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리겉보리농사일소리

귀리겉보리농사일소리는 애월읍 귀리(하귀리의 옛지명)에서 겉보리 농사를 지을 때 불렀던 4곡의 민요를 일컫는 명칭이다.

제주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귀리겉보리농사일소리는 제주도 서부지역인 애월읍 귀리(하귀리의 옛지명)에서 겉보리 농사를 지을 때 불렀던 ᄆᆞ쉬ᄆᆞ는소리, 돗걸름ᄇᆞᆯ리는소리, ᄆᆞ쉬걸름시꺼가는소리, 밧가는소리 등 4곡의 민요를 일컫는 명칭이다.

제주도 서부지역은 일찍부터 겉보리(보리의 일종) 농사를 많이 지어온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이루어진 보리농사는 파종하기, 밭갈이, 밭매기, 타작하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에 따른 농사 관행을 살펴보면 보리 파종의 적기는 입동 후 소설 전까지로 보름 정도의 기간이다. 이때 파종을 하면 겨울 추위가 닥치기 전에 보리잎이 5~6개가 나올 정도로 자라 안전한 겨울나기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야 봄에 적정한 수확을 담보할 수가 있다. 예전 제주도의 보리농사는 메마른 땅에다, 비료까지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돗걸름(돼지우리에서 만들어진 거름)을 이용했고, 거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돗걸름을 마당에 펼쳐 놓고 그 위에 씨앗을 골고루 뿌려서 섞는 방법을 택했다. 이때 마소를 몰아다 돗걸름을 밟는 작업을 한다. 여러 번 밟아서 보리 씨앗이 골고루 거름과 섞이면 돗걸름을 돗걸름착(멱둥구미)에 담고 쉐질메(소길마)에 실어 밭으로 운반해서 일정한 간격으로 벌려놓는다. 그러면 부녀자들이 ᄀᆞᆯ체(삼태기)에 돗걸름을 담아 들고 다니면서 골고루 점뿌림 방식으로 파종을 한다.

돗걸름이 일정한 간격으로 흩뿌림이 되면 남정네는 마소를 몰아다 쟁기로 밭을 갈아 점뿌림한 돗걸름이 땅에 잘 묻히도록 한다. 부녀자들은 고랑에다 돗걸름을 점뿌림 방식으로 뿌려 주거나 흙에 덮이지 않은 돗걸름이 있으면 잘 묻어 주는 마무리 작업을 한다.

입춘에는 싹이 나서 자라는 보리를 뽑아 뿌리의 개수를 보고 풍흉을 점친다. 하나면 흉년, 둘이면 중풍년, 셋이면 풍년이 들 것으로 예측한다. 날이 따듯해지면 보리밭에 자란 검질(잡초)를 매는 밭매는 작업이 주된 노동이 된다. 동네사람들끼리 수눌음으로 돌아가면서 보리밭에 김을 매는데, 대개는 두벌 매기를 한다.

5월부터 6월 절기 이전에 보리가 익으면 밭마다 보리 베기를 하고, 일정한 묶음으로 보릿단을 만들어 등짐이나 마소를 이용해 집으로 운반하고 낟가리를 한다. 수눌음 일꾼들이 모이는 날이면 마당에 멍석을 펴고 그 위에 보리를 펼쳐놓고 도리깨로 알곡을 떨어내는 마당질을 한다.

이런 과정에 제주 사람들은 노동의 고통을 달래거나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밭갈이를 위해 목장에 놓아 방목하던 마소를 몰아오면서 부르던 ᄆᆞ쉬ᄆᆞ는소리, 돼지거름을 마당에 펼치고 그 위에 씨앗을 뿌리고 마소와 함께 밟으면서 부르는 돗걸름ᄇᆞᆯ리는소리, 잘 밟혀서 골고루 섞인 돗걸름을 소길마에 실어 밭으로 운반하면서 부르는 ᄆᆞ쉬걸름시꺼가는소리, 돗걸름이 뿌려진 밭을 마소를 이용해 갈면서 부르는 밧가는소리, 보리밭에 난 잡초를 뽑으면서 부르는 검질매는소리, 보리를 베어 집으로 운반하고 낟가리를 했다가 마당에서 보리를 타작하면서 부르는 마당질소리 등이 보리농사 과정에 불리는 일소리들이다. 이 중에 ᄆᆞ쉬ᄆᆞ는소리, 돗걸름ᄇᆞᆯ리는소리, ᄆᆞ쉬걸름시꺼가는소리, 밧가는소리가 귀리겉보리농사일소리의 전승 곡명으로 지정되었다. 검질매는소리 중 ᄍᆞ른사데소리와 마당질소리, 곧 타작질소리는 제주농요의 전승 곡명으로 지정되었기에 겉보리농사일소리에서는 제외되었다.

