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무혼굿


제주도 무혼굿 굿당 전경_고산리_1981_김수남(김상훈 기증)_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정의

바다에서 사망한 고인의 영혼을 건져내어 위로하고 저승으로 고이 보내기 위해서 하는 굿.


내용

무혼굿은 바다에서 죽은 영혼을 위로하여 저승으로 잘 보내고자 하는 굿이다. 제주도는 화산섬이고 거친 바다 환경 속에서 물질과 어로 등의 생업을 하다 보니 익사하는 일이 많았다. 섬과 뭍을 오가는 여정에서도 풍랑을 만나 숱하게 죽을 고비를 넘기곤 하였다. 특히 바다에서 사망하는 일은 대개 시신을 거두지 못하는 극한의 슬픔까지 더해졌다. 따라서 수중에서 외롭게 떠도는 고인의 넋을 건지고 영혼을 위무하여 결국 영혼이 저승에 잘 도달할 수 있도록 염원하였다.
무혼굿은 비정상적인 죽음을 정상적인 죽음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굿이다. ‘요왕맞이’와 ‘시왕맞이’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큰굿’으로 하든 ‘족은굿’으로 하든 이 두 맞이 굿은 꼭 해야 하는 절차이다. 요왕맞이를 하여 바다를 관장하는 용왕이 시신을 잘 거두어 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고인의 비정상적인 죽음을 해소하고, 정상적인 죽음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후 시왕맞이를 통해 영혼을 천도한다. 고인이 정상적인 죽음의 상태가 된 후에야 시왕이 관장하는 저승으로 고이 잘 갈 수 있다고 여겼다.
무혼굿에는 익사한 고인을 위한 특별한 절차들이 마련되어 있다. ‘영그릇’과 ‘초혼쒬’, ‘이혼쒬’, ‘의논 공론잔 교환’, ‘넋건짐’과 ‘메치메장’, ‘영가루침’ 등의 제차를 말한다. 일반적인 요왕맞이나 시왕맞이에서는 보기 어려운 제차들이다. 무혼굿을 하기로 결정하면 택일하여 바닷가에 제장을 꾸린다. 굿의 첫 순서로 초감제를 하여 신들을 청한 다음 본격적으로 고인의 비정상적인 죽음을 정상적인 죽음으로 전환하는 장면들을 전개한다.
‘영그릇’과 ‘초혼쒬’은 굿을 시작하며 이루어진다. 심방은 고인의 영혼을 건지기 위해 영그릇을 만들어 바닷물 속에 담가 놓는다. 영그릇은 밥사발에 쌀을 가득 채운 뒤 천으로 싸서 묶고, 머리빗과 술 한 병도 함께 묶어 놓은 것이다. 영그릇은 긴 줄로 연결하여 제장까지 이어 놓는다. 영그릇을 바닷속으로 던져 놓고 고인의 머리카락이나마 머리빗에 걸려서 올라오기를 용왕에게 간절하게 빈다. 이렇게 영그릇을 바다에 놓는 일이 첫 번째로 혼을 부르는 ‘초혼쒬’이다. 무혼굿의 전 과정에는 3회에 걸쳐 혼을 부르는 ‘혼부름(혼쒬)’ 대목이 있다.
두 번째 혼부름인 ‘이혼쒬’은 요왕맞이의 ‘요왕질침’이라는 제차를 진행하며 한다. 심방은 요왕질을 잘 치어 닦아 놓은 다음에 고인이 평상시에 입던 옷을 ‘혼적삼’으로 삼고 차사를 상징하는 ‘차사영겟기’를 들고 바다에 가서 혼을 부른다. 바다에서 고인의 넋을 건져 내어 정상적인 죽음의 영혼으로 환원하면 그다음은 고인을 저승으로 천도하는 시왕맞이 순서로 넘어간다. 집안의 형편 때문이거 나 영혼을 바다 용왕국에 머물게 해야 한다는 점괘가 나온 경우에는 시왕맞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요왕맞이 후반부 ‘요왕문 열림’ 대목을 할 때 영혼을 용왕국으로 보내며 영혼이 잘 들어가 고이 잠들도록 빌고 굿을 끝내기도 한다.
‘의논 공론잔 교환’은 시왕맞이에서 영혼을 위로하고 저승의 좋은 곳으로 가도록 비는 ‘방광침’에서 한다. ‘방광침’은 거듭하는데 마지막 ‘방광침’에서 심방의 사설에 따라 소미小巫가 용왕상의 술잔과 시왕상의 술잔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이 술잔을 두고 의논하고 공론하는 잔이라고 한다. 즉 두 세계를 각각 차지한 용왕과 시왕이 서로 의논하여 바다에서 죽은 고인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해 달라고 하는 의미이다. 그런 다음 신들이 의논한 결과를 점쳐 알아본다. 영혼을 용왕국으로 인도하겠다는 점괘가 나오더라도 저승으로 인도하겠다는 점괘가 나오도록 간절히 빈다.
