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하르방

영등하르방(왼쪽)과 영등할망(가운데)_귀덕리_2021_제주학연구센터
정의
‘영등할아버지’라는 뜻으로, 영등신을 남성 신격으로 인식하여 부르는 명칭.
내용
영등하르방은 ‘영등’과 ‘하르방’이 결합하여 이루어진 말이다. 영등은 영등신을 의미하고, 하르방은 할아버지의 제주방언이다. 하르방을 ‘하르바님’이라고 존대하여 부르기도 한다. 여성 신격으로서 대표적인 명칭이 영등할망이므로, 이에 견주어 영등하르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할망과 하르방이라고 하여 마치 부부신처럼 여기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영등하르방은 영등신을 남성 신격으로 인식하여 부를 때 가장 대표적인 명칭이다. 하르방이 있으니 그다음으로 ‘영등아방(영등아버지)’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영등대왕’, ‘영등이방’, ‘영등별감’, ‘영등호장’ 등으로 부르는 명칭에서도 남성 신격으로 인식하는 면모가 나타난다. 한편 영등대왕은 과거 한림읍에 있었던 ‘영등당’의 본풀이와도 밀접한 명칭이다. 영등대왕이 ‘외눈배기(외눈박이)’ 땅에서 위험에 처한 어부들을 구하고 죽임을 당하였 다는 내력이 전해온다.
지역 사례
성산읍 시흥리 ‘송난’ 포구 근처에 ‘영등하르방’이라고 부르는 석상이 있다. 원통형으로 돌탑을 만들고 그 위에 현무암 석상을 올렸다. 석상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모자를 썼으며 양손도 갖춘 모습이다. 이 돌탑과 영등하르방 석상은 제주도 여러 마을에서 액운을 막고자 세우는 이른바 ‘거욱대(방사탑)’이다. 시흥리에서는 도깨비불과 화재를 막기 위해 돌탑을 쌓고 영등하르방 석상을 세웠다고 한다. 다만 영등신앙과 관련한 내력은 드러나지 않는다.
특징과 의의
영등신을 두고 할망과 하르방이라고 하여 부부신으로 인식하고 있다. 애초에 영등신은 여성 신격이었다. 영등신앙이 점차 전승되는 과정에서 남성 신격을 더하여 부부신으로 짝을 맞추려 하였던 결과로 보인다. ‘설문대할망과 설문대하르방’처럼 제주도 민간신앙에서 할망과 하르방으로 짝을 지어 신명을 형성하는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참고 문헌
강소전, <제주시 한림읍 대림리의 영등신앙>, 《제주 대림리유적》, 호남문화재연구원·대한주택공사, 2008.
남제주군·제주대학교박물관, 《남제주군의 문화유적》, 1996.
문무병, 《바람의 축제 칠머리당 영등굿》, 황금알, 2005.
필자
강소전(姜昭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