하귀2리에서는 민속보존회를 조직하고 이들 농사일소리의 원형을 향리 소리꾼 고운일(2009년 작고)과 강덕심, 강노성, 양순옥 등으로부터 전수받아 전승과 보전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ᄆᆞ쉬ᄆᆞ는소리(마소모는소리)

ᄆᆞ쉬ᄆᆞ는소리는 한라산 일대의 목장에서 마소를 집으로 몰아 내려오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양력 11월 초순경에 마소를 몰아다 외양간 등지에 메어두었다가 보리농사가 시작되면 밭을 갈 준비를 한다. 하귀2리에서는 쉐몰아오 는소리라고도 한다.

어르어 헐 허허허허허허
요산중에 놀던 ᄆᆞ쉬덜 ᄒᆞᆫ저 내려강 밧디 돗걸름 시꺼가게
에러에러 허 어루화 헐러 허허허허허허

이려이려이려 이러 려려려
용시철은 어디 갓단사 오람저마는 한번 간 우리님은 영영 아니오는구나
이려이려 허 어루화 헐 허허허허허허

요놈의 ᄆᆞ쉬덜 그영저영 ᄂᆞ리 ᄆᆞᆯ단 보난 하잣알로 허연 성동산 굴렁드레 그리몰아지엇구나
이러 허허허 헐 어루화 헐 허허허허허허

자, 집이 오랏저, 통시 담 헤쓰라, 걸름 내게

이 노래는 혼자 마소를 몰아올 때는 독창으로 불리지만, 여럿이 몰아올 때는 한 사람씩 돌아가며 부르는 교환창 방식으로 불린다. 위 노래는 하귀2리민속 보존회원 강철수, 박지홍, 강동수, 강영철 순으로 교환창 방식으로 불렸다.

돗걸름ᄇᆞᆯ리는소리(돼지거름밟는소리)

돗걸름ᄇᆞᆯ리는소리는 돗통시(돼지우리)에서 퍼낸 돗걸름(돼지거름)을 쌓아두었다가 마당에 널어놓은 후, 물이 빠지고 나면 보리 씨앗을 뿌려 거름에 씨앗이 잘 섞이도록 밟아주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이때 주로 소를 이용하며 잘 섞이도록 오줌을 뿌리기도 한다.

제주도에서 절기로 소설까지가 보리 파종의 적기이다. 제주 사람들은 입동이 지나게 되면 보리 씨를 준비하고 돗통시(돼지우리)에서 거름을 내어 마당에 펼쳐놓고 동네 사람들과 수눌음으로 모여들어 돗걸름(돼지거름) 위에다 보리 씨를 뿌리고 거름과 보리 씨가 잘 섞이도록 사람과 마소가 혼연일체가 되어 잘 밟아준다. 밭 밟는 일 못지않게 돼지거름을 밟는 일을 힘든 노동이다. 이때 사람들은 노래를 불러 일하는 데서 오는 지루함과 고통을 즐거움을 반전시키고자 했다.

