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마라도본향애기씨본풀이


애기업개당_마라도_2024_제주학연구센터

정의

마라도 할망당에 전해 내려오는 본향신 본풀이.


내용

아주 오랜 옛날 마라도에 사람이 살지 않을 때 마라도 주변에는 전복, 소라 등 해산물이 그득해서 모슬포 해녀들이 이곳에 드나들면서 물질을 했다.
어느 장마철에 모슬포 해녀들이 테우를 타고 마라도에 건너가 물질을 했는데 바람이 세고 파도가 일어 발이 묶이고 말았다. 물질도 못 하고 식량은 떨어져 가자 해녀들은 모슬포로 돌아갈 일이 걱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녀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열네 살 난 처녀를 두고 가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논의 끝에 애기업개(업저지)를 떼어놓고 떠나기로 했다. 다음 날 테우를 띄우고 마라도를 떠나려고 할 때 해녀들은 애기업개로 따라온 여자아이에게 바위 위에 걸려있는 기저귀를 가져오라고 했다. 사정을 모르는 애기업개는 널어놓은 기저귀를 가지러 갔다. 그사이에 해녀들은 테우를 띄워 모슬포로 향하였다. 애기업개가 돌아와 보니 해녀들은 큰섬을 향하여 이미 떠나버린 뒤였다. 애기업개는 손을 흔들며 열나흘 동안 울부짖다가 굶어 죽었다.
이듬해 봄이 되어 해녀들이 물질하기 위해 마라도에 갔다. 자신들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죽은 애기업개의 뼈가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해녀들은 애기업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당을 짓고 1년에 한 번씩 제를 올렸다. 이 당을 ‘마라도할망당’, ‘애기업개당’이라고 한다. 후에 마라도 사람들도 할망을 잘 섬겨 일 년에 서너 차례씩 당제를 올렸다.


특징과 의의

마라도는 제주도 최남단 섬으로 오랫동안 ‘금섬[금도禁島]’으로 알려진 무인도였다. 사시사철 해산물이 풍부하여 해녀들의 좋은 생업터였으나 물질을 오고가는 일이 쉽지 않았기에 애절한 신화가 탄생했다. 거친 자연과 야속한 인간의 희생물이 된 애기업개는 애기할망으로 불리며 마을 본향당 처녀신으로 좌정하였다. 마라도 애기할망은 인간에게 버림받았으면서도 늘 마을 사람들의 곁에서 일신의 안녕을 지켜주는 숭고한 존재이며 해녀들에게 물질의 안전과 해산물의 풍요를 가져다주는 수호신이다.


참고 문헌

남제주군 대정읍 마라리, 《마라도지》, 1995.
제주특별자치도·제주연구원, 《제주문화원형-설화편 1》, 2017.
진성기, 《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 민속원, 1991.


필자

양영자(梁永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