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요왕비념


요왕비념(서순실 심방)_김녕리_2009_강소전

이칭

요왕제


정의

바다를 관장하는 용왕에게 무사 안녕과 생업 풍요를 간단히 기원하는 무속의례.


내용

요왕비념은 ‘요왕’에게 ‘비념’을 드리는 일이다. 요왕은 용왕으로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어업 전반의 안녕을 관장하는 가장 중요한 신격이다. 비념은 기원이라는 말이다. 또한 비념은 제물을 간단하게 준비하고 심방 한 사람이 무악기 없이 춤도 추지 않고 무구인 요령을 흔들며 짧은 시간 안에 기원하는 무속의례를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요왕비념은 바다를 터전으로 삼아 어업 관련 생업을 하는 이들이 용왕을 대상으로 간단하게 무사 안녕을 비는 일이다. 달리 ‘요왕제龍王祭’라고도 부른다. 해녀와 어부 같은 어업 종사자들이 자주 하는 의례이다.
요왕비념은 제주도 밖의 타지에서 생활하거나 혹은 제주도에 거주하더라도 육지에 자주 왕래하는 사정이 있는 가족들의 안녕을 위하여 지내기도 한다. 섬 바깥 지역을 오가기 위해서는 위험한 바다를 건너야 하니 역시 용왕에게 잘 보살펴 달라고 기원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어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각자 사정에 따라 요왕비념을 지낼 수도 있는 셈이다.
요왕비념은 개별 가정에서 저마다 지낸다. 비념을 지내는 시기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대개 가정에서 해마다 주로 음력 1월을 택하여 신년제를 치를 때에 문전제나 조왕제 등의 다른 가정신앙 의례와 함께 요왕비념을 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신년제로 하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택일하여 빌기도 한다. 마을 본향당에 다녀오는 날을 택하여 바다에도 가서 지냈다는 사례도 있다. 만약 마을에서 해녀들이 해마다 영등굿 혹은 잠수굿 등을 벌인다면 굿하는 날을 택하여 개인적으로 요왕비념을 지내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개인이 지내는 요왕맞이라는 뜻으로 ‘개인 요왕맞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녀공동체의 굿인 영등굿이나 잠수굿에 요왕맞이 제차가 있는 것에 견주는 표현이다.
요왕비념은 대개 심방을 청하여 지내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스스로 하기도 한다. 비념은 기본적으로 마을 바닷가에 직접 가서 하는 편이다. 제물로는 돌레떡, 메, 삶은 계란, 생선, 채소류, 술, 과일류, 쌀 등을 준비한다. 심방 이 진행할 경우 소요 시간은 보통 30분 내외이다. 준비한 제물을 두루 조금씩 뜯어 백지에 싸서 ‘지’를 만든 뒤 바다에 던지는 ‘지드림’을 하고 비념을 마친다. 자신의 사정에 따라 집에서 제물을 진설하여 요왕비념을 할 수도 있다.


특징과 의의

요왕비념은 개인적으로 용왕에 대해 정성을 드리는 의례이다. 주로 신년제의 하나로 요왕비념을 함께 치르기는 하지만, 개인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영등굿이나 잠수굿이 어업공동체 차원의 의례라면 요왕비념은 각 개인이 지내는 의례인 셈이다. 더불어 제주도 밖의 타지를 왕래하기 위해 바다 용왕에게 늘 기원하는 모습 속에서 섬 주민들의 삶의 환경도 드러난다.


참고 문헌

강소전, <제주도 잠수굿 연구: 북제주군 구좌읍 김녕리 동김녕마을의 사례를 중심으로>, 제주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5.
강소전, <제주시 도련동의 가정신앙>, 《제주학》 제7호, 제주학연구소, 2013.
국립문화재연구소, 《한국의 가정신앙: 제주도편》, 2007.
현용준, 《제주도 무속 연구》, 집문당, 1986.


필자

강소전(姜昭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