어러러 러러 러러 러러 러러러러 러~
걸름 우에 보리 씨가 히뜩히뜩 보여지엄구낭아
ᄒᆞᆫ저덜 아레 걷어 들어상 ᄌᆞ근ᄌᆞ근 ᄇᆞᆯ르라
(후렴) 아허허 허허허 아허허 허량 하량

어~려려 려러어~려려~러
요쉐덜아 씨나 골호로 잘 서꺼지게
어염읏이 돌아가멍 ᄌᆞ근ᄌᆞ근 ᄇᆞᆯ라보라
(후렴) 아허허 허허허 아허허 허량 하량

입동 시월절이 지나가고 소설 시월 중이 들어시난
보리 갈 철이 뒈엇구나
(후렴) 아허허 허허허 아허허 허량 하량

이려 이려 이려 이려 이려 려이려 려
큰 통시에 걸름이랑 내어근에 빌진밧디 시꺼가곡
족은 통시에 걸름이랑 내어근에 씨 묻엉 빌진밧디 시꺼갈거로구낭아 (후렴) 아허허 허허허 아허허 허량 하량

어러러 러러러러~러러~러러 러러 러러 ~러
보리농시도 계절 ᄎᆞᆽ앙 제 시기에 갈아사
보리 섬수가 하영 난뎅 ᄒᆞ는구낭아
(후렴) 아허허 허허허 아허허 허량 하량

요놈의 쉐덜아 ᄃᆞ근ᄃᆞ근ᄒᆞ게 씨나 골호로 잘 서꺼지게 ᄇᆞᆯ라사
보리 씨가 못 봐사 걸름도 잘 ᄇᆞᆯ라졋덴 허는구낭아
(후렴) 아허허 허허허 아허허 허량 하량

요놈으 쉐덜아 아멩 천지 요 걸름 오늘 ᄒᆞ루에 다 ᄇᆞᆯ라사 허는구낭아
오늘 ᄇᆞᆯ르당 남으민 닐 또 ᄇᆞᆯ르젠 허믄 느도 성가시고 나도 성가시곡 허는구나
(후렴) 아허허 허허허 아허허 허량 하량

이려 이려 이려 이려 려려려려 사름으로 쉐로 모다들언 ᄇᆞᆯ르단 보난
걸름도 문짝허게 잘 ᄇᆞᆯ라졋저 걸름착덜 준비허영 ᄃᆞᆯ진밧 빌진밧디레 시꺼갈 준비덜 허여봅서
(후렴) 아허허 허허허 아허허 허량 하량

자~ 잘 ᄇᆞᆯ려졋저. 이제랑 밧디 시꺼글라.

돼지거름 밟는 작업은 밭의 면적이 넓은 경우는 보리 씨앗의 양만큼이나 작업량이 많다. 따라서 사람만으로 작업을 해내기에는 힘이 부치기에 소를 몰아다 함께 밟는다. 밧ᄇᆞᆯ리는소리처럼 한 사람의 소리꾼이 선창을 하면 여럿이 “아허허 허허허 아허허 허량 하량”처럼 후렴을 받는다. 그런데 작업량이 많은 만큼 오랫동안 지루하게 진행되는데, 소리꾼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부르는 것은 벅찬 일이다. 이런 상황에는 선소리를 돌림노래처럼 여럿이 바꿔가면서 한 단락씩 부른다. 부분적으로 선후창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교환창 방식으로 불려지고 있다. 위 노래는 하귀2리민속보존회원 강철수, 강초아, 강동수, 김순자, 박지홍, 강초아, 박지홍, 김순자 순으로 불렸다.

ᄆᆞ쉬걸름시꺼가는 소리(마소거름실어가는소리)

마당에서 돗걸름(돼지거름)위에 보리 씨를 서너 번 뿌리고 소를 끌어다 사람과 함께 밟는 작업이 다 끝나면 그것을 밭으로 운반하는 작업이 뒤따른다. 일꾼들은 보리 씨앗이 잘 섞인 거름을 돗걸름착(멱둥구미)에 담아 마소의 등에 싣고 밭으로 몰고 가면서 부르는 노래가 바로 ᄆᆞ쉬걸름시꺼가는소리이다. 거름을 등에 짊어지고 가는 마소에 대한 걱정과 애정이 노래 사설 속에 잘 표출되어 있다.

