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대백과사전


한수리 영등굿


한수리 영등굿(고덕유 심방)_한수리_2023_강소전

정의

한림읍 한수리의 어촌계에서 대섬밧당에 모신 영등신을 근거로 하여 음력 2월 7일에 벌이는 굿.


내용

한수리는 제주시 한림읍의 해안 마을이다. 한수리 영등굿은 마을의 ‘대섬밧당’이라는 신당과 밀접하다. 현재 대섬밧당은 영감신과 영등신을 모신다. 영감신은 본래부터 좌정한 당신으로, 선왕船王이며 어업을 관장한다. 영등신은 과거에 있었던 옛 영등당의 당신이다. 영등당은 대림리에 위치하였지만, 예부터 한림읍 일대에 넓은 신앙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영등당에는 영등대왕이 외눈박이로부터 어부들을 구하였고 그로 인해 영등제를 지내게 되었다는 당신본풀이가 전한다. 2014년에 대섬밧당을 정비하면서 옛 영등당의 영등신을 당에 함께 모셨다. 과거에 영등당에서 영등굿을 할 때 마지막 순서로 대섬밧당에서 배방선을 하였기 때문에 두 당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한수리 대섬밧 하르방당_한수리_2020_송동효


한수리에서는 2015년부터 음력 2월 7일을 고정 제일로 하여 과거 영등굿을 다시 복원하였다. 옛 영등굿은 한림 읍 일대 주민들이 두루 합심하여 벌이던 큰 규모의 굿이 었다. 그런데 미신타파 세태와 한림읍 일대 천주교의 영향으로 1959년경에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풍어 제를 지내던 시기도 있었는데, 2015년부터는 옛 명맥을 이어 다시 영등굿을 시작하였다. 현재 굿을 하는 제장은 대섬밧당 바로 앞에 있다. 과거 영등굿이 사라진 뒤 풍어 제를 지내던 곳이었는데, 영등굿을 복원하면서 굿을 하는 장소로 삼았다. 굿을 앞두고 정월 그믐 오후에 심방이 마을의 개당(남당)과 대섬밧당에 가서 먼저 간단히 제를 지낸 다. 또한 영등굿을 위해 한 달 전쯤에 오메기술을 담근다. 이는 술점을 치기 위한 것으로, 과거 영등굿에서부터 이어진 전통이다.
영등굿은 종일 벌어지며, 다른 마을의 영등굿 양상과 비슷하다. 곧 초감제와 요왕맞이를 중심으로 액막이, 선왕 풀이·배방선 등이 중심적인 제차이다. 이 마을에서는 액막이를 마치고 나서 독특하게 오메기술점을 본다. 굿을 시작할 때 미리 술단지에 각각 몇 월이라고 써서 붙여놓고 제단 앞에 진열해 놓는다. 나중에 심방이 단지를 하나씩 열어서 술이 발효되어 괸 상태를 확인하고 그해 바람의 상황을 판단한다. 바람이 세게 불면 바다 상황도 그만큼 좋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술이 발효되면서 끓어오른 상태는 좋지 않다고 여긴다.


특징과 의의

한수리 영등굿은 과거 한림읍 일대 옛 영등당의 영등굿을 복원한 것이다. 다만 현재 영등굿은 한수리 어촌계가 주관하여 치르는 점이 달라진 양상이다. 영등굿을 다시 하면서 과거 영등당 본풀이의 전승도 이어졌다. 오메기술점을 보는 것은 제주도내에서 한수리의 사례가 유일하다.


참고 문헌

강소전, <제주시 한림읍 대림리의 영등신앙>, 《제주 대림리유적》, 호남문화재연구원·대한주택공사, 2008.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의 마을신앙: 제주특별자치도》, 2023.


필자

강소전(姜昭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