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ies of the world: Korea

Families of the world: Korea
정의
열두 살 소녀가 해녀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을 통해 제주해녀를 외국인의 시각에서 영상화한 작품.
내용
영화 <해녀>_1964_《제주시수협 100년사》
제주해녀가 영화 주제로 처음 다뤄진 건 1964년 개봉한 박영환 감독의 <해녀>로, 육지를 동경하는 해녀 자매의 이야기이다. 이어 1977년 임권택 감독의 <옥례기>와 제주 출신 강대하 감독이 1983년 제작한 <과부 3대>, 2004년 우도를 배경으로 한 <인어공주> 등에 해녀가 등장하지만 전반적인 ‘해녀문화’를 다루는 게 아니라 드라마적 요소에 그쳤다. 이에 비해 북촌리 소녀 해녀 입문기라고 할 수 있는 는 해녀 문화가 구체적으로 그려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브렌다 수누(Brenda Sunoo)로, 조천읍 북촌리에 사는 12살 소녀가 해녀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과 해녀문화, 제주의 생활상 등을 외국인의 시각에서 기록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1975년 당시 조천읍 북촌리에 살던 12살 초등학생 소녀 영재다. 영재는 밭일과 물질, 가족들을 돌보느라 바쁜 어머니를 위해 학교에 있는 시간을 빼면 동생을 업고 빨래를 하고 갖가지 허드렛일도 돕는다. 마을 용천수에서 빨래를 하면서 친구와 수다 떠는 게 재미있지만 영재의 꿈은 엄마와 할머니, 동네 아낙들처럼 해녀가 되는 것이다.
이 마을 소녀들은 12살이 되면 물질을 배우기 시작하고 16살이 되면 자신의 장비를 받아 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해녀들과 함께 물질에 나선다. 어른 해녀들은 먼바다에 나가서 물질을 하지만 영재와 친구들은 얕은 곳에서 물질하는 법과 바다에 대한 경외심을 배운다.
토요일 아침, 어촌 마을은 분주하다. 남자들은 출어 준비를 하고 아낙들은 물질에 나선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포구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술래잡기를 한다. 해녀나 배가 처음 고기잡이에 나서거나 특별한 날에 심방은 바닷가에서 어민들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를 지내고 용왕에게 술과 음식을 바친다. 영재도 또래 친구들 그리고 어머니, 마을 해녀들과 함께 바다로 나선다.
해녀들은 테왁에 의지해 바다 깊은 곳까지 내려가 전복과 소라, 문어를 잡는다. 보통 사람들은 1분도 숨을 참기 어렵지만 해녀들은 2~3분 동안 바닷속에 머문다. 수면 위로 올라와 내뱉는 ‘숨비소리’는 고통이자 기쁨의 산물이다.
어른들이 깊은 바다에서 물질하는 동안 영재와 친구들은 얕은 곳에서 능력에 맞게 수산물을 채취한다. 영재도 물질하면 할아버지 생일 선물을 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 영재는 학교에서 앞에 나가 발표도 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이다. 수업 후 할아버지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제주시내 시장으로 가서 고심 끝에 곰방대를 선택한다.
할아버지 75살 생일잔치를 맞아 가족뿐 아니라 이웃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은 선물과 함께 공손하게 절을 올리며 만수무강을 빈다. 그야말로 동네잔치다. 영재와 할아버지는 살가운 사이다. 영재는 한국전쟁과 4·3 등 온갖 곡절을 겪은 할아버지처럼 지혜로운 어른, 강인한 해녀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영화에서 영재의 어머니와 할아버지는 친어머니와 친할아버지가 아니라고 한다. 영화에 나온 절도 북촌리에 있는 절이 아니라 김녕리에 있는 절이다. 다큐 형식을 빌려 제주해녀문화를 소상하게 설명하기 위한 장치들인 것이다.
12살 소녀와 어머니, 그리고 동네 해녀들을 통해 해녀 문화가 어떻게 전승되는지, 제주 여성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심방과 절을 내세워 해녀와 관련된 무속신앙과 불교가 제주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보여준다.
특징과 의의
1975년 캐나다 방송협회(Canadian Broadcasting Corporation)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해녀들의 삶뿐만 아니라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다. 제주시내 재래시장과 아이들이 놀이터인 포구, 동네 여성들의 모임 장소인 용천수 빨래터, 국민학교 수업시간 등을 영상에 담아 당시 제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한국전쟁과 제주4·3사건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이 영화는 제주 사람이나 한국 사람이 아닌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제주와 해녀문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1975년에 컬러 영상으로 제작한 제주의 생생한 화면은 물론 중간중간에 삽입된 제주어와 동요 또한 소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필자
오승철(吳承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