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콪당 고냥할망본풀이

새콪당_조천리_2011_강소전
정의
나주 기민창 조상이 조천 포구 새콪에 좌정하여 당할망이 되고 선흘리 안씨 댁 조상이 된 내력을 구송한 본풀이.
내용
옛날 순흥에서 삼 형제가 제주에 들어왔다. 큰형은 어림비(어음리), 둘째 형은 과납(납읍리), 막내는 서늘(선흘리)에 자리 잡았다. 그 후 막내의 후손이 조천관에 살게 되었는데 배를 많이 부려 안씨 선주라 불렸다. 안씨 선주는 거부로 살면서도 마음씨가 고와 이웃을 잘 돌보았다.
제주에 칠 년 가뭄이 들었다. 백성이 굶어죽게 되자 제주 목사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때 안씨 선주의 재산이면 제주 백성들이 사흘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소문이 들려왔다. 제주 목사가 안씨 선주를 불러 제주 백성을 살려볼 도리가 있는지 물었다. 안씨 선주는 쌓아두었던 돈을 모두 배에 가득 싣고 쌀을 사러 떠났다.
안씨는 육지에 당도하여 팔도강산을 돌며 쌀을 구했으나 사들일 쌀이 없었다. 어느 날 나주 고을에 들어선 안씨는 한숨을 쉬며 약주를 들고 있었다. 그때 어느 양반이 다가와 수심에 찬 이유를 묻자 제주 백성을 살리고자 무곡貿穀을 사려고 하나 금전에 맞는 무곡이 없어 탄식한다고 답하였다. 그 말을 들은 양반은 나라에서 나주 기민창饑民倉의 삼 년 묵은 곡식을 팔아 올리라 하지만 팔지 못하는 것이 수심이라고 하였다. 안씨는 곧 그 쌀을 사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창고의 쌀을 얼마간 꺼내어 막걸리를 만들어 골목골목마다 바가지를 띄워 놓았다. 오가는 사람들이 한 바가지씩 떠먹고 지나가니 그 술이 안씨의 술임을 알게 되었다. 나주 백성들 사이에서 안씨를 도와줘야겠다는 공론이 돌았다. 쌀을 싣는 날에는 막걸리를 먹은 나주 백성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후닥닥 쌀을 배에다 실어주었다. 나주 백성들과 작별한 안씨가 배를 띄우려는데 언뜻 갑사댕기에 머리를 땋아 늘인 아기씨가 배에 오르는 것을 보았다. 안씨가 이상히 여겨 배 안 여기저기를 찾아보았으나 아기씨는 간 곳이 없었다.
배가 제주 물마루에 가까워졌을 무렵, 잔잔하던 바다에 회오리바람이 불면서 산 같은 파도가 밀어닥치자 뱃전 밑으로 구멍이 터졌다. 안씨는 이 곡식이 들어가야 제주 백성을 살릴 것이니 배를 고이 제주 땅으로 인도해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하늘에 빌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가라앉던 배가 둥둥 뜨기 시작하였다. 터진 구멍에 가 보니 큰 뱀이 뱅뱅 서려서 물구멍을 꽉 막고 있는 것이었다. 안씨는 ‘우리 조상님이 분명하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배가 조천 포구에 무사히 닿았다. 안씨는 얼른 집으로 달려가 목욕한 뒤 향불을 피워 들고 청감주를 차려서 배 앞으로 왔다. 우리 조상이거든 발판을 내려서 집으로 가자고 꿇어앉아서 빌었다. 하지만 뱀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밤이 깊어서야 뱀은 뭍으로 내려와 안씨 집으로 갔다. 뱀은 집 울타리 안을 휘휘 둘러보더니 다시 새콪알로 내려갔다. 안씨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뱀은 자신은 나주 기민창의 곡식을 지키던 조상인데 창고가 비어가니 갈 길이 없어져 무곡을 따라왔다고 했다. 안씨 집안을 돌아봐도 몸 감출 데가 없어 조천관 새콪알로 좌정하여 가는 배, 오는 배, 삼천 어부, 일만 잠수를 차지하겠노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새콪알 굴속으로 몸을 감추며 들어갔다. 이렇게 하여 삼천 어부와 일만 잠수를 차지하고 당신으로 신과세를 받고 큰굿 하면 큰 밭 사고 작은굿 하면 작은 밭 사게 해주는 새콪할망, 고냥할망이 되었다. 안씨 상당골(상단골)은 이 신을 고방에 부군칠성으로 모셔서 명절과 기제사 때마다 정성을 다하였다. 그래서 자손을 번성시키고 거부가 되게 도와주는 조상이 되었다.
특징과 의의
나주 곡식 창고를 지키던 외래신인 뱀신이 곡식이 이동함에 따라 제주까지 오게 된 내력을 풀이한 신화이다. 뱀신은 곡식의 풍요를 관장하는 무곡의 여신으로 애초에 농경신적인 성격이 강한 여신이었다. 제주에 들어와 어부와 잠수를 차지한 해신海神·어로관장신으로 좌정하고 집안과 마을에 부를 가져다주는 조상신·당신으로서 직능을 하게 되는 신격의 변모 과정이 흥미롭다. 해녀들은 물질을 갈 때마다 새콪할망당에 들러 물질의 무사안녕 을 빌곤 한다. 《제주도전설지》에는 새콪 고냥할망이 안씨 조상이 아니라 장씨 집안을 수호해주는 조상신으로 모셔지는 과정이 수록되어 있어 이채롭다.
참고 문헌
문무병, 《제주도본향당신앙과 본풀이》, 민속원, 2008.
제주도, 《제주도전설지》, 1985.
현용준, 《제주도신화》, 서문당, 1996.
필자
양영자(梁永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