽나(상군은 속곳 벗어서 죽고 돌파리는 비단옷 입어서 죽는다.).”, “지픈 물질 나갈 땐 혼백상지 등에 진다(깊은 물질 나갈 때는 혼백상자 등에 진다.).”, “ᄌᆞᆷ녀 늙은 건 씰 데 읏나(잠녀 늙은 건 쓸데없다.).” 등을 들 수 있다.
해녀 속담은 형식적 측면에서 운율을 고려하기도 하고 대조와 비교의 방법을 써서 전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기도 한다. “고사리 좋으민 ᄀᆞ실 것도 좋나(고사리 좋으면 가을 것도 좋다.).”는 ‘고사리’의 어두음 ‘고’와 ‘ᄀᆞ실’의 ‘ᄀᆞ’가 자동 연상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물 아래 삼 년 물 우이 삼 년(물 아래 삼 년 물 위에 삼 년.).”, “바당에 풍년 들민 땅에도 풍년 들곡 바당에 숭년 들민 땅도 숭년 든다(바다에 풍년 들면 땅에도 풍년 들고 바다에 흉년 들면 땅에도 흉년 든다.).”, “물에 들민 숨비질소리 집이 들민 ᄀᆞ렛소리(물에 들면 숨비질소리 집에 들면 맷돌소리.).”, “싸는물 시민 드는물 싯곡 드는물 시믄 싸는물 싯나(썰물 있으면 밀물 있고 밀물 있으면 썰물 있다.).” 등은 대구법을 이용하여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적확하게 전달하 고 있다.
한편 금기어는 마음에 꺼려서 하지 않거나 피하는 언어 표현을 말한다. 대개는 관습, 신앙, 질병 따위에 관련된 경우가 많다. 표면적이나 내면적으로는 ‘~허지 말라’는 형식을 띠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허믄 머정 벗어지다(~하면 재수없다)’, ‘~ 좋나(좋다)’, ‘~ 죽나(죽는다)’, ‘~ 병 든다’ 등도 금기어 형식으로 나타난다. 속담의 정의가 ‘경계하고 금해야 할 일’ 등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하면 금기어도 넓은 의미에서 속담에 포함할 수 있다.
해녀 속담 가운데는 “쉐 ᄑᆞᆯᄌᆞ만도 못헌 게 ᄌᆞᆷ녀인다(소 팔자만도 못한 게 잠녀다.).” 등 부정적이거나 신세 한탄에 속하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현재 해녀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비록 신체적 고달픔은 뒤따르지만 가정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해녀가 많다. 2015년 ‘제주해녀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2016년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2017년 ‘해녀’가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요즘 해녀들이 자긍심을 갖는 이유다.


참고 문헌

김성배, 《한국의 금기어·길조어》(정음문고 95), 정음사, 1975.
김영돈, 《한국의 해녀》, 민속원, 1999. 진성기, 《남국의 속담》, 제주민속연구소, 1958.


필자

강영봉(姜榮峯)


