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덕장

제주의 ‘구덕’은 광주리, 바구니를 뜻하는 제주어이다.

©구덕만들기

제주도는 강한 햇살과 바람, 습기와 척박한 화산회토(火山灰土) 토양 등으로 인해 이곳에 정주해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힘겨운 생존의 노력을 감당해야 하는 땅이다. 이러한 생활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제주인의 여러 전승지식 중 하나가 바로 ‘구덕’이다. 제주의 ‘구덕’은 광주리, 바구니를 뜻하는 제주어이다.

구덕은 제주의 대표적인 생활용구로서 아기를 재우기 위한 ‘애기구덕’을 비롯해 해녀들이 채취한 수산물을 담는 ‘메역구덕(미역구덕)’과 ‘해녀구덕’, 빨래 할 때 쓰는 ‘서답구덕’, 허벅을 넣어 등에 지는 ’질구덕(허벅구덕)‘, 부녀자들에 의해 외출용으로 사용된 ’ᄀᆞ는대구덕‘, 음식이나 제물을 담는 데 쓰인 ’차롱‘, 밭일 갈 때 1인용 도시락 통으로 사용한 ’동고량‘ 등 쓰이는 용도에 따라서 다양한 이름이 붙여져 널리 이용되었다. 또한 운반 형태에 따라 허리에 차는 것을 ’촐구덕‘, 등에 지는 구덕을 ’질구덕‘이라 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플라스틱 공산품이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질구덕

제주 구덕의 재료는 대나무인데, 왕대가 아닌 ‘족대’ 또는 ‘수릿대’, ‘이대’로 불리는 가는 대나무로 제작한다. 구덕을 만드는 대나무는 3년 정도 된 것이 가장 품질이 좋으며, 10월 말부터 입춘 전까지 채취한 것이 좋다고 한다. 채취가 끝나면 대나무를 한달 정도 통째로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용도에 맞게 대나무를 깎고 쪼개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구덕의 바닥에 해당하는 ‘놀대’의 경우 ‘덩드렁(동그란 형태의 받침돌)’에 ‘덩드렁마께(원통형 나무 망치)’로 찧어서 부드럽게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

평생 구덕을 만들어온 구덕 장인인 고(故) 김희창(1941~2021) 옹은 집안 형편으로 인해서 중학교를 가지 못하고 호근동으로 이주하여 구덕 만드는 일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토평동과 호근동이 구덕 제작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당시 가장 기술이 뛰어났던 강갑룡 어른에게 구덕 짜는 일을 배웠다. 1950년대 후반부터는 대정읍 모슬포에 자리한 구덕 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일반 회사원보다도 많은 1,500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로도 구덕 만드는 일에 종사하며 65년 정도를 한길로 걸어왔다. 2019년 구덕장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애기구덕 제작과정

구덕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완성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애기구덕이다.
그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중간 크기의 넓적한 대나무를 중심 대나무에 걸고 엮어 나간다.
  2. 칼로 두들기며 하나둘 정리해 나간다.
  3. 성긴 대나무로 바닥면을 엮어 나간다.
  4. 간격조절을 위해 넓은 대나무와 가는 대나무를 번갈아가며 엮어 나간다.
  5. 중간에 큰 대나무를 하나 놓고, 가는 대나무를 번갈아가며 엮어 나간다.
  6. 바닥면이 완성되면, (옆면을 만들 수 있도록) 옆에 삐죽이 남아있는 대나무를 구부려 세워준다.
  7. 옆면으로 뻗은 대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깨끗하게 정리해준다.
  8. 윗부분의 테두리 크기를 가늠하기 위해 얇은 대나무를 동그랗게 놓는다.
  9. 옆면 제작에 사용될 대나무 묶음을 물에 적신다.
  10. 옆면을 만들기 위해 누워 있는 대나무를 세로로 구부려준다.
  11. 사방으로 돌면서 세로로 접은 대나무에 가는 대나무를 엮어 나간다.
  12. 옆면을 완성해나가는 중, 동그랗게 완성된 옆면을 노끈으로 가로질러 연결한다.
  13. 노끈으로 틀어지지 않게 모양을 잡은 후, 다시 엮어 나간다.
  14. 옆면이 완성되면, 윗부분의 테두리를 만들기 위해 넓은 대나무를 엮어 나간다.
  15. 바느질 하듯 옆면과 테두리를 엮어 나간다(테두리에 사용되는 재료는 예전에 왕대를 사용했지만, 요즘에는 넝쿨 줄기를 손질해서 사용한다).
  16. 넝쿨 줄기를 물 대야에 넣고 적셔서 사용한다.
  17. 물에 적신 넝쿨 줄기를 바느질 하듯 엮어 나간다.
  18. 이중으로 테두리를 다 엮고 나서 잘 엮어졌는지 확인하여 마무리 하면 애기구덕이 완성된다.

