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구슬할망본풀이


이칭

구실할망본풀이


정의

조천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나주 김씨 집안의 내력을 담은 조상신 본풀이.


내용

  옛날 조천면 신촌리 큰물머리에 김씨 사공이 살고 있었다. 김 사공은 제주목에서 진상하는 버섯·전복·우무·청각을 싣고 서울을 자주 왕래했다.
  어느 해 김 사공이 서울로 올라가 진상을 마치고 서대문 밖 적적한 곳을 지나는데 밤이 찾아왔다. 인가를 찾으려고 서두르는데 어디선가 사람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소리를 좇아가 보니 한 여자가 논두렁에 앉아 울고 있었다. 김 사공이 귀신인지 생인인지를 물었다. 여자는 자신은 허 정승의 딸인데 부모 눈에 거슬려 가마에 태워다 여기에 버리고 가버리므로 서러워서 운다고 했다. 딱한 사정을 들은 김 사공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김 사공이 떠나려 하자 허정승 딸은 도포 자락을 잡으며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였다. 당시는 제주 사람 육지 못 가고 육지 사람 제주 못 오던 때였다. 김 사공은 사정은 딱하지만 제주 사람이어서 곤란하다고 했다. 하지만 허 정승 딸은 제주라도 좋으니 데려가 달라고 하도 간청하였고 김 사공은 고민 끝에 제주도로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김 사공은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도록 도포 자락에 아기씨를 숨겨서 몰래 데리고 배에 올랐다. 명주바다에 실바람이 일어 배는 순조롭게 제주로 들어왔다. 김 사공은 관원이 알지 못하도록 밤에 아무도 모르게 아기씨를 배에서 내리게 하여 자기 집에 데려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소문이 안 나도록 조심하였다.
한 해 두 해 세월이 흘러 허정승 딸은 열여덟 살이 되었다. 아기씨는 창문으로 바깥을 보다가 호이호이 숨비소리를 하며 물질하는 해녀들을 보고 김 사공에게 망사리, 테왁, 빗창을 마련해 주면 물질을 해보고 싶다고 하였다. 김 사공이 해녀 도구를 차려주니 바다에 들어 물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하루 이틀 물질을 해가니 상잠수가 되어갔다. 물질을 가면 대전복, 소전복을 1천 근씩 따내었다. 따온 전복 속에서 진주가 마구 쏟아져 나와 어느덧 큰 부자가 되었다.
  허 정승 따님아기는 김 사공과 백년가약을 맺어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어느 날 부인은 이렇게 진주를 많이 얻은 것은 자신이 재주가 좋아서가 아니라 천운 덕으로 얻은 것이니 그 은공을 갚아야 마땅하므로 임금님께 진주를 진상하자고 제안했다. 김 사공은 진주를 실어 서울로 가서 임금님께 바쳤다. 임금님은 그 성의가 기특함을 크게 칭찬하고 소원을 말하라고 하였다. 김 사공은 욕심 없이 소박하게 동지 벼슬이나 달라고 하였다. 임금님은 작은 벼슬을 달라고 한 것이 더욱 가상하다며 동지 벼슬을 주고 부인 허 정승 따님에게는 칠색 구슬을 하사하였다. 그래서 뒤에 김 사공을 ‘김동지 영감’, 허 정승 따님아기를 ‘구실할망’이라 부르게 되었다.
  김동지 영감과 구실할망 사이에는 딸만 아홉이 태어났다. 구실할망은 어느 날 딸 아홉을 불러 앉히고 아버지는 동지 벼슬을 받고 어머니는 구슬을 하사받아 구실할망이 되었는데 앞으로는 딸 아홉에 줄이 뻗어 점차 번성해갈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명절 때나 기일제사 때 고방에 상을 차려서 위하고, 큰굿에는 열두 석, 작은굿에는 여섯 석, 앉은제에는 세 석씩 풍악으로 간장을 풀어달라고 하였다. 그 후 딸들은 각각 아홉 마을에 시집가서 명절, 기제사 때마다 고방에 상을 차려 위하였고 딸 자손에서 딸 자손으로 줄이 뻗어 자손을 번창시켜주는 조상신이 되었다.


특징과 의의

  구실할망본풀이는 외지에서 들어온 여성이 집안의 조상신으로 모셔지기까지 내력담을 구송한 본풀이다. 외지에서 들어온 여성이 물질로 부자가 되어 집안을 일으키고 임금님께 진주를 진상하여 벼슬과 하사품까지 얻는 과정은 해녀들의 생애 성공담이라 할 만하다. 마침내 구실할망은 자손 번성과 집안의 번창을 관장하는 나주 김씨 집안의 조상신으로까지 모셔져 각종 굿과 명절, 기제사에서 섬김을 받는다. 조상신의 위상과 권능이 딸 자손에서 딸 자손으로 모계 승계되는 점은 제주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역할을 짐작하게 하여 주목된다.


참고 문헌

제주특별자치도·제주연구원, 《제주문화원형-설화편 1》, 2017.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각, 2007.
현용준, 《제주도신화》, 서문당, 1996.


필자

양영자(梁永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