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비바리


전복 채취_하귀리_1970년대_서재철

정의

전복 따는 사람을 낮추어 이르는 말.


내용

 ‘비바리’는 전복 따는 사람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비+-바리’ 구성이다. ‘비’는 고려 때 《계림유사》에 나오는 ‘복왈필鰒曰必(전복을 ‘필’이라 한다.)’의 ‘필必’에 해당한다. ‘필’을 [비]로 읽을 수 있는 것은 15세기 《조선관역어》의 “우雨필必”, “비妃 왕필枉必”, “부父 아필阿必” 등에서 ‘필必’이 [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곧 ‘필’을 [비]로 읽을 때 ‘우雨=비, 비妃=왕비, 부父=아비’가 된다. 또 ‘비바리’의 ‘-바리’는 일부 명사나 어근 뒤에 붙어, ‘그러한 사람’의 뜻과 얕잡는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결국 ‘비바리’는 ‘전복따는 사람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 되는 것이다. 옛 문헌에 나오는 ‘채복잠녀’ 또는 ‘채복녀’에 해당한다.
 이 ‘비바리’는 나중에 그 의미가 바뀌어 ‘처녀’의 뜻으로 쓰인다. “비바린 오장 지퍼사 좋고 총각은 오장 야파사 좋나(처녀는 오장 깊어야 좋고 총각은 오장 얕아야 좋다.).”, “비바린 ᄆᆞᆯ 똥만 뀌어도 웃나(처녀는 말 방귀만 뀌어도 웃는다.).”라는 속담에서 ‘비바리’가 ‘처녀’의 뜻으로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징과 의의

 ‘비바리’를 ‘비+-바리’로 분석하고, ‘비’를 ‘전복’의 의미로 파악할 때 《계림유사》의 “복왈필鰒曰必”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필’을 [비] 또는 [빗]으로 읽을 때 ‘빗창’이나 ‘암핏(암ㅎ+빗)’, ‘수핏(수ㅎ+빗)’의 의미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빗창’은 ‘전복 따는 창’, ‘암핏’은 ‘암전복’, ‘수핏’은 ‘수전복’이 되는 것이다. ‘비바리’는 고려어 흔적이 남아 있는 어휘다.


참고 문헌

강영봉, <제주어 ‘비바리’ 어휘에 대하여>, 《영주어문》 제5집, 영주어문학회, 2003.


필자

강영봉(姜榮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