ᄀᆞ는대구덕 제작과정

다음으로 ᄀᆞ는대구덕은 부조구덕이라고도 하는데, 여성들이 외출 시 옆구리에 끼고 다니거나 등에 지고 다녔던 생활도구로 지금의 핸드백과 같은 역할을 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ᄀᆞ는대구덕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부녀자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구덕은 제주도 여성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품이었다.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손질된 가는 대나무를 바닥에 놓는다.
  2. 세 개의 대나무를 차례로 바닥에 놓는다.
  3. 한 개의 가는 대나무를 발 아래에 가로 방향으로 놓고 세로 방향으로 놓인 세 개의 대나무 중 오른쪽에 놓인 한 개의 대나무를 엮은 다음 바닥에 놓는다.
  4. 같은 방식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9개를 엮어 나간다.
  5. 일정한 간격을 조절할 후, 세로 방향으로 놓인 대나무의 줄기를 칼로 자른다.
  6. 아래 방향 또한 같은 방식으로 자른다. 이때 세 개의 세로 방향 대나무 중 가운데 한 개의 대나무만 남긴 채, 양옆 대나무를 정리한다.
  7. 세로 방향으로 놓인 대나무를 촘촘하게 빈틈없이 엮어 나간다.
  8. 엮어 나간 후 끄트머리를 칼로 정리한다.
  9. 중간 중간 끄트머리를 예쁘게 다음어 정리한다.
  10.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바닥면을 완성해 나간다.
  11. 바닥면이 완성되어 가면 얇은 대나무를 앞서와 같은 방식으로 엮는다.
  12. 엮은 다음 칼로 빈틈이 없는지 툭툭 치면서 단단히 다듬어준다.
  13. 방향을 바꾸어 가는 대나무로 테두리를 엮는데, 이것 또한 빈틈없이 조여준다.
  14. 앞서와 같은 방식으로 각 면의 가장자리를 촘촘히 엮어준다.
  15. 남아있는 대나무 끄트머리를 길이가 일정하게 칼로 정리해준다.
  16. 작업 중간 중간 간격이 고르게 손으로 꾹꾹 눌러 형태를 잡아준다.
  17. 남아있는 대나무 자락을 손 한 뼘 정도만 남겨두고 모두 잘라준다.
  18. 가는 대나무를 바닥면 위에 동그랗게 놓는다.
  19. 양면에 남아있는 대나무에 골고루 물을 적셔준다.
  20. 가는 대나무 묶음 또한 충분히 물을 묻혀준다.
  21. 동그랗게 둘렀던 얇은 대나무를 빼낸다.
  22. 남아있는 대나무를 옆면을 세우기 위해 구부려준다.
  23. 같은 방식으로 양면을 돌면 대나무를 구부려준다.
  24. 옆면을 만들기 위해 부드럽게 구부린 대나무에 가는 대나무를 엮어 나간다.
  25. 이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옆면을 완성해 나간다.
  26. 서서히 윗부분의 테두리 모양을 잡아나간다.
  27. 삐죽하게 세로 방향으로 나와 있는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어준다.
  28. 테두리를 만들기 위해 정리 작업을 마친 후, 남아있는 옆 대나무와 교차하며 엮어나간다.
  29. 전반적으로 본체가 완성되면, 간격이 촘촘한지 살펴보고 정리한다.
  30. 동그랗게 만든 대나무 테두리를 준비한다.
  31. 손으로 동그란 테의 모양을 만들어나간다.
  32. ᄀᆞ는대구덕의 윗부분에 테를 앉히고 잘 앉을 수 있게끔 조절해준다.
  33. 잘 엮어졌는지 칼로 두들기며 정리한다.
  34. 윗부분의 테두리를 만들기 위해 중간 굵기의 대나무를 테두리의 모양에 맞게 조절해준다.
  35. 대나무 끝부분을 엮기 쉽게 칼로 다듬는다.
  36. 다듬은 대나무를 테두리에 맞게 조절해나간다.
  37. 노끈으로 테 부분을 바느질 하듯 엮어 나간다.
  38. 굵은 테를 노끈으로 연결해나간다.
  39. 손질한 대나무를 테두리에 잘 고정되도록 엮는다.
  40. 테두리 부분을 노끈으로 연결해나간다.
  41. 노끈과 테두리 부분을 바느질 하듯 엮어 나간다.
  42. 길고 널따란 대나무 또는 넝쿨 줄기를 테두리 부분에 엮어 나간다.
  43. 엮어 두었던 노끈을 칼로 빼준다.
  44. 노끈을 빼주고 빈틈을 대나무 또는 넝쿨 줄기로 엮어 나가면 비로소 ᄀᆞ는대구덕이 완성된다.
©물구덕 든 해녀

위의 애기구덕이나 ᄀᆞ는대구덕 제작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구덕을 겯는(짜는) 일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요구하고 있어 숙련된 장인의 기술이 필요하다.

뚜껑이 있는 차롱은 음식을 담는 용기로 사용하였는데 이 중 1인용 도시락을 동고량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떡차롱, 밥차롱, 적차롱 등 용도에 따라 여러가지로 불린다. 차롱은 구덕에 비해 깊이가 얕고 뚜껑이 있다. 차롱(동고량)은 제주 지역에서 빙떡이나 빵 등 음식을 담기 위해 물기에 강하면서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대나무를 재료로 만든 바구니를 말한다. 고 김희창 옹의 차롱 작품에 의지해서 호근마을에서는 ‘차롱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두껑이 있는 1인용 대나무 도시락 통인 ‘동고량’에 제주 고유의 음식을 담아 판매하고 있다. 평생 동안 고집스레 전통을 이어왔던 마지막 구덕 장인, 이러한 전통문화 자원을 생태 관광으로 연동시켜 마을주민은 보람과 소득 창출을 이루고 관광객은 제주 본연의 정체성을 체험하게 만든 치유의 숲의 사례는 무형유산의 미래적 계승 비전을 훌륭하게 제시하고 있다.

©대나무 구덕짜기

초대 기능보유자 김희창 옹이 2021년 12월 사망하게 되면서 사실상 구덕장 무형유산의 전승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서귀포 치유의 숲’과 ‘차롱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호근동에서 김희창 옹에게 구덕 짜는 기술을 배운 분들이 어렵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구덕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오영희 씨와 김희창 옹에게 구덕 제작기술을 배운 허지혜 씨 등이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문헌
  1. 제주특별자치도, **증보판 제주의 문화재**, 1998.
  2. 제주특별자치도, **증보판 화산섬 제주 문화재 탐방,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