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해경 무렵


〈해경 무렵〉_서귀포 예술의전당_2022_강용준 제공

정의

강용준이 제주 바다에 얽힌 공동체 이야기를 다룬 희곡 작품.


내용

제주에서는 해안 마을마다 기간을 정해 미역 채취를 금하다가 대개 음력 3월 초가 되면 채취를 허가하는데 이를 ‘해경解警’, ‘허채’, ‘ᄌᆞ문’이라 한다. 해경은 가족, 인척끼리의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해경 때 채취한 미역 은 전부 개인의 수익이 되기 때문에, 해경 철이 되면 멀리 나간 가족들을 불러 도움을 요청한다. 이들은 해녀가 채취한 미역을 뭍으로 끌어올리는 일을 하는데 이들을 ‘마중꾼’이라 했다. ‘마중꾼’은 매우 힘든 일이었으나, 일가 친척이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여서 흔쾌히 모여든다.
이 작품은 개발 붐이 한창인 제주의 어느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해경을 앞두고 해녀일과 식당 운영을 하는 막순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걱정인데 치매 증세가 있는 시어머니의 노망에도 지쳐 있다. 마을 어촌계장인 오만석은 마을에 호텔과 잠수함, 유람선 선착장을 만들려는 건설업자의 브로커로 막순네 식당을 팔라고 종용한다. 한편,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막순의 올케 갑생이 시어머니를 데려가기 위해 딸과 함께 서울에서 찾아온다. 막순의 아들 철종과 만석의 아들 동추는 마을이 개발되면 마을 사람들과 해녀들의 삶이 터전이 사라진다며 시위를 벌인다. 동추는 방송작가인 갑생의 딸 진경에게 개발 반대 여론을 키울 수 있도록 방송국에서 취재하기를 부탁한다.
결국 막순의 아들 철종과 만석의 아들 동추 등의 투쟁으로 개발은 중단된다. 그러나 막순은 가게 앞에 ‘급매’ 팻말을 붙인다. 어두워진 무대의 벤치에 조용히 앉아 있는 막순에게 젊은 날 4·3에 희생된 남편 김을봉이 찾아와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제는 편히 살아.”라는 위로를 전하며 막이 내린다.


특징과 의의

2022년 11월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극단 가람’(이동훈 연출)에 의해 초연되었다. 바다의 끈질긴 생명력과 ‘해경’이라는 공동체 작업을 통해 참회와 용서가 교차해야 가능한 인간애의 아름다운 하모니와 화해를 의미 있게 다룬 작품이다.


참고 문헌

한형진, <제주 바다에 얽힌 공동체 이야기, 연극 ‘해경 무렵’ 공연>, 《제주의 소리》 2022년 11월 2일 기사.


필자

강용준(姜龍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