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태

제주도에서는 섬에서 생산된 말총과 품질 좋은 대나무를 활용한 가내수공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양태이다.

제주도에서는 강한 햇살과 바람, 습기와 화산회토(火山灰土) 토양 등으로 인해서 환금작물을 통한 부의 축적이 쉽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목축과 수산물 채취가 성행하면서 테우리와 해녀가 활동하게 되었고, 제주도의 말총과 품질 좋은 대나무를 활용한 가내수공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양태이다.

조선시대 상류층 남성의 모자를 대표하는 갓은 갓양태와 갓모자로 나누어지는데 갓양태는 갓밑 둘레 바깥으로 넓게 바닥이 된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양태’ · ‘갓양’이라고도 한다. 갓양태의 재료는 '대오리'(대나무)이다. 고분양태는 양태의 종류 중 최상품의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양태의 품질은 ‘쌀’과 ‘벗대’의 수효 및 ‘도리’ 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된다. 고분양태는 쌀과 벗대수가 500개, 도리수는 90개 정도인 고급 제품이다. 제주도 삼양, 조천 지역 여성들이 가내수공업으로 많이 제작하여 통영으로 보내 갓이 완성될 수 있었으며, 제주 여성들의 현금성 부업으로 성행하다가 무형유산으로 남게 되었다. 2023년 현재 기능보유자로 고양진 씨가 지정되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모자였던 갓의 테두리 부분이 바로 양태인데, ‘고분양태’는 ‘고운양태’라는 뜻으로 최고로 섬세한 품질의 양태를 말하며 양태 중의 양태라 할 수 있다. 보통의 양태가 광목이나 무명이라면 고분양태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비단에 비할 수 있다. 그만큼 고분양태는 좋은 품질의 대나무실과 최상의 솜씨를 필요로 한다. 양태 종류에는 보통의 넓이와 짜임인 ‘제량’과 엉성하게 짜인 ‘엉근양태’가 있다. ‘광통’은 갓으로 만들면 남성의 어깨를 덮을 만큼 넓은 양태인데, 이 또한 최고의 숙련된 장인만이 짜낼 수 있다.

양태짜기의 제1차 과정은 대나무를 쪼개고 삶아서 말린 후 다루어서 명주실과 같은 대나무실을 뽑아내는 것이다. 제2차 과정은 뽑아낸 여러 굵기의 대나무 실을 가지고 적절히 양태를 짜나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대나무실을 뽑아내는 한 과정만으로도 훌륭한 기능인데, 고분양태인 경우는 두 가지 기능을 겸비하고 있는 셈이다.

고분양태의 재료는 직경 10cm 정도의 분죽(粉竹)을 최고로 친다. 조선시대 분죽은 제주도에 많이 자생하였다.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에서도 탐을 낼 정도였는데, 일제강점기에 멸종되고 말았다. 한때 양태의 재료인 대나무를 전문으로 싣고 오는 장삿배도 있을 정도로 양태는 인기품목이었으나 8·15 해방 후 양반계급의 실종으로 양태 생산은 중단되고 말았다. 현재 고분양태의 맥을 잇고 있는 전승자들은 담양으로 가서 3년에서 5년 사이의 마디가 길고 골이 없는 대나무를 직접 골라 사다가 사용하고 있다.

양태 짜기는 오래전부터 제주도 여성들에 의해 전승되어온 수공예 기능이다. 특히 제주시 삼양동과 조천 지역은 좋은 품질의 양태 생산지이고 뛰어난 기능인들이 많이 살았다. 보통 7세 무렵이면 어머니로부터 양태 짜기의 기능을 전수받기 시작하여 12살 정도면 숙련공이 되어 상등품을 하루 한 장정도 제작할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짜인 양태는 중간상인들에게 팔려나갔으며 경상남도 통영에서 갓으로 완성되어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고분양태는 그 역사와 기능이 인정되어 2019년 4월 15일 제주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고 기예능보유자로 고양진 씨가 선정되었다. 전승교육사 1명, 전수장학생 1명 등과 함께 정기적인 전수활동과 다양한 전시및 체험 활동을 수행하며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참고문헌
  1. 제주특별자치도, **증보판 제주의 문화재**, 1998.
  2. 제주특별자치도, **증보판 화산섬 제주 문화재 탐방,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