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덕리 영등굿

함덕리 영등굿(김영철 심방)_함덕리_2024_송정희
정의
조천읍 함덕리에서 어촌계가 음력 2월에 택일하여 벌이는 굿.
내용
함덕리는 제주시 조천읍의 해안 마을이다. 함덕리 영등굿은 영등신이 오가는 음력 2월 1일부터 15일 사이에 택일하여 지낸다. 현재 굿하는 장소는 어촌계 건물 2층이다. 굿은 지면을 이용하는 일이 많아 보통 1층에 제장을 만드는 편인데, 최근에 어촌계 건물을 신축하면서 2층에서 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어촌계 건물 근처 창고에서도 하였다. 어촌계가 함덕 포구에 있기 때문에 생업의 터전에서 굿을 하는 셈이다.
함덕리 영등굿은 종일 벌인다. 무악기를 연주하고 심방이 서서 춤추며 하는 ‘산굿(선굿)’으로 진행한다. 이 마을 영등굿의 주요 제차는 초감제, 요왕맞이, 선왕풀이, 씨점, 배방선, 씨드림, 요왕차사본풀이, 액막이, 뒤맞이·가수리 등이다. 전체적으로 다른 마을 영등굿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다만 ‘뒤맞이·가수리’라는 제차로 굿을 마치는 점은 여느 마을과 조금 다른 양상이다. 사실 이 제차는 큰굿을 한 뒤에 혹시나 오지 못하거나 또는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신들을 대접하는 것이다. 함덕리 영등굿을 맡은 심방이 윗대로부터 물려받은 방식으로 굿을 마무리한다.
영등굿을 시작하면서 본향당에 가서 비념을 한다. 현재 함덕리에는 ‘서물당’이 본향당 역할을 하고 있다. ‘알카름 서물한집’이라는 당신은 돌미륵 조상이다. ‘김첨지 하르방’이 바다에 낚시하러 갔다가 우연히 돌미륵을 얻었다는 본풀이가 전한다. 본래 어업을 관장하는 당인데, 마을 사정으로 본향신을 비롯한 여러 당신을 함께 모셨다. ‘서물’은 물때의 ‘세물’이며, 따라서 제일이 음력 11일과 26일이다. 서물당은 이 영등굿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영등굿을 하는 날에는 심방과 해녀가 본향당으로 가서 제물을 차리고 요령을 흔들며 간단히 기원한다.
특징과 의의
함덕리 영등굿은 생업공동체가 마련한 굿이다. 해녀와 어부를 비롯한 어업 종사자들이 찾아와 함께 기원하고 서로 어울린다. 해녀의 수가 많지 않은데도 해마다 영등굿을 규모 있게 치르는 편이다. 한편 약 5년에 한 번씩 혹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 짚배를 띄우는 배방선을 할 때 돼지 한 마리 통째를 제물로 바친다.
참고 문헌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의 마을신앙: 제주특별자치도》, 2023.
필자
강소전(姜昭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