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어제

영등환영풍어제(김윤수 심방)_제주시수협 위판장_2016_제주시수협 제공
이칭
풍어굿
개관
풍어제는 해안 마을에서 해상 무사고와 해산물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이다. 풍어제라는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만선을 위한 어로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풍어제는 선주(어부)의 어업을 중시하는 양상을 보인다. 해녀들이 주로 영등굿이나 잠수굿을 통하여 기원하는 모습과 견줄 수 있다. 영등굿이나 잠수굿에도 선주들이 참여하지만 아무래도 해녀들이 굿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한편 해안 마을이라고 해서 모두 풍어제를 지내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당굿(본향당, 해신당)이나 영등굿 또는 잠수굿, 유교식 포제 등에서 어업 풍요를 포함하여 기원하니 따로 풍어제를 벌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제주도 해안 마을 풍어제 사례로 한림읍 귀덕리와 한수리의 경우를 살펴볼 수 있다. 귀덕리는 귀덕1·2·3리로 이루어진 마을인데, 세 마을이 합동으로 음력 1월에 ‘귀덕본향당’에서 유교식으로 당제를 지낸다. 이 당제는 귀덕1·2리의 풍어제를 겸하고 있다. 당제는 어촌계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풍어제이기도 하다.
한수리에서는 ‘대섬밧당’이라는 마을 신당 옆에 따로 제단을 마련하여 풍어제를 지냈다. 과거 한림읍 일대에서 유명하였던 영등당의 당굿이 사라진 뒤, 어업 활동에 애로가 생기자 1980년대 중반부터 풍어제를 지냈던 것이다. 풍어제는 음력 1월 15일 아침에 마을과 어촌계 대표들이 모여 유교식으로 지냈다. 2015년부터 다시 영등굿을 벌이면서 현재는 풍어제를 지내지 않는다. 풍어제는 어업공 동체의 의례이지만, 마을 단위의 의례가 없을 경우 풍어제가 마을제의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이때는 어촌계뿐만 아니라 마을 대표들도 제관으로 함께 참여한다.
추자도수협 풍어제_추자도수협 위판장_2024_제주학연구센터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하면 제주도에서 풍어제는 사실상 수산업협동조합에서 지내는 풍어제라고 할 수 있다. 제주도에는 제주시수협, 성산포수협, 서귀포수협, 모슬포수협, 한림수협, 추자도수협 등 모두 6개 수협이 있다. 각 지역 수산업협동조합에서 주관하여 관내 어촌계, 어선주협회 등 관련 기관이나 조직들을 포괄하여 함께 치른다. 풍어제를 하는 시기는 각 수협에 따라 다르지만 음력 2월에 하는 사례가 여럿이다. 장소는 대개 해당 수협의 위판장이나 창고 같은 시설이다.
풍어제는 세부적으로 유교식 풍어제와 무속식 풍어굿 을 함께 벌이거나, 굿 없이 유교식 풍어제만 치르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의례 자체가 간소화된 경향으로 보인다. 유교식은 보통 삼헌관, 대축, 집사로 제관을 구성한다. 유교식 마을제인 포제에 준하여 진행한다. 무속식은 심방을 초빙하여 거의 종일 굿을 하는 방식이다. 풍어굿은 영등굿이나 잠수굿과 같은 양상이다. 제주도의 수협 풍어제는 보통 유교식과 무속식 의례가 공존 하는 양상을 보인다.
수산업협동조합의 풍어제는 어업 활동과 관련한 현대적인 생업 기관이 주관하는 의례이다. 1962년에 ‘수산업협동조합법’이 공포되었고, 각 지역마다 수협이 만들어지면서 수협 차원의 풍어제도 치러지기 시작하였다. 이전까지 마을에서 벌이던 의례 전통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각 수협 관내 어촌계들 가운데 자체적으로 영등굿이나 잠수 굿 등을 지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수협이 주관하는 풍어제에 참가하는 것이 대안이 된다. 실제로 제주 서부지역은 동부지역에 견주어 특히 무속신앙의 전승이 약화되어 있는데, 수협의 풍어제가 각 어촌계의 해녀와 어부 관련 생업의례를 감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시수협 풍어제는 음력 2월 1일에 건입동 칠머리당 영등환영제를 하는 중간에 유교식으로 함께 지낸다. 관내 34개 어촌계가 참여한다(고내, 곽지, 구엄, 귀일, 금성, 김녕, 내도, 도두, 동복, 북촌, 산지, 삼양, 서광, 세화, 신엄, 신촌, 신흥, 애월, 오봉, 외도, 용담, 월정, 이호, 조일, 조천, 종달, 천진, 평대, 하귀1, 하도, 한동, 함덕, 행원, 화북).
성산포수협 풍어제는 음력 2월에 택일하고, 유교식으로 먼저 지낸 다음 무속식 굿을 벌인다. 관내 13개 어촌계가 참여한다(고성·신양, 삼달, 성산, 세화, 시흥, 신산, 신천, 신풍, 오조, 온평, 토산, 표선, 하천).
한림수협 풍어제는 음력 2월에 택일하고, 유교식으로 먼저 지낸 뒤에 무속식 굿을 이어 한다. 관내 18개 어촌계가 참여한다(고산, 귀덕1, 귀덕2, 금능, 금등, 두모, 비양, 수원, 신창, 옹포, 용당, 용수, 용운, 월령, 판포, 한림, 한수, 협재).
서귀포수협 풍어제는 음력 2월에 택일하여 유교식과 무속식의 두 방식으로 두루 지낸다. 관내 19개 어촌계가 참여한다(강정, 남원, 대포, 법환, 보목, 색달, 서귀, 신례, 신흥, 위미1, 위미2, 중문, 태흥1, 태흥2, 태흥3, 토평, 하례, 하예, 하효).
모슬포수협 풍어제는 11월에 ‘모슬포 방어축제’ 행사의 하나로 간단히 유교식으로 치러진다. 관내 13개 어촌계가 참여한다(가파, 대평, 동일, 마라, 무릉, 사계, 상모, 신도, 영락, 일과 1, 일과2, 하모, 화순).
추자도수협 풍어제는 유교식으로 지낸다. 관내 5개 어촌계가 참여한다(대서, 묵, 신양, 영흥, 예초).
참고 문헌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의 마을신앙: 제주특별자치도》, 2023.
좌혜경·강정식, 《제주해녀문화 실태조사 및 지속가능한 보전 방안》, 제주발전 연구원·제주학연구센터, 2014.
한국문화원연합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한림읍 역사문화지》, 2014.
해양수산부, 《2023 어촌계 현황조사 결과보고》, 해양수산부(수산정책과)·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수산경제연구원), 2023.
필자
강소전(姜昭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