이러이러이러이러 이러 려려~려려 어으려 월 허허허
요놈의 쉐야 죽으나 사나 너 등뗑이허고 나 등뗑이로 요 걸름을 다 시꺼야 허는구나
이러이러이러려 려 어으려 헐 허허허허

요놈의 쉐덜아 어염 사귀지 말앙 가운딜로 ᄇᆞ상ᄇᆞ상 걸엉 글라
어염 사귀당 걸름착 담에 걸리민 짐이 ᄐᆞᆮ 아지곡 ᄒᆞ는구낭아
허응허 허허허허허허

이러이러이러 이러러 어으려 헐 허허허러
ᄂᆞ진질로 멘날멘날 걸어뎅기단 보난 발톱이 ᄉᆞᆯ안 더글더글허게 걸엄구나
이려려려 어흐려 헐 허허허허허허

요놈의 쉐덜 발톱이 덩글랑ᄀᆞ치 생긴 셍이여마는
더글락더글락 밧디 오단 보난 ᄆᆞᆫ 오라지엇구나
이러 헤이어 어리어 헐 허허허

ᄆᆞ쉬걸름꺼가는소리 역시 의미 있는 사설을 빼놓고 보면 밧ᄇᆞᆯ리는소리나 ᄆᆞ쉬ᄆᆞ는소리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마소의 등에 짐을 지우고 밭으로 몰고 가는 내용이 사설에 드러난다는 점이다. 특히 먼 곳에 위치한 밭으로 짐을 싣고 가는 일은 힘들고 지루하기에 이런 노래가 불렸다고 본다. 이 노래 역시 하귀2리민속보존회 회원인 강철수, 이경성, 박지홍, 강동수 순으로 불렸다. 마소의 힘을 빌어 보리 씨앗이 묻힌 거름을 밭으로 운반해 놓으면 부녀자들이 ᄀᆞᆯ체(삼태기)에 거름을 담에 밭에다 손으로 집어내면서 골고루 뿌린다. 비료가 없던 시절 제주에서 행해진 원시적 고유의 농법이라고 할 수 있다. 메마른 땅이기에 거름의 효과가 조금이라도 더 보리에 닿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하겠다.

밧가는소리(밭가는소리)

밧가는소리는 마소의 힘을 이용하여 밭을 갈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밭으로 운반해 놓은 돗걸름을 ᄀᆞᆯ체(삼태기)에 담아 점파 방식으로 씨앗을 뿌린 후에 밭갈이가 이루어지는데, 보리 씨앗이 흙 속에 잘 파묻히도록 갈아야 한다.

뭐시께 으시께 ᄒᆞᆫ저 글라
문딱문딱ᄒᆞ게 괄괄 잘도 ᄃᆞᆼ기는구나
요런 밧 갊이사 무슨 힘이 드느냐 쟁기 좋고 벳보섭도 좀도 좋아
벙에가 육고질에 번들번들허게 넘어가고 종긋종긋 ᄃᆞᆼ겨보라
자! 으시께, ᄃᆞᆼ기라

요밧은 알밧 작지도 지깍허고 알맞은 밧이메 무둑질허지 말아근에 종긋종긋 ᄃᆞᆼ기라
무둑질허영 ᄃᆞᆼ기민 쟁기도 ᄃᆞᆯ 퀴곡 장남도 얼먹는구나
뭐으시께 뭐시께 뭐! 뭐시께 뭐!

동더레 서더레 왔다갔다 허단보난 밧도 문딱허가 다 갈아지엄구나
양반 선비님들 대성전 드나들듯 머리숙영 드나들듯
요놈으 쉐야 고개 들르지 말앙 고개숙영 종긋종긋 ᄃᆞᆼ기라
고개 들렁 ᄃᆞᆼ기민 멍에ᄐᆞᆨ 이 상허곡 허는구낭아
뭐시끼 뭐시끼

요놈이 쉐야 내 말 좀 들어보라
밥적이나 먹어지는 한집 주인 예펜은 밥이 일ᄒᆞᆫ다 밥이 일ᄒᆞᆫ다 허건마는
쉐장남만이 고뒈기민 어떵 어떵 이 밧을 다 갈아짐직허니
뭐시끼 뭐시끼 뭐

ᄉᆞᆨ 쉐는 ᄒᆞᆫ곳 짓넨 허건마는 우리 ᄉᆞᆨ 쉐는 일수가 좋앙근에
밧갈당 쟁기 떼렌 한 발씩 슬쩍 물럿당 ᄃᆞᆼ긴다
뭐시께 뭐시께 뭐시께 뭐 뭐시끼 요놈으 쉐
어디 뭐시끼 뭐 뭐시끼
왕왕왕 왕~ 왕 밧 다 갈앗저

