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의 숨결에 실린 푸르고 깊은 노래 숨·빛·노래

〈제주해녀의 숨결에 실린 푸르고 깊은 노래 숨·빛·소리〉_국립국악원 예악당_2023_고승유
정의
제주해녀를 주제로 제주의 전통 소리와 무용, 연극, 판소리 등 각 팀의 작품들을 융합하여 만든 융복합 창작 공연.
내용
‘제주해녀의 숨결에 실린 푸르고 깊은 노래 숨·빛·소리’ 공연은 한경면 고산리어촌계 해녀공연단을 비롯해 제주 예술인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2020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보조 사업을 통해 처음 창작되어 전주 국립무형유산원 공연장에서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초연되었다. 2022년 제주문예회관, 2023년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되었다.
‘제주해녀의 숨결에 실린 푸르고 깊은 노래 숨·빛·소리’ 공연은 ‘기원의 울림’, ‘삶의 숨결’, ‘푸르고 깊은 노래’, ‘물허벅춤’ 총 네 개의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마당 ‘기원의 울림’은 제주 선인들의 지혜로운 삶과 하늘, 땅, 사람이 함께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창작 춤인 ‘비념’으로 시작한다. 이후 해녀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며 영등신에게 비는 ‘해녀굿’, 제주 심방의 춤을 모티브로 하늘, 땅, 사람이 함께 모두의 상생과 해원의 의미를 담은 ‘감상기 춤’으로 이어진다. 영등신은 음력 2월 초하루에 들어왔다가 그 달 보름에 동쪽으로 떠난다고 한다. 사람들은 영등신이 서풍을 타고 들어와 북풍을 타고 떠나 는 것으로 여겼다. 영등신은 바다의 어패류를 까먹는 대신 새로운 씨앗을 뿌려주고 떠난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해녀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기원의 장을 첫 번째 마당에서 표현했다.
둘째 마당인 ‘삶의 숨결’은 ‘노젓는소리’와 ‘제주해녀춤’, ‘멸치후리는노래’로 이루어진다. ‘노젓는소리’는 1971년 8월 26일 제주도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해녀노래다. 해녀들이 ‘테우’를 타고 노를 저어 이동한 다음 바다에 뛰어들어 물질을 하고 난 후 다시 테우에 올라와 노를 저으면서 부르는 소리이다. ‘제주해녀춤’은 50여 년 전 제주 무용의 선구자인 송근우가 만든 춤을 바탕으로 오늘날 제주를 있게 한 제주 여성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눈보라 치는 겨울 바다에서의 물질도 마다하지 않고 거친 환경에 당당히 맞서는 제주 여성들의 애환과 강인한 일상을 희망과 풍요로움으로 형상화한 창작 춤이다. ‘멸치후리는노래’는 그물로 멸치를 후리는 작업을 할 때 부르는 어업 노동요이다. 멸치를 잡는 일은 낮에도 하지만 보통은 밀물 때인 자정쯤 그물을 놓고 동이 틀 때까지 멸치를 몰아가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때 한 사람이 선소리를 하면 여러 사람이 후렴을 받는 형태로 부르는 노래이다.
셋째 마당 ‘푸르고 깊은 노래’에서는 ‘애기구덕 흥그는 소리’와 창작 판소리 해녀가인 ‘회복’, 허벅놀이로 ‘오돌또기’와 ‘너영나영’을 부른다. 제주도에서는 아기를 재울 때 애기구덕이라는 제주도 특유의 대나무로 만든 요람을 사용한다. ‘애기구덕흥그는소리’는 애기구덕에 아기를 눕힌 후 흔들면서 부르는 제주민요이다. ‘회복’은 거친 바다에 목숨 꽃 피우는 제주해녀들의 애환을 그리는 내용으로 창작된 판소리 해녀가이다. ‘오돌또기’는 제주 특유의 향기로운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가락과 함께 아름다운 제주 의 명승지가 나열되는 사설이 특징적이다.
넷째 마당은 ‘물허벅춤’으로 이루어진다. ‘물허벅춤’은 기존의 허벅춤을 바탕으로 한 놀이 형태의 춤이다. 물이 귀한 제주에서 운반과 보관을 담당했던 물허벅을 상징화하여 표현하였다.
각각의 마당 사이에는 단막극이 등장하는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미옥의 아버지는 제주4·3을 겪고 6·25전쟁 에 참전했다가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다. 미옥의 어머니는 바다에서 물질을 하다가 사고로 죽었다. 미옥은 아버지를 모시며 물질로 삶을 연명하게 된다. 그런 미옥을 사모하던 기철은 그녀와 결혼하여 딸 선영을 낳고 미옥의 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삼춘이 미옥 아버지의 6·25 참전 용사 등록 문제로 미옥의 집에 찾아온다. 같은 날 미옥의 아버지가 남의 밭에 들어가서 농사를 다 망쳐놔 경찰서에 잡혀 있다는 연락이 온다. 기철은 경찰서로 가 미옥의 아버지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데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미옥의 아버지는 귀가 후 갑자기 미옥의 아기인 선영이가 누워있는 애기구덕을 들고 뛰쳐나간다. 미옥과 동네 삼춘, 기철은 선영이와 온 동네를 헤매다가 선영이는 찾았지만 아버지를 찾지 못했고 결국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훗날 미옥 아버지의 6·25 참전 용사 등록 문제가 해결되었고 성장한 선영은 물질을 하겠다고 미옥에게 선포한다. 미옥은 물질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화를 내며 반대했지만 해녀가 되겠다는 선영의 고집을 꺾지 못한다.
특징과 의의
제주 출신 예술인들과 해녀들의 협업을 통해 제주해녀문화, 한국무용, 해녀굿, 판소리, 연극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여 해녀문화를 선양하는 무대 예술로 탄생했다. 해녀로만 구성된 고산리 해녀공연단이 출연하여 관객들에게 공연의 생동감과 체감도를 높였다.
필자
고승유(高丞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