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잠수굿


신양리 잠수굿(오춘옥 심방)_신양리_2024_제주학연구센터

이칭

잠녀굿, 해녀굿, 해신제


개관

잠수굿은 잠수들이 벌이는 굿을 말한다. 잠수는 해녀이다. 예부터 물질을 하는 여성들은 해녀보다 잠수와 잠녀를 본래적인 호칭으로 여겼다. 따라서 자신들이 하는 굿도 잠수굿이나 잠녀굿으로 주로 불렀다. 어촌계 내의 해녀 자치조직을 두고서도 ‘잠수회’라고 하였다. 따라서 해녀들의 고유한 용어와 풍속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해녀들이 하는 굿을 잠수굿이라고 통칭하고자 한다. 잠수굿은 굿을 하는 주체를 앞세운 명칭이기도 해서 전승의 역동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근래에 들어서는 해신제海神祭라고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는 유교식 마을제인 포제酺祭에 대응된 명칭일 수 있다. 신앙 대상이 드러나는 명칭일 뿐만 아니라 한자 표기까지 있어 축원문을 작성하는 어촌계에서 점차 해신제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추세이다.
잠수굿은 해녀공동체가 동일한 생업을 공유하며 하는 굿이다. 원칙적으로 개인 해녀가 아닌 해녀공동체가 지내는 굿이라면 모두 잠수굿이 된다. 해녀공동체는 물질 작업의 무사 안녕과 생업 풍요를 위해 굿을 한다. 정기적인 잠수굿은 해당 어촌계에서 보통 음력 1월에서 3월 사이에 거행하는 편이다. 당굿이나 포제 같은 마을제 제일에 기반한 잠수굿도 있고, 각자 나름대로 관행을 바탕으로 택일하여 치르는 잠수굿도 있다. 해마다 하는 마을이 있는가 하면, 2~3년 정도 일정한 기간을 두고 하는 마을도 있다. 비정기적인 잠수굿은 대개 해녀들의 물질 사고가 거듭될 때 벌이는 경우가 많다. 한편 음력 2월인 영등달에 영등신이 오가는 1일부터 15일 기간에 해녀공동체가 하는 굿은 영등굿이라 하여 구분한다.
잠수굿의 구체적인 양상은 크게 둘로 분별할 수 있다. 정기적인 잠수굿은 보통 하루에 걸쳐서 진행한다. 바다의 용왕과 선왕을 중심으로 해당 마을의 당신도 포함하여 여러 신들을 청해 해상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한다. 굿은 초감제, 요왕맞이, 지드림, 씨드림과 씨점, 액막이, 선왕풀이·배방선 등의 중요 제차로 나눌 수 있다. 초감제에서 신을 청하고, 요왕맞이에서 용왕에게 무사고와 풍요를 기원한다. 지드림은 제물을 조금씩 덜어 종이에 싸서 바다에 던지는 것이다. 씨드림과 씨점에서는 좁쌀을 바닷가 곳곳에 뿌려 바다에도 해산물이 풍성하기를 바란다. 액막이는 해녀들의 운수를 점치고 액운을 막는 내용이다. 선왕풀이·배방선에서는 배를 차지한 영감신을 대접하고 모형 짚배를 바다에 띄워 보낸다. 여기에 요왕세경본풀이와 요왕차사본풀이를 포함하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정기적인 잠수굿은 영등굿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에 견주어 비정기적인 잠수굿은 해녀들의 해상 사고로 인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요왕맞이에 이어 영혼을 천도하는 시왕맞이를 하게 되므로 하루 이상 걸리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무혼굿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잠수굿은 해녀들이 물질 작업의 무사고와 생업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벌이는 굿이다. 따라서 해녀들의 생업활동과 신앙의례의 밀접한 연관성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씨드림과 씨점 같은 제차는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면모를 보여준다. 해녀들은 반복되는 잠수굿을 통해 해녀공동체의 유대를 거듭 강화한다. 해녀들은 굿하는 날을 자신들의 축제로 인식하였다. 나아가 주민들도 함께 참여하면서 점차 마을굿으로도 위상이 높아지고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과거의 공동체 전승문화가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해녀와 굿은 둘 다 매우 중요한 민속문화로 평가받고 있다.
잠수굿은 음력 2월 1일에서 15일까지 하는 영등굿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영등굿은 사실 제주도 전역에서 마을 신당의 제일에 기반하여 모든 생업 풍요를 위해 행해지던 것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생업이 현대적으로 바뀌면서 오늘날에는 주로 해안 마을에서 해녀와 어부를 위한 굿으로 점차 변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견주어 잠수굿은 처음부터 해녀라는 생업공동체의 굿에서 출발하였다. 용왕과 선왕이 주요 기원 대상이며, 영등신과는 관련이 없다. 음력 2월 영등신이 오가는 기간에 굿을 하는 영등굿과 달리 잠수굿은 원칙적으로 굿하는 제일에 정해진 기준이 따로 없다. 두 굿의 유래와 형성, 전승 과정은 엄연히 다르다.
2024년을 기준으로 하면 제주도 내 16곳의 해안 마을 어촌계에서 해녀들이 잠수굿을 하였다. 정기적으로 잠수굿을 하는 어촌계를 파악해 보면 신례, 귀덕1, 신흥, 서광, 비양도, 신양, 한동, 행원, 월정, 종달, 동복, 김녕, 대포, 표선, 보목, 서귀 등이다. 잠수굿은 어촌계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비정기적으로도 벌이기 때문에 실제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참고 문헌

강소전, <제주도 잠수굿 연구: 북제주군 구좌읍 김녕리 동김녕마 을의 사례를 중심으로>, 제주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5.
현용준, 《제주도 무속과 그 주변》, 집문당, 2001.


필자

강소전(姜昭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