밧가는소리는 마소에 쟁기를 달아 밭을 가면서 부르는 노래인만큼 밭 가는 작업과 관련된 실태와 마소에게 힘을 내도록 부리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뭐시께”, “으시께”와 같은 소리는 사람과 짐승이 함께 소통하는 원시적인 방법이지만 서로게 힘을 불어넣는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다. 밭갈이가 끝나고 입춘이 되면 자란 보리를 뽑아 뿌리의 개수를 세어 풍년을 점치는 풍속도 함께 전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밧가는소리는 밭 가는 일꾼과 마소가 대화를 나누듯 독창으로 부르는 것이 기본 형식인데, 여기서는 하귀2리 민속보존회원 강철수, 이경성, 강철수, 강동수 순으로 돌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검질매는소리(밭매는소리)

제주도의 검질매는소리는 보리밭에 난 잡초를 뽑으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곧 논에서 김을 매는 논매는소리가 아니라 밭에서 김을 매는 밭매는소리이다. 하귀2리 민속보존회원 강초아와 김순자가 부른 검질매는소리는 ᄍᆞ른사데소리이다.

어긴여랑 사데로다
어기여랑 사데로다
검질 짓고 굴늦인 밧디
어기여랑 사데로다
사데로나 우기멍 매게
앞멍에랑 들어나 오라
어기여랑 사데로다
뒷멍에랑 물러나더라
어기여랑 사데로다
오롬엣 돌과 지세어멍은
어기여랑 사데로다

둥글당도 살을메 난다
어기여랑 사데로다
놈의 첩광 소낭긔 ᄇᆞ름은
어긴여랑 사데로다
소린 나도 살을멘 엇다
나의 인심 얼메나 ᄒᆞ민
어기여랑 사데로다
요보리 검질 나 혼차 매리
어기여랑 사데로다
어기여랑 사데로다

검질(김) 매는 작업은 주로 여성들이 수눌음으로 이루어진다. 입춘 지나서 이월 중순쯤 보리가 많이 자라기 시작하면 검질을 매기 시작한다. 검질이 많이 자란 밭부터 돌아가면서 매는데, 보통은 두벌 매기까지 이루어진다. 밭매는 일을 아침부터 종일 밭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기에 힘든 노동임에 틀림없다. 목청 좋은 소리꾼이 선소리를 부르면 여럿이 “어기여랑 사데로다”를 부르면서 신명을 돋운다. 잡초가 무성하니 힘을 써서 매고 가자고 독려하는 내용이 제주도 어디서나 공통적인 사설로 많이 불리고 있다.

마당질소리(타작질소리)

5월에서 6월 사이에 보리가 익으면 익는 대로 밭에 나가 보리 베기를 한다. 베어낸 보리는 일정한 크기로 묶어서 집으로 운반해온 후 낟가리를 한다. 이를 보릿눌(보릿가리)이라고 하는데, 그 위에 집줄을 두르고 돌멩이를 끼워 혹시나 불어닥칠 바람에 대비한다. 보리가 바싹 마르게 되면 마당에 멍석을 펴고 그 위에 보리를 옮겨다 펼쳐놓아 도리깨로 타작을 한다. 이를 마당질이라고 하는데, 양편에 마주 선 일꾼들이 도리깨를 번갈아 내리쳐 이삭을 떨어내는 일은 서로 동작을 맞추어야 마당질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동작을 맞추고 힘든 노동에서 오는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부른 노래가 마당질소리이다. 이를 타작질소리, 도깨질소리라고도 한다.