‘넋건짐’과 ‘메치메장’은 시왕맞이의 ‘질침’을 하는 대목에서 이루어진다. 질침에서 고인을 정상적인 죽음으로 환원하여 고인의 마지막 심정을 듣고 잘 위로하여 저승으로 보내는 길을 치워 닦는다. 질침을 하는 가운데 넋을 건지는 혼부름을 위해 모두 바다로 간다. 심방은 짚으로 만든 가시신假屍身을 등에 업는다. 이 가시신을 ‘메치메장’이라 고 한다. 심방이 바닷물 속에 들어가 서서 왼손에는 ‘차사 기’를 들고 오른손에는 고인이 생전에 입었던 옷을 들고 흔들며 용왕국에서 잠자는 혼을 부른다.
이후 심방이 뭍으로 나와 가시신을 풀어놓고는 영혼의 행방을 점친다. 점구인 천문을 가시신 옆에 놓은 물그릇에 내던져 그 모양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그릇은 곧 바다를 뜻한다. 천문이 물그릇에 잠기면 시신이 바닷속에 있다는 점괘이다. 만약 천문이 물그릇 밖으로 튀어나오면 시신이 이름 모를 해변으로 밀려 올라왔다는 점괘이다. 사실 후자의 점괘는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이렇게 점치는 것을 ‘물산’ 또는 ‘쒜띄움’이라고 한다. 이때 굿을 시작하기 전에 바닷속에 담가둔 영그릇을 꺼낸다. 혹여 머리빗에 고인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올라왔는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살펴본다. 이렇게 하여 마지막 혼부름을 마친다.
고인의 시신이 바닷속에 있다는 점괘에 따라 가시신인 ‘메치메장’에 염습을 한다. 이를 ‘초메장한다’고 한다. 실제 시신을 다루듯이 하여 상여에 올린 뒤 심방이 상엿소리를 부르는 가운데 굿판에 있는 사람들이 상여를 어깨에 올려 제장까지 운구한다. 이후 ‘메치메장’에 이불을 덮어 안치하고 병풍을 두른다. ‘메치메장’ 위에는 쌀가루를 가득 담은 접시를 올려놓아 둔다. 굿이 끝난 다음 그 쌀가루를 ‘메치메장’ 밑에 깔아두었던 초석에 뿌려서 그 형상에 따라 이승에서 무엇으로 환생하는지를 점친다. 이를 ‘영가루침’이라고 한다. 저승에 가서 나비로 환생하기를 바란다. 한편 접시에 영가루를 놓고 ‘영집(독집)’이라는 종이를 오린 장식물을 접시 위에 덮어 놓기도 한다. 영집은 영혼이 와서 머무는 집이라는 의미이다. 나중에 방광침이 끝나면 영집을 걷어보고, 영가루에 나타난 표시를 확인하는 방식도 있다. 만약 영혼이 나비가 되면 나비 날개 표시가 생기는 것으로 여긴다. 즉 영집에 영혼이 와서 머문 흔적을 살펴 어떤 모습으로 환생하였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특징과 의의

무혼굿은 화산섬 제주에서 거친 바다를 넘나들며 안타깝게 삶을 마감한 이들을 위한 굿이다. 특히 익사하는 바람에 시신을 찾지 못하는 비극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해상 사고와 관련한 요왕맞이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굿이기도 하다. 무혼굿을 통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한 고인은 마지막 심정을 전하고, 여전히 앞으로 살아갈 이들은 또다시 거친 바다를 감내할 수 있는 용기를 품는다.


참고 문헌

현용준, <제주도의 무혼굿>, 《제주도 무속과 그 주변》, 집문당, 2001.
현용준 외 2명, 《제주도 무혼굿》, 열화당, 1985.


필자

강소전(姜昭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