하위 분류 표제어
가시리 좋으민 ᄀᆞ슬 것도 좋나 고사리 좋은 해 메역 풍년 든다 구젱기 똥누레 가 불민 게드레기가 ᄎᆞ지헌다 구젱기딱살 까먹어도 ᄒᆞᆫ ᄃᆞᆯ렝이 안 까먹어도 ᄒᆞᆫ ᄃᆞᆯ렝이 궤기랑 들물에 나끄곡 물질랑 쌀물에 ᄒᆞ라 깅이등창에 생청 꾀왕 먹으민 죽나 ᄀᆞ메긴 다심애기도 ᄀᆞᆽ인차 준다 ᄀᆞᆷ수기 들럭퀴민 놀 분다 꿈에 물꾸럭 시꾸우민 예산이 파산된다 꿈에 바당이 강 메역 ᄌᆞ물아 베민 사흘 전이 비 온다 꿈에 바당이서 검은 절 맞아 베민 벵든다 꿈에 쉐똥 줏어 베민 큰 겁펑 뗀다 다ᄉᆞᆺ물 넘엉 아옵물ᄁᆞ진 물살 쎈다 들물 땐 ᄌᆞᆷ자곡 쌀물 땐 바당이 든다 땅에 ᄀᆞ뭄 들민 바당에도 ᄀᆞ뭄 든다 메역 ᄆᆞᆯ릴 때 ᄀᆞᆫ피민 시세 좋나 물 아래 삼 년 물 우이 삼 년 물들어사 ᄀᆞᆷ바르 잡나 물싼 때 나비ᄌᆞᆷ 자당 물들어사 바당에 든다 물에 들 땐 지에집 일뢈직ᄒᆞ곡 나올 땐 똥막살이 ᄑᆞᆯ암직ᄒᆞᆫ다 물에 들 땐 ᄒᆞᆫ 빗이고 나올 땐 천칭만칭 구만 칭인다 물에 들민 숨비질소리 집이 들민 ᄀᆞ렛소리 물질 잘허는 ᄌᆞᆷ수도 죽언 보난 단속곳이 ᄒᆞ나인다 물찌 때 바릇가민 그냥 안 온다 바당소곱이 ᄆᆞᆰ으민 날 좋곡 어둑으민 날 궂나 바당에 갈 때 빈 허벅 진 사름 질칼르민 머정 벗어진다 바당에 강 손치 쐬운 땐 돗헤치 된 사름이 손치 쐬운 딜 니빨로 씹으민 좋나 바당에 풍년 들민 땅에도 풍년 들곡 바당에 숭년 들민 땅도 숭년 든다 백중 물찌엔 모ᄆᆞᆯ용시 끗데 늘어진 불 보젠 고망에 든 구젱기 다 나온다 붉바리 좆 줴듯 ᄇᆞ름 쎄젠 허민 구젱기 ᄌᆞ그뭇이 ᄃᆞᆯ라부튼다 ᄇᆞ름 쎄젠 허민 미 오그라든다 삼월 보름 물찌에 도독질 생각나민 집에 든다 상군은 속곳 벗엉 죽고 돌파린 비단옷 입엉 죽나 쉐 팔ᄌᆞ만도 못헌 게 ᄌᆞᆷ녀인다 심 약헌 ᄌᆞᆷ순 숨비질소리 하영 허고 심 좋은 ᄌᆞᆷ순 숨비질소리 족영 헌다 싸는물 시민 드는물 싯곡 드는물 시믄 싸는물 싯나 쌀물날 바당은 친정보단 낫나 애기 벤 때 깅이 먹으민 ᄌᆞᆸ제기 애기 난다 애기 짐광 메역 짐은 베어도 안 내분다 열두물에 굴멩이 잡으레 간다 오뉴월은 돌고망에 든 구젱기 다 나온다 정월 초사을날 바농질허민 바당에 뎅기는 사름은 손치 쐬운다 지픈 물질 나갈 땐 혼백상지 등에 진다 ᄌᆞᆷ녀 늙은 건 씰데읏나 ᄌᆞᆷ녀 애기 일뤠만이 아귀것 멕인다 ᄌᆞᆷ녀 애긴 사을이민 ᄀᆞᆯ체에 눅져 뒁 물질헌다 ᄌᆞᆷ녀 애긴 석 ᄃᆞᆯ이민 것 멕인다 ᄌᆞᆷ년 애기 낭 사을이민 물에 든다 ᄌᆞᆷ수 머긋 밧갈쉐 머긋 한조금날 물에 아옵 번 들엇당은 앚인 차 똥싼다 한줴깃날 물에 일곱 번 들엇당 집에 오민 살랫지둥 심엉 흥근다 ᄒᆞᆫ 통에 물꾸럭 시 갤 심으민 심은 사름은 머정 벗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