어야도 홍아
어야도 홍아
어야도 홍아
어야도 홍아
요것도 생곡
어야도 홍아
저것도 생곡
어야도 홍아
요것도 ᄄᆞ릴 놈
어야도 홍아
저것도 ᄄᆞ릴 놈
어야도 홍아
요것도 진곡이여
어야도 홍아
저것도 진곡이여
어야도 홍아
조차들멍 ᄄᆞ려보자
어야도 홍아
노픈디만 ᄄᆞ려보자
어야도 홍아
물러서멍 ᄄᆞ려보자
어야도 홍아
ᄄᆞ리고 ᄄᆞ려보자
어야도 홍아
어시는 족낭어시
어야도 홍아
아덜은 윤노리낭
어야도 홍아

ᄐᆞᆯ레는 ᄉᆞᆯ피낭
어야도 홍아
도깨도 좀도 좋다
어야도 홍아
조차들멍 ᄄᆞ려보자
어야도 홍아
노픈디만 ᄄᆞ려보자
어야도 홍아
에우들멍 ᄄᆞ려보자
어야도 홍아 생곡만 ᄄᆞ려보자
어야도 홍아
우리 어멍 날 날적에
어야도 홍아
어떤 날에 날 낳던고
어야도 홍아
놈난 날에 나도 나고
어야도 홍아
놈난 시에 낳건마는
어야도 홍아
어떤 사름 팔자 좋앙
어야도 홍아
고대광실 노픈 집에
어야도 홍아
팔자 좋게 산다마는
어야도 홍아
요내 팔자 험악허연
어야도 홍아

불더위에 요마당질
어야도 홍아
어야도 홍아
어야도 홍아
어야도 홍아
어야도 홍아
빌진밧 보리여
어야도 홍아
요보리는 어딧 보리
어야도 홍아
ᄃᆞᆯ 진밧 보리여
어야도 홍아
노픈 산이 눈 날리듯
어야도 홍아
야픈 산에 재 날리듯
어야도 홍아
녹수장마 빗발치듯
어야도 홍아
ᄄᆞ리고 ᄄᆞ려보자
어야도 홍아
ᄒᆞᆫ착 가달 오동치멍
어야도 홍아
물척물척 ᄄᆞ려보자
어야도 홍아
어야도 홍아
어야도 홍아~~
자! 동창궤로 서창궤ᄁᆞ지 억만지기 시겨보자!

이 노래는 도리깨를 내리치는 동작이 서로 일치해야 효율적으로 타작을 할수 있기에 노래가 동작에 맞추어 짤막하게 선소리를 부르면 나머지 일꾼들이 ”어야도 홍아“라는 후렴을 받는 선후창 방식으로 불린다. 노래 사설을 보면 생곡 또는 진곡으로 표현된 알곡을 도리깨로 때려보자는 내용, 도리깨가 어떤 나무로 만들어졌는지 도구를 설명하는 내용, 팔자가 사나워 불볕더위에 마당질을 한다는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소리는 강초아와 강철수가 교대로 불렀다.

귀리겉보리농사일소리는 제주도 서부지역에서 원시 농경시대에 이루어졌던 겉보리 농사 관행과 그에 따는 민요를 현장에서 체험한 내용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2005년 10월 4일 제46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특히 ᄆᆞ쉬걸름시꺼가는소리 계열의 노래 중 ‘돗걸름ᄇᆞᆯ리는소리’나 ‘ᄆᆞ쉬걸름시꺼가는소리’는 다른 지역에서 전승되는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한 농업 노동요이다. 또한 마소와 인간이 함께 노동의 결실을 추구하는 협동과 화합의 노래로 육지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며, 유독 제주도에서만 전승되는 노래라는 점에서 무형유산적 가치가 높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귀리겉보리농사일소리를 2007년 2월 28일 제주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단체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를 계기로 하귀2리는 민속보존회를 조직하고 마을 이장이 보존회장을 겸임하면서 전승 보전에 힘쓰거 있다. 마을 안에 귀리겉보리농사일소리 전수회관을 건립하여 전수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고, 풍물패를 결성하여 입춘굿놀이에 출연하거나 걸궁(지신밟기)을 재현함으로써 마을 사람들을 하나로 결집하였다.

또한 제56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가문동 아끈코지 원담역시’라는 민속놀이를 출연하여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2023년에는 ‘귀리겉보리농사일소리’를 주제로 ‘2023 귀리전통문화축제’를 개최해서 농사일소리 공개 시연은 물론 보리농사 관행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축제를 운영하는 등 후세들에게 귀리겉보리농사일소리에 얽힌 선인들의 발자취와 삶의 지혜를 널리 알리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