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개관
한국소설에서 제주해녀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은 적지 않다. 고소설에서도 <배비장전>의 후반부에 제주해녀가 등장한다. 현대소설의 경우 1940~1960년대에는 다른 지역 작가들에 의해 제주해녀가 그려졌다. 제주 출신 작가들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해녀들의 세계가 소설화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다. 이러한 일련의 작품들은 그 예술적 가치와 더불어 제주해녀를 이해하는 자료로서도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현대소설에 나타난 제주해녀의 형상화 양상을 이국적·성적 이미지로서의 제주해녀, 생활인·직업인으로서의 제주해녀, 역사적 격변 속의 제주해녀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작가들의 눈에 해녀들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그 인식의 차이가 작품 속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 되고 있는지, 인식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유념하면서 경향별로 유형화하고 그것을 분석한 것이다.
첫째, 1960년대까지의 제주해녀에 관한 작품들은 김정 한의 <월광한>, 허윤석의 <해녀>, 황순원의 <비바리>, 정한숙의 <해녀>, <귤밭 언덕에서> 등에서 보듯이 모두 다른 지역 작가에 의해 쓰였다. 이들 작품에서는 대체로 제주해녀를 낭만적으로 인식하여 그 구체적인 삶의 양상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제주해녀를 이국적 이미지나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컸다는 것이다. 특히 이 소설들은 우리 문학사에서 상당한 비중을 지니는 작가의 작품들이다. 따라서 제주도를 제대로 체험하지 못한 많은 독자들은 이런 작품을 통해 제주해녀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을 것이고 사람들의 의식을 그렇게 굳혀 놓았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둘째, 1980년대 이후에는 주로 오성찬, 현기영, 현길언, 고시홍, 오경훈, 한림화 등 제주 출신 작가들에 의해 제주 해녀가 본격적으로 형상화되었다. 이들의 작품에서는 해녀들에 대한 낭만적 인식을 거의 찾을 수 없다. 고시홍의 <표류하는 이어도>, 현기영의 《바람 타는 섬》, 오성찬의 <보제기들은 밤에 떠난다> 등에서는 생활인, 직업인으로서의 제주해녀의 양상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 작품들에서는 제주바다에서의 물질작업이든 타지에서 행하는 바깥물질이든 해녀들이 인고하며 맞닥뜨려야 할 생업으로 인식된다. 제주해녀들이 생명을 걸고서 자신들의 힘겨운 삶을 숙명으로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문학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제주해녀의 생활상도 역사적 시각을 토대로 접근하는 소설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현기영의 《바람 타는 섬》 <거룩한 생애>, 현길언의 《껍질과 속살》, 오경훈의 《세월은 가고》, 한림화의 《불턱》 등의 소설에 나타난 역사적 격변 속의 제주해녀는 20세기에 제주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들 가운데 1930년대 해녀항쟁에 집중되어 형상화되는 경향이 강하고 4·3과 연관된 작품들도 적지 않다. 1930년대 해녀 항쟁이 주로 부각되는 것은 그 사건의 중심인물이 해녀들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사건 역시 해녀만이 아니라 제주사람 전체의 삶의 조건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따라서 역사적 격변 속의 제주해녀 의 삶의 양상은 처절한 현대사를 헤쳐온 제주사람 전체의 그것과 일치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참고 문헌
김동윤, <현대소설에 나타난 제주해녀>, 《4·3의 진실과 문학》, 각, 2003.
김동윤, <현대소설에 나타난 제주 여성>, 《제주문학론》, 제주대학교 출판부, 2008.
필자
김동윤(金東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