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의식

제주불교의식은 음성공양(音聲供養)과 재공양(齋供養) 측면에서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제주도의 불교의식은 제주도에 유입된 불교가 고유의 전통문화와 결합되어 전승되는 과정에 육지부의 다른 지역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특히 음성공양(音聲供養)과 재공양(齋供養) 측면에서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음성공양인 범음(梵音), 즉 범패(梵唄)는 불교 의식 중에서 재를 올리기 위해 부처님께 바치는 음악으로, 목어(木魚), 운판(雲版), 법고(法鼓), 대종(大鐘) 등 사물(四物)을 연주하는데, 육지 지역에 비해 연주나 낭송 속도가 매우 느리며 제주도에서 오랫동안 행해져 온 음악적 특징이 나타난다. 음성공양인 범패의 전래는 육지지방에서는 『삼국유사』월명사조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불교가 전래되면서 의식을 진행하는 음악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제주도의 경우도 불교의 전래와 같이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불교 용어인 재(齋)란 죽은 자를 위해 영혼 천도를 올리거나, 복을 받기 위해서, 또는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고 무운(武運)을 위해 올리는 의식으로, 불교적 예배 의식을 말한다. 이러한 불교 의례 중 주로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 시왕각배재(十王各拜齋),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 수륙재(水陸齋), 영산재(靈山齋)의 의식을 행하면서 부르는 노래를 일반적으로 범패라고 하며, 각 재는 규모나 성격상 공통적인 부분도 있지만 약간은 다르다. 상주권공재는 죽은 자의 천도와 극락왕생을 위해 드리는 재로서 보통 하루가 걸리는 가장 규모가 작은 재이다. 49재, 혹은 소상, 대상에서 치러지고 있다. 시왕각배재는 저승을 관장하는 시왕(十王)에게 올리는 의례인데, 천도재·예수재·영산재에서도 행해진다. 생전예수재는 윤년이 든 해에 치러지는 의식으로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수륙재는 물에 빠져 죽은 영혼을 위무 공양하거나, 절에서 강이나 바다로 나가서 방생재(放生齋)를 하면서 드리는 재이다. 영산재는 국가 단위의 큰 조직체를 위해, 혹은 군인들의 무운(武運) 장구를 위해 올리는 재로서, 규모가 가장 크며 보통 3일 동안 치러진다. 이러한 재에 따라서 불리는 노래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영산재에서 불리는 음악이 각 재에서 불려진다. 영산재는 위의 네 가지 재에서 불려지는 음악들을 포함하고 있다.

제주 지역의 불교 의식은 제주에 불교가 유입, 전승되면서 제주의 전통문화와 연계되어 육지지방과는 차별되어 있다. 즉 제주 불교 세시의례 중 칠성제와 산신제를 육지지방에 비해 성대히 진행하는데 이는 제주의 무속 의례 중 산신제와 칠성제가 불교 의례와 연계되어 전승되고 있기 때문이다. 육지지방의 불교 의식과 비교할 때 제주도의 불교 의식은 사자천도의례가 중시되어 장엄하게 진행된다. 천도재인 49재 때에도 육지 지방에는 소멸된 시왕각배를 시왕각청으로 순당하고 있고, 생전예수재의 경우에도 욕불(관불) 의식이 전승되고 있다. 불교 의식 음악인 안채비는 태징·목탁·북을 치면서 염불하는 것으로, 육지지방의 불교 의식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느린 편이며, 제주 지방의 토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화청(회심곡)도 불교의 회심곡을 변이시켜 육지지방에서 불려지는 소리와는 다르다.

제주불교의식은 2002년 5월 8일 제주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예능 보유자는 옥불사 주지인 문명구로 법명은 성천이다. 2017년 7월 10일 제주불교의식보존회(회장 문명구) 회원들을 주축으로 제주불교의식 전수관에서 공개시연을 했다. 2023년 7월 26일에는 제주불교의식 체험프로그램이 불교의식전수관인 옥불사에서 진행했다. 제주도무형유산 보유자인 구암 성천 스님 및 이수자가 강사로 나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재가불자와 도민을 대상으로 도민을 대상으로 사시기도, 조석예불, 각종 재에 따른 염불, 바라무, 목탁습의 등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매년 탐라문화재, 무형문화대전 등에서 정기적인 시연 활동 등을 제주 불교만의 독특한 특징을 지닌 범패(梵唄)와 재(齋)공양 의식의 원형을 보존하고 그 예능을 후세에 전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