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신당
海神堂

해신당_두모리_2007_강소전
이칭
개당, 남당, 돈짓당, 술일당 , 어부당, 영감당 , ᄌᆞᆷ녀당
개관
해신당海神堂은 해안 마을에서 해녀 물질과 어부 어로 활동의 무사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당이자 어업 관련 여러 신당들을 두루 이르는 명칭이다. 해신당은 해안 마을 주민들이 바다밭을 일구는 염원을 담은 성스러운 곳이다. 보통 해안 마을에는 마을 본향당이 있고 해신당이 따로 있지만, 마을 사정에 따라서는 본향당이 곧 해신당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일부 해신당은 영등굿의 전승 기반이 되기도 한다. 연륙포구의 해신당이 유교식 해신사 사당 설립의 바탕이 되는 사례도 있다. 해녀와 어부가 전승한 전통적인 신앙은 영등굿이나 잠수굿 외에도 해신당과 그 의례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조선시대 여러 문헌에는 제주도 신당과 당굿의 모습이 나타난다. 16세기 초반에 김정은 《제주풍토록》에서 음사 淫祠가 거의 300여 곳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신증동국여지승람》, 김상헌의 《남사록》, 이건의 《제주풍토기》 등에서는 당굿을 벌이는 풍경을 묘사하였다. 17세기 중반 이원진도 《탐라지》에 사묘祠廟의 사례로 광양당廣壤堂, 차귀사遮歸祠, 천외사川外祠 등의 신당을 기록하였다. 문헌을 참고하면 전도에 걸쳐 신당이 존재하고, 신당의 공동체 의례가 도민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도 과거와 견줄 수 있을 만큼 여러 성격의 신당이 존재한다. 각 마을마다 당신앙도 유지되고 있어 끈질긴 전승력을 보여준다. 자연히 해안 마을 해신당의 역사도 매우 오래되었다.
제주도는 화산섬이고 해안 마을은 반농반어의 삶을 살았다. 뭍의 땅 말고도 바다도 생업의 터전이었다. 거친 바다에서 해녀는 물질하고 어부는 어로 활동을 하며 ‘바다밭’을 적극적으로 일구었다. 시대가 흘러 어업 환경이 현대화되었다고 해도 바다는 뭍보다 위험이 늘 상존하는 곳이다. 해녀와 어부들은 물때, 조류, 바람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피고 바다에 순응하는 생업 활동을 하였다. 각 해안 마을마다 어업 관련 신당을 마련하여 바다밭의 무사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였다. 더불어 섬과 뭍을 왕래하는 이들의 안전도 함께 빌었다.
해안 마을의 신당은 예부터 ‘개당’, ‘돈짓당’, ‘남당’, ‘술일당’, ‘영감당’, ‘어부당’, ‘ᄌᆞᆷ녀당’ 등 여러 명칭으로 불렸다. 개당과 돈짓당은 신당이 자리한 장소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남당의 의미는 모호하다. 술일당戍日堂은 개를 뜻하는 간지인 술戌이 포구의 의미인 개와 음이 같은 데서 연유하였다. 영감당令監堂은 선왕인 영감신이 좌정한 곳이다. 어부나 잠녀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명칭도 있다. 물론 고유한 신당 명칭으로 부르는 사례도 많다. 이러한 여러 사례들은 해신당 계열의 신당으로 묶을 수 있다. 과거에는 여러 명칭으로 다양하게 불렀으나 근래 들어서는 해신당으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신당을 새롭게 정비하며 해신이라고 위패를 세우거나, 해신당이라는 현판을 다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해신당은 마땅히 생업의 터전인 바닷가 주변에 마련하였다. 배가 드나드는 포구에 있기도 하고, 일반적인 해변에 자리 잡기도 한다. 개별 해신당의 사정에 따라 당집을 마련하거나, 돌담을 두른 노천형이거나, 바위나 나무를 의지하는 등 그 형태는 저마다 다양하다. 해신당 성격의 신당이 한 마을의 여러 곳에 존재할 수도 있다. 각 해신당 마다 주민들이 찾아가는 제일이 정해져 있는데, 보통 초하루와 보름에 많이 가는 편이다.
해신당에 좌정한 당신은 ‘요왕또’, ‘요왕부인’, ‘용녀부인’, ‘요왕해신부인’, ‘개당하르방·개당할망’, ‘돈지하르방·돈지할망’, ‘남당하르방·남당할망’, ‘영감또’, ‘술일한집’ 등의 호칭으로 부른다. 용왕 관련 여신 명칭이 두드러진다. 개당, 돈짓당, 남당은 하르방과 할망이라고 부부신 양상을 보인다. 물론 ‘당캐할망’처럼 지명에 바탕을 둔 나름대로 고유한 이름을 가진 당신들도 있다. ‘서물한집’처럼 서물, 곧 서무날이라는 물때와 연관한 호칭도 있다.
각 해신당마다 당과 당신들의 내력을 담은 신화인 ‘본풀이’가 현재도 전승된다. 어떤 해신당들은 비교적 서사를 갖춘 본풀이를 간직하고 있다. 남신인 본향당신과 혼인한 용왕국 딸아기이거나, 파선할 위기에 놓인 배를 구해준 칠성(뱀)이거나, 바다에서 낚싯줄에 올라온 돌미륵 등의 내력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서사는 희미해지고 당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위주로 남은 본풀이도 많다.
제주도 전역의 해안 마을에 해신당이 여전히 두루 존재하고 있다.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설립된 해신당과 더불어 다른 성격의 신당이지만 여러 사정으로 해신을 함께 모시는 경우까지 감안한다면 현재에도 약 100개 내외의 해신당이 전승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미신타파 풍조 속에 지역개발 과정을 거치면서도 어업의 특성으로 인해 현재까지 해신당이 비교적 많이 보존되고 있는 편이다.
참고 문헌
제주특별자치도·(사)제주전통문화연구소, 《제주신당조사: 서귀포시권》, 2009.
제주특별자치도·(사)제주전통문화연구소, 《제주신당조사: 제주시권》, 2008.
좌혜경·강정식, 《제주해녀문화 실태조사 및 지속가능한 보전 방안》, 제주발전연구원·제주학연구센터, 2014.
진성기, 《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 민속원, 1991.
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신구문화사, 1980.
필자
강소전(姜昭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