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관
영화의 피사체로서 ‘해녀’의 존재는 특별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존재인 까닭에 영화의 소재로서 더욱더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우선 해녀 소재 극영화를 살펴보면 1964년에 발표된 박영환 감독의 <해녀/The Women Divers>가 있다. 당대 최고 배우였던 최은희, 박노식, 최지희 등이 출연했으며 신필름에서 제작을 맡았다. 육지를 동경하던 해녀 자매의 허무한 꿈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해녀 소재 영화 개봉이 부쩍 늘었다. 2004년 박흥식 감독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판타지 영화 <인어공주/My Mother The Mermaid>가 발표되었다. 당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주목받았던 배우 전도연이 엄마 연순과 딸 나영의 1인 2역을 맡아 열연했다. 아울러 엄마 연순과 아빠 진국의 고향으로 그려진 곳이 바로 해녀의 섬이라 불리는 우도이다. 개봉 당시 우도 주민들을 위한 시사회가 따로 마련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16년에는 해녀할망과 불량소녀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긴 <계춘할망>이 개봉되었다. 12년 만에 잃어버린 손녀를 기적적으로 찾은 해녀 계춘과 손녀 혜지가 예전처럼 단둘이 제주도 집에서 함께 살면서 서로에게 적응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같은 해 4·3을 다룬 영화로 한국 영화 최초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지슬>의 오멸 감독이 제주해녀의 신명나는 싱크로–나이쓰 도전기 <인어전설>을 발표하였다. 아쿠아리움에서 수중 공연 일을 하던 싱크로나이즈드 국가대표 출신의 ‘영주’가 제주도 해녀들의 싱크로나이즈드 코치를 제안받고 제주도 로 향하면서 빚어지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다.
2019년에는 제주 출신 고훈 감독의 <어멍>이 발표되었다. 평생을 거친 바다에서 살아온 해녀 숙자와 철부지 아들 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인어전설>과 <어멍>의 주연(title role)은 모두 제주 출신 문희경 배우가 맡았다.
2021년에는 제주 출신 고두심이 주연을 맡은 <빛나는 순간>이 개봉되었다. ‘바다에서 숨 오래 참기’로 기네스북에 오른 제주해녀 진옥과 진옥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다큐멘터리 PD 경훈의 특별한 사랑을 담은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진옥 역을 맡은 고두심 배우는 2004년 발표된 <인어공주>에서 나영의 엄마인 해녀 연순 역으로도 열연한 바 있다. 뒤이어 2023년에 개봉된 영화 <밀수>에서도 해녀의 존재를 찾아볼 수 있다.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의 직업이 해녀로 묘사되었다.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도 꾸준히 해녀를 다룬 영화가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 감독인 하마무라 마사키原村政樹가 2004년에 발표한 <해녀 양씨>이다. 제주에서 태어나 4·3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해녀 양의헌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이어 발표된 다큐멘터리 영화가 고희영 감독의 <물숨>(2016)과 <물꽃의 전설>(2023)이다. 두 작품은 해녀의 세계를 집요하게 탐구한 결과물로 대중들에게 해녀의 계급과 물숨의 의미, 그리고 바다가 점점 텅 비어가는 현실을 널리 알려 주목받았다.
영화는 21세기 대중문화에서 가장 파급력이 높은 장르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소재로서의 희소성 때문에 해녀가 주목받았다면, 2000년 이후부터 제작되는 영화들은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해녀의 세계를 조명한 작품들이 잇달았다. 피상적인 피사체로서가 아니라 해녀 의 세계와 가치를 보여주고 화두를 던져주는 작품들이기에 그 의미가 깊다.
필자
안현미(安鉉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