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해녀 양씨

海女のリャンさん


정의

제주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해녀 양의헌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내용

<해녀 양씨 海女のリャンさん>는 2004년에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제주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각지를 돌면서 물질하는 제주해녀 양의헌(1916년생)의 모습을 담은 신기수의 미완성 기록 영상을 모티브로 하였다. 작고한 조선통신사 연구가 신기수의 기록 필름을 일본 제작사인 사쿠라 영화제작사가 입수하였고 하마무라 마사키(原村政樹) 감독이 90분 분량의 영화로 완성하여 2004년 발표했다. 기존 자료화면과 현재 기록이 혼재된 이 작품은 한일 양국의 카메라 스태프들과 양씨 가족들의 도움으로 완성되었다.
영화는 일본 각지의 바다를 돌면서 물질하는 양씨의 모습과 북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가던 아들의 모습을 찍은 1966년부터 시작된다. “한쪽 손에 빗창 들고, 한쪽 손에 테왁을 메고, 칠성판을 등에 지고, 한 길 두 길 들어가 보니 저승이 분명하다.”는 민요사설과 같이 특별한 장비 없이 맨몸으로 물에 들어가는 제주해녀들의 삶은 제주를 떠나 일본에서도 이어졌다. 더구나 한국 최대의 비극이라 일컫는 4·3사건을 피해 일본으로 밀항 간 해녀의 삶은 더욱 가혹했다.
해녀 양씨의 삶 또한 그러했다. 일제강점기 제주에서 태어난 양씨는 어린 시절부터 물질을 했으며 살아남기 위해 4·3의 광풍을 피해 일본으로 밀항했다. 그 과정에서 어린 딸과 이별했다. 일본으로 건너간 양씨는 조총련 학교 에서 일하던 이와 결혼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조선적’이라는 국적 아닌 국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1960년대 북한의 귀국 사업 때문에 3명의 아들마저 북으로 보낸 양씨는 한국 입국을 오랫동안 허락받지 못하다 53년 만에 고향 제주를 일주일간 방문할 수 있었다. 아울러 그 방문이 마지막 방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차별과 극심한 빈곤 속에서도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한 가족의 삶을 이끈 해녀의 일대기를 그려냄과 동시에 그녀가 왜 자식들을 북송 프로그램에 따라 북한으로 보내야 했는지를 살폈다. 이데올로기의 비극과 재일제주인의 경계인으로서의 아픔을 밀도 깊게 그려내어 진한 감동을 전했다.


특징과 의의

격랑의 한국 근·현대사를 헤쳐 온 일본 속에서의 제주해녀의 삶을 기록한 영화로 1960년대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해녀의 물질 작업 형태는 물론 재일제주인들의 근대 생활사를 엿볼 수 있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 그리고 남북한의 이데올로기 대립이 한 개인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필자

안현